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2차

in #stimcity3 years ago (edited)

원래 내일 4시가 백신 2차였지만 당일보다 다음날이 더 아프다기에 내일 온전히 쉬려고 잔여 백신을 신청했다. 장충동 한사랑 병원! 예약 알림을 보니 재밌게도 지혜 빌딩이었다. 광희와 지혜가 도처에 널린 장충동...지난번에는 큰 구민센터에서 맞아서인지 투입인력도 많고 체계적인 시스템이었다. 거리두기도 철저했거니와 주사를 맞고 반응을 보며 기다리는 15분의 시간도 카페 벨같은 스톱워치를 주어서 00분 00초가 되어 나갈 수 있었다. 이 작은 의원에서는 마치 신체검사처럼 동시에 일괄적으로 주사 맞기가 진행되었다.

"자자 제군들 모두 모였나? 총 다섯명의 제군들이 백신을 맞겠다. 모더나부터 시작 화이자까지 호명하는 대로 차례로 입장하게나."

이런 느낌으로 신속하게 기계처럼 주사를 맞았고 스티커도 일괄 분배되었다. 15분을 기다리는 것도 스톱워치는 없었다. 정말 급속하게 이뤄진 이 과정은 접수, 문진, 투여, 대기로 무려 4곳의 다른 공간을 거쳤던 지난 번과 비교되었다.

매운 것에 환장하는 자극충인 나는 한 때 매운 닭발이 힐링 음식이었고 지금은 마라탕이다. 오늘은 오전부터 내 모든 오감이 마라탕을 원하고 있었기에 20세기소년 저녁식사에 참여하지 않고 홀로 외식을 했다. 마라혈중농도 부족..이랄까? 20세기소년에서 가장 가까운 마라탕집은 동대입구 4번 출구로 나와 약수역쪽으로 오분 정도 걸으면 나온다. 나는 매운 단계 2로 시켜서 땀을 뻘뻘 흘리며 마라탕을 먹었다. 매운 걸 먹으면 쾌감을 느낀다. 가게에 가니 조촐하게 마법사님 택슨님 나루님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 낮엔 마법사님 홀로 20세기소년을 지켰는데 오픈부터 손님이 조식세트와 파니니, 맥주를 시켰고 이어지는 손님을 혼자 받느라 고생하셨다고.

"어떡해요. 멘붕오셨겠다."

카페부의 수장, 노동량 팀 내 1위에 달하는 그는 멘붕따윈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역시 마법사답다. 엄청 오래 질질 끌고있는 유튜브 작업을 하다 나루와 지하로 내려가 <사랑가>를 불렀다. 아무리 불러도 너무 음치같아 괴로웠지만 그녀의 반주에 맞춰부르니 한결 잘 부른것 같다. 물론 형편없지만...나루가 선생님처럼 가르쳐서 대학교 보컬과를 준비하는 음치 학생 상황극을 했다. 노래를 못불러 이 나이까지 대학을 준비했다면 20수생이려나...

저녁에 술 손님이 진짜 뻥 안치고 한 명도 안왔다. 음료 손님 3명만 왔을 뿐. 이럴 때마다 우린 광희 작가님의 월수금 술장사 호황설을 떠올리며

"월요일인데 술 손님이 이렇게 없다고????"
"수요일인데 술 손님이 이렇게 없다고????"
"금요일인데 술 손님이 이렇게 없다고????"

를 앵무새처럼 반복하기 마련인데 이 경향성은 꽤 이어지다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이 9시까지로 바뀐 변화를 겪고 깨진지 오래다. 토요일 일요일에 손님이 밀려 온적도 금에 손님이 한 명도 없은 적도 있으니. 우리는 손님을 예측할 수 없고 그저 흐름을 보고 대응할 뿐이다. 오늘 문득 광희 작가님이 누구보다 손님없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바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리는 손님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강한 발언을 일삼으셨던 걸 기억하고 택슨님과 같이 웃었다. 광희 작가님이 지금 우리 곁에 있었다면 나는 소수점의 유행어를 분명 날렸을거다.

"너무 강한 말은 하지마. 약해보인다구."

어찌됐든 근심과 스트레스를 덜은 작가님이 회춘하고 머리숱도 많아지셔서 보기 좋다. 원고를 끝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도 잘하시길.

*오늘 일기 조잘조잘 의식의 흐름대로 마구 흘러가는군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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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장 보신되는 글이올시다. 내가 이곳 유럽에서 멋진 순간들을 갖지 않는다면 그건 동지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요, 사랑도 아니라고, 오늘 풍차를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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