제29회 이달의 작가상 심사평1.

in zzan2 years ago

어제가 정월 대보름이었습니다. 설과는 다르게 대보름은 이틀에 걸쳐 쇠고 있습니다. 하루 전날 오곡밥에 아홉가지 나물을 먹고 대보름날엔 보름동안 날리던 연을 날려 보내고 낮에는 윷놀이를 하고 달맞이를 하며 소원을 빌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설날보다 대보름을 더 크게 지냈습니다. 아마도 설날은 조상을 섬기는 날이고 대보름은 맛있는 음식과 놀이를 통해 살아있는 혈족과 이웃간에 친목을 다지는 날로 지내서 그런가 제 나름의 해석을 해봅니다.

언제나 대보름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윷놀이를 하고 나면 날씨가 한결 푸근해지고 봄이 오고 있음을 마음으로부터 느끼게 했습니다. 오늘 본 어느 유저님의 포스팅에서는 홍매화가 곧 터질 것처럼 꽃망울이 부풀고 버들강아지는 솜털이 반들거리는 모습이 봄을 느끼게합니다.

이번 달에는 처음 참가하는 작가님들도 계시고 작품의 수준이 향상되고 있음을 보면서 제 마음이 보름달처럼 환해집니다. 그렇게 문학은 소리 없이 어두운 곳을 비치고 있습니다. 참여하신 모든 작가님들께 감사드리며 넉넉하고 둥글둥글 모난 데 없이 지나가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대상

해당 작품 없음

최우수

@ygs- 섣달 그믐
간결하면서도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각각으 피사체가 지닌 특징을 채집하는 것으로 시적 이미지가 개연성을 유지하면서 그믐달을 연상하게 한다. 시인은 그믐달이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느라 그대로 해를 만날 것 같다.

우수

@kiwifi- 가시꽃
시인은 꽃을 말리는 동안 서서히 증발하는 생명을 관찰한다. 아마도 가시꽃은 장미로 추측된다. 한 때 꽃의 여왕이었으나 지금은 죽음의 손아귀를 벗어나지 못한다. 죽음만이 증오에서 여왕을 해방시킬 수 있다. 시간의 도움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일 수 있다는 희망이 유일한 희망이다.
@tiamo1- 돌아 갈 수 없는 밤
달은 형체를 지닌 지구 주변을 도는 행성도 달이고 행성이 지구 주위를 공전하는 시간 또한 달이다. 달은 그렇게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태어났다. 시인은 지나치기 쉬운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달이 한 달을 지나 제 모습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그려내며 마지막에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비추고 있다.

장려

@jamislee- 14맛있는 식사– 수전
요즘 반려동물이 대세다. 반려견, 반려묘, 반려조 등 등, 시인은 주방기구를 가족으로 대한다. 누수에는 눈물 구멍이 막힌 것으로 생각하며 도움이 되는 루테인을 복용하고 삼구수전을 위한 백만송이는 언감생심 포기하고 대신 울어줄 친구로 여기며 즐겁게 살기로 작정한다. 행복한 결정이다.
@swan1- 환생
물속에서 나서 한 번도 물밖세상을 구경하지 못한 물고기는 언제나 육지가 궁금했다. 하늘도 보이고 태양이 빛나는 곳에 살고 싶었다. 인어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주고 다리를 얻은 얘기를 들은 기억을 살려 파도와 계약을 한다.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속을 비우면서 반짝이는 비늘을 주기로,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었다.
@hansangyou- 옛이야기2
낯선 포구에서 화톳불에 조개를 올려놓고 입을 벌리기를 기다리다 시인은 그새를 못 참고 소주를 한 잔 털어넣었을 게고 알싸한 입에 한 점 발라넣은 조개에서 평소답지 않은 느낌이 온다. 이건 분명 돌도 아니고 조개껍질도 아니고, 어쩌다 중국집에서 진주가 나온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분명 길조다. 그렇다고 모두들 대포항으로 가진 마시길, 이건 시인에게 주어진 행운이니 온전히 그의 몫이다.
@optv1-거짓말
모든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탄생한다. 절대진실의 가면을 쓰고 세상을 떠돈다. 그러나 거짓말이 지닌 맹독성은 진실을 죽이는 데 있다. 진실은 진실한 사람이 말하고 진실한 사람만이 지킨다.
@bbn1- 그대, 안녕하시기를...
벌써 아득한 일이다. 어른을 뵈면 두 발을 모으고 서서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이 행위에는 순수하게 웃어른에 대한 공경과 염려가 담겨있었다. 그리 오래 된 일은 아니다. 몇해 전 고려대에 ‘안녕들하십니까’ 라는 대자보가 다른 학교까지 번지고 있었다. 물론 거기에도 순수하게 현 세태와 학우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간의 비아냥과 냉소가 첨가 되었다. 시인은 타인의 염려가 담긴 안녕보다 스스로 구축하는 안녕을 당부하고 있다. 스티미언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chan1- 너는 희망이다
우리에게 희망은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았다. 잿더미 속에 묻힌 희망을, 절망의 격랑에 휩쓸려 유실된 희망을, 남의 등에 매달린 희망을 따라가느라 내 등에 매달린 희망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시인은 절망으로 볶아낸 향 짙은 커피를 준비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도 희망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anfcjfja- 허망
흐르는 강물에 비친 윤슬이 도깨비방망이로 보이는 시인은 소년이다. 그렇게 꿈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에 노년은 찾아들지 않는다. 그러나 물위에 흐르다 사라지는 도깨비방망이는 손에 잡히지 않는다. 언젠가는 진짜 도깨비방망이를 잡기를 바란다.
@cjsdns- 삶의 한 귀퉁이에서 내뱉는 독백
친구란 형제 다음으로 가까운 사이다. 어떤 때는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가깝고 의지가 될 때도 있다. 그런 친구가 아프다. 그것도 난치병이다. 그런데 더 가슴 아프게 하는 사실은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있다는 말이다. 한때 어지간히 속을 아프게 하던 밉상 친구지만 그래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연민을 느끼게 한다. 역시 친구다.
@wuwurrll- 소설
내리는 눈송이를 보며 물고기를 떠올리고 바닷속을 연상한다. 그렇게 시인은 상상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면서 생명을 불어넣고 자연과 교류하며 행복을 충전한다. 그 상상이 시인은 환희로 이끈다.
@jy2-겨울비
겨울비에서 봄을 찾아낸다. 시인의 눈으로 겨울비에 섞인 봄의 숨결을 느낀다. 그리고 다가올 봄을 축복하는 겨울비의 진심을 읽는다.
@dodoim- 농사지은 땅콩
세상에 이런 일이, 땅콩이 술래잡기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는 땅콩, 하는 수 없이 술래가 찾아온다. 땅콩는 게임의 법칙에 나오지 않는 프라이팬에 눕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상상도 못할 수난을 거쳐 비린내를 떨치고 고소한 향기를 얻는다.
@successgr- 아이
아이는 어른의 기쁨이다. 조그만 아이가 커다란 어른의 마음을 채우고 세상을 채운다. 아이의 얼굴에 때라 어른의 마음도 흐리고 개인다. 그렇게 아이는 존재자체로 기쁨이고 행복이다.
@fj1- 기억의 소리
기억은 보물창고다. 기억속엔 없는 게 없다. 기억은 유통기한이 없다. 언제든 누구에게나 전할 수 있다. 거기다 무한 리필이 된다. 슬픔도, 눈물도, 사랑도 지금은 사라진 사공의 노랫소리도
@wwd- 등신
가장 균형 잡힌 신체를 팔등신이라고 했다. 그런데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등신이다. 거기에 저등신도 등장한다. 같이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등신과 저등신은 분명 팔등신보다 멋있는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보여줄 눈부신 활약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을 기대한다.
@steemzzang- 나쁜 놈
시인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에 사는 동안 나쁜 놈으로 사는 수밖에 없다. 아니면 목숨을 영위할 길이 없다. 음식을 먹으면 식재료로 등장하는 채소나 생선, 육류에 미안하고 난방을 하면 온실가스 발생이 우려되고 하다못해 방귀만 뀌어도 안 된다고 하니 입도 다물고 배설도 금지다. 그냥 나쁜 놈으로 살기를 바란다. 가늘어도 길게...
@wjs- 스팀
시인은 스팀과의 교분이 남다른 것 같다.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나비가 날도 꽃이 핀다 싶더니 어느 날 염화시중의 미소를 소환하고 있다. 어디까지 갈 것인가, 스팀 사랑이

동시

우수

@mich0405- 다육이 형제
이제는 다육식물이 단순한 관상식물이 아닌 반려식물의 권좌에 등극했다. 사람도 호텔에 한 번 못 가본 사람이 있다는데 다육 호텔도 있다. 개개의 특성을 다육이들을 닮은 꼴 자연과 조우하게 하며 새로운 친구를 소개하는 시인도 의인법으로 성공에 도전하고 있다.
@vv2- 한글 공부
한글은 과학적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철학적이다. 자음과 모음이 어떻게 조합이 되느냐에 따라 다른 글자가 된다. 아침에 배워 저녁에 쓴다고 했다. 유치원 꼬마가 처음 배우는 한글공부가신기하고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겁기를 바란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표현한 작품이 아이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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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을 쓰는 것도 일이네요. ㅎㅎㅎ

일도 즐기면 낙이 됩니다. ^^

글보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심사평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늘 기대하게 되는 심사평. 고생하셨습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팀잇에는 작가님들이 참 많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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