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 - 김영하

in #booksteem6 years ago (edited)

[검은꽃] by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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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faction)" 이란 사실의 "fact"와 허구의 "fiction"이 결합한 말로, 실화를 다룬 이야기나 실록적 성격의 작품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기본적인 토대는 역사적 사실이나 사회적 사건에 있으나 그 이야기는 작가의 재량이나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쓰여져, 마치 진짜 있었던 일처럼 읽혀지는 그런 류의 소설들이 팩션구성에 속한다.

검은꽃은 이러한 팩션소설의 한 예라 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 근대, 즉, 조선 왕조가 멸망하고, 일본 침입기에 접어들었던 1905년대의 조선말기, 초기 대한제국 시대를 다룬 작품이다.

90년대 쯤 영화로 기억되는데, "애니깽"이라는 영화에서 한번 다루어졌던, 우리나라 최초 멕시코 이민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작품의 중심부이지만, 이야기가 전개 되어 가는 내내, 시종일관, 우리가 그시대의 진짜 역사를 한눈에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작가의 치밀한 취재와 그에 걸맞는 그럴듯한 "픽션"들이 전혀 부정합을 일으키지 않고, 이미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리뷰에서 말했듯이, 작가 김영하의 실로 "대단한" 필력으로 단숨에 죽-죽- 이야기는 종반으로 치닫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런데... 예전에 본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같은 경우인데, 이상하게 책을 덮고 나면, 아니 종반부로 가서는 뭔가 아직 남아있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다 듣지 못하고 떠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끝까지 날카롭게 이야기에 집중하다가 종반부가 되면 그 날카로와진 신경과 압력을 어떻게 해소할 기미도 없이 결론으로 어이없이 끌려갔다가, 어쩔 도리도 없이 마지막 책장을 덮어버리는 바람에 상당한 당혹감과 함께 다시 몇십페이지도 더 되는 책장을 앞으로 리와인드 하듯이 펼쳐보게 만드는 기이함이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내가 뭐 놓친게 있나 싶어서ㅜ.

어릴적 열심히 읽었던 그 위대한(ㅋ)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작가인 만화가 "신일숙"님의 초기 작품들을 보다보면 비슷한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미친듯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유려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과 이야기들이, 후반에 가서는 힘을 잃고 작가 스스로, 이미 범람해버린 등장인물들의 수와 각각의 에피소드에 길을 잃은듯, 혹은 피로한듯 휘청거리다가 급작스럽게 이야기를 마무리 해버리던(물론 리니지와 같이 전 세계가 사랑하는 작품을 낸 훌륭하신 분이지만ㅋ 혹시나 팬들에게 테러당할라ㅋㅋ)...? 물론 다른 방식이지만서도. - 나는 아직 김영하 작가의 작품을 모두 다 보진 않았으므로 다분히 개인적인 나의 생각일 뿐이다.-

좀더 자세히 말하자면, 너무도 생생하게 인물 하나하나, 사건 하나하나, 심지어는 이야기 속 인물인 "연수"에게서 나는 냄새까지도 시각적으로 그리다가, 종반부에 가서는 모든 인물과 사건들은 마치 신문지상의 지문으로 전락해 버리는 듯 하다. 사실은 있으나, 생명력을 잃어버린다. 마치 '그후로 아무도 그를 보지 못했다' 식의 불성실함, 열심히 스퍼트해서 결승선까지 치달았는데 마지막 몇미터를 남겨두고 걸어서 들어오라고 강요당하는 느낌... 이 모든 것이, 결론을 우화나 신화와 같은 방식으로 내어버리는 작가의 스타일에서 오는 것이라 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제이는 심지어, 하늘로 승천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김영하 작가가 훌륭한 작가라고 나는 여전히 생각한다. 나는 "검은꽃"을 아주, 그것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대단한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으니까.

이것은 내가 "생활의 발견"이라는 영화를 보고 홍상수 감독에게 반했다가, 약간 불편한데도 계속 그의 후속작들을 보아왔던 이유와 흡사하다. 딱히 보고싶지 않은데도 계속 끌려서 그의 거의 모든 작품들을 다 봐버렸고, 최근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보고 다시금 내가 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좋아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 인간 김영하 작가와 홍상수감독을 견주는것이 절대 아니다. 나는 예술가의 개인사에는 관심이 없다. 제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은 꽃은 아주 재미있는 책이고 추천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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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
저 부르셨나요?ㅋㅋㅋ

아항 스타일골드님이셨군요!

저는...김영하 작가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찰떡같이 믿어요...^-^;;
17년째 열렬히 애정하고 있답니다
검은 꽃..다시 읽어보겠어요!! ㅎㅎ

ㅋㅋ 저도 좋아요. 근데 장편들은 읽을 때마다 개운하지 않은 뒷맛이 좀 있어요ㅠ

하루키랑 김영하님은 단편만 쓰세요~ㅎㅎ
아!! 저 아직 김영하님 조아해요ㅎㅎ

낯선 대륙으로 건너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군상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뒷맛을 느꼈던 소설이었어요. 난민 문제를 받아들이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과 멕시코로 떠나는 (사실상 팔려가는) 조선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이질감도 흥미로웠고요.

무엇보다 그런 일을 당하는데도 다분히 개인의 문제로 묻혔다는 것이 안타까웠어요. 국가적으로 다뤄져야 했는데 말이죠..

잘봤습니다. 보팅누르고갑니다!! 북스팀 화이팅.

아 감사합니다. 화이팅~!

음... 먼가 찜찜하게 결말이 나나 보네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설 류는 읽고 나서 뒷맛이 개운치 않아서 조금 꺼려지는건 사실이어서 ㅠㅠ 그래도 여건이 되면 한번 찾아봐야 겠네요

@thelump 님 말씀에 일정부분 동의해요. 단편은 그렇지 않은데 약간 그런 면이 있답니다ㅜ

책을 요즘 잘 읽어 보지 못하고 있으나 마치 요즘 한국 영화 같이 느껴지는군요...
확실한 결말이 나지 않고 무언가 급 마무리한듯 애매한 결말...

아 요즘 한국 영화가 그런가요? ㅎㅎ 저는 요새 작은 영화들을 찾아보고 있어서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에서 좀 멀어지고 있네요 ㅎㅎ

아르미안의 네 딸들을 여기서 보네요.. 정신없이 봤던 만화였어요. 이 소설이 그런 느낌인가 보네요.

ㅎㅎ 정확히 그런 느낌이라기 보다는... 동네 잔치 벌여놓고는 주인만 사라진 그런 느낌? ㅋ

저는 왠지 이 책을 읽으며 원대했던 구상을 마무리 하지 못해 허둥댄것 같은 감히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잘 모르고 한 소리이겠지만요..

아 맞아요 그런 느낌 ㅎㅎ

전 김영하를 아직 안 읽어봤어요, 이 책 한번 도전을?

김영하는 단편으로 시작하시는게 좋을듯요 ㅎㅎ 훌륭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어요

김영하 장편 읽어보진 않았는데 단편은 몇 권 읽어봤어요. "김영하는 장편보다는 단편" 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아무튼 제가 읽은 단편들은 다 괜찮았습니다.

저도 단편을 훨씬 좋아합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제가 읽은 장편 중에서, 약간 중편의 느낌이지만, 가장 좋았던 작품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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