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재우며 느낀 것

in #busy7 years ago (edited)

하윤이 찡글.jpg

<음 생각보다 귀여운 아이입니다. ㅠㅠ>

나의 두 쌍둥이 딸들은 내가 아직 모자란 인간임을 깨닫게 해 주는 존재이다. 늘 웃으며 대화로 설득하고 그 어떤 패악질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따뜻한 아버지로 임할 것이라는 나의 기대, 다짐이 무참히 깨지게 만들어 준다. 어제 재우기 위해 양치질을 시키려는 나의 미소에 칫솔 내팽겨치기로 응수하는 딸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버렸다. 이에 응수해 몸부림을 쳐대는 딸을 양 다리로 결박하여 기어코 분노의 양치질을 시켰다. 눈물을 흘리는 딸을 보며 깨끗해질 그 아이의 이에 반해 나의 기분은 처참히 지저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더 거칠은 동작으로 기저귀를 갈고 씻기려는 나에게서 딸을 뺏듯 데리고 가 아내가 나머지 잠자기 준비를 마무리 시켰다. 무언가 더 감정적으로 폭발할 거 같아서 위험해 보였나 보다.
"자기는 학교에서 남의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대하지 않으면서 왜 딸들이 울거나 떼를 쓰면 그렇게 감정적이 되는 거야?"
아이들 재우기 소동을 마치고 아내가 한 말에 딱히 대꾸할 것도 없이 멍해졌다. 못난 내 자신을 보인 것같고 미안했다. 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돌이켜보면 딱히 딸들이 엄청난 미운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난 그렇게 된 걸까? 하루의 피곤함이 절정에 달할 시간이어서 일까? 딸의 울음이나 떼쓰는 것에 대해 행동수정을 해야 하는 책임감을 과하게 느끼고 있는데 행동수정이 단 1도 안되는 것에 대한 자괴감의 발현일까? 아내가 지적한 거처럼 남의 아이(학생)들에게는 분명 관대한 편인데 말이다. 우리 두 딸들이 "아빠 수양이 부족해. 좀 더 수양을 쌓아야 겠어."라며 깨우침을 주려 한 것은 아닐까? 하하... 평소에 하던 다짐에 몇 갑절 더 하여 다짐을 했다. 그리고 오늘 아이들을 재우며 역시 같은 상황이 발생하였지만 끝까지 웃으며 잘 버텨냈다. 뭐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은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를 낳고 길러야 그제서야 어른이 된다는 어른들의 말은 아이들을 기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그런 자기자신을 다스리고 성장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도 기억이 없는 어린 시절 저 아이들처럼 굴었을까 반추해 보기도 하고 부모님의 노고에 대해 고마움도 갖게 된다.
아... 내일은 좀 더 부드럽게 아이들을 양치질시키고 재울 수 있길...


써 놓은 글을 보며 참 나란 사람 모자란 사람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그럼에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진 않나 하는 안도감도 느끼게 된다. 육아에 관해서는 정말 아내에게 존경을 표하고 싶다. 아내가 없으면 저 두 딸을 어떻게 기르지 하며 덜컥 겁이 난다. 육아퇴근이 늦은 만큼 늦게 글을 올리고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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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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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쁜 아이지만, 때로 미운 짓을 하면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지요. 공감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동안엔 참을 인자 세개를 늘 품고 지내야겠습니다.ㅎㅎ

제가 덜 되서 그런지 참을 인자가 3개로도 부족합니다. 30개는 그려야 될 듯 합니다. 화내지 말고 차근차근 다가서야 할 텐데요. 결국 저 아이가 저의 모습을 그대로 배워 행할 것인데요. ㅜㅜ

안녕하세요 재돌님
우리아이가 2살때 제가 그애에게 화를 많이 낸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때 그일 우리딸 울던 광경이생각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일때문에 우리 딸을 더욱 사랑합니다. 너무 미안해서 잘해주고 싶은생각이 더 들어서일까요...
식구는 함께 갑니다. 진짜 함께 갑니다 가슴이 찡해집니다.
님과 님의 쌍둥이 그리고 아내분 모두에 사랑과 평안이 충만하길
기도하며
행복한 팔로우와 보팅을 합니다
자주 소통하면 좋겠습니다.

점점 가슴 한켠에 딸들에 대한 미안함이 쌓여가고 있습니다. 이런 미안함이 쌓여서 애틋함이나 더 깊은 사랑으로 치환될까요? 식구는 함께 간다는 말에 저 역시 가슴이 찡해집니다.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

속상한 마음이 너무나도 느껴져요...고민 끝에 웃으며 버텨내신 @zaedol님께 응원의 보팅 남기고 갑니다

반 이상은 아내 덕입니다. 오늘도 열심히 웃어줘야 할텐데요^^ 응원 감사합니다.

참 육아는 어려운 것인거 같습니다... 쉽지가 않네요.... 전 아직 솔로지만 육아하시는 분들 보면 존경심이 앞섭니다....

맞닥들이면 결국 해내게 되는게 또한 육아인 듯합니다. 쉽지 않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서서히 성장해 가는 아이들을 보며 힘을 내지요. 저 역시 육아를 해내었던 부모님이나 여러 육아 선배님들에게 존경의 마음을 품게 됩니다. ^^;;

저도 자기전에 별거 아닌걸로 아이를 조금 혼내고 재워서 마음이 많이 불편해요. 부모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거 같습니다. 저도 내일은 아이한테 더더 다정한 엄마가 되어보렵니다^^

저도 더더 다정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해보나... 제자리 걸음이네요.ㅠㅠ

재돌샘이 요즘 '아내에게 잘해야겠다'를 자주 느끼시는 듯~ㅎ

소중한 사람에게 더 잘해야 하는데
우린 살면서 정작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홀하거나 - 좀 과격하게 표현해서 - 막 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맘은 안 그런데 말이죠.ㅠㅠ
더 큰 문제는 알면서도 실천이 잘 안된다는 게 문제!!^^;

학기 시작하고 일에 치이면서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기 때문에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서 아마 잘해야겠다고 자주 느끼는 듯합니다. 머리로는 이래야 한다 인식하면서도 몸으로 실천이 안되는 부분이 많지요.... 어쩌면 말씀하신대로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날 이해해 주겠지'라고 생각하여 더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살뜰하게 챙겨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잴돌님을 이해할수 있을것 같습니다. 저와 아주 비슷하신듯해서요.ㅋㅋ
아마도 아이들의 장난은 "이밤의 끝을 잡고~" 극에 달하기 때문일것 입니다. 또한 부모의 체력은 한계에 부딛히고, 이것만 끝내면 된다는 목표의식때문에.. 더욱 다급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딸은 양치를 하자고 하면 집의 온갖 장소들 밑에 들어가 숨어버립니다. 첨에는 좋은말로 달래다 결국에는 화를 버럭 버럭!! 아이가 자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이 가득해집니다.

아우 어찌 그리 같습니까! 자는 모습은 얼마나 천사같고 덕분에 더 미안해하고 말이죠....

누구나 다 그런 것 같습니다.

저도 남들에게는 이상적인 부부관계, 남녀의 올바른 사랑,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이다라는 말을 쉽게 잘 하지만, 남편과는 정말로 말도 안되게 별일 아닌 걸로 자주 싸우거든요. 그것도 아주 유치하게..ㅋㅋ

맞아요. 유치하게... 아이들과도 그렇고 아내하고도 그렇고... 좀 더 신경써야 할 거 같아요.

저의 시어머니 말씀이 떠오르는군요.
시아버님이 어머님한테 당신은 상담하는 사람이 집에와선 왜그래?
라고 말씀하셔서 옆에서 듣고 있다가 쫄고 있었는데...
어머님이 쿨하게..

집엔 돈이 안들어오잖아~

저도 병원에 환자들, 보호자들이 아무리 진상을 부려도 화 안냅니다.
반면에 아이들에겐 쉽게 화를 내죠.
너무 편해서? 내가 화를 내도 다 받아주니깐?
저도 그것때문에 고민이 많습니다 ㅠㅠ 자책도 많이 했구요.
아무리 생각하고 애를 많이 낳아봐도 제 아이 육아는 너무 어렵네요. ㅠㅠ

와우 시어머님의 말씀이 우스우면서도 뭔가 정곡을 찌르는 말인거 같아요.
@leeja19 님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육아는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 육아하는 거 보면 어찌 그리들 잘하고 수월하게 하는 거처럼 보이는 지요.

엄마를 똑닮았군....우리 딸래미.
어제는 오빠 정말 다르던 걸? 피곤했을텐데 애들한테 책도 읽어주고, 애들이 괴물이라면서 때리고 해도 크게 기분나빠하지 않는 것 같았고. 애들 김밥도 잘라서 먹여주고 내가 스팀잇 정신 빼고 있을 때 애들 색연필도 깎아주고... 맞다! 어제 애들 손톱도 깎아줬잖아. 나는 애 손 자를까봐 못 깎아주겠어, 정말....무섭ㄷㄷ
그래도 오빠는 내가 조언?했을 때 기분 나빠하지 않고 인정도 하고 반성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해. 고마워!
오빠는 맨날 퇴근하고오면 또 집으로 출근하는 건데...주말에 쉬지도 못하고 애들이랑 나 데리고 외출해야하고 힘들지ㅠㅠ 덕분에 우리 가정이 얼마나 화목하고 도란도란한 지 알지? 부족한 게 아니라 서툰 거고, 잘하거나 열심히 해야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대로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돼~ 오늘도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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