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21 일본의 수출규제 일부해제한 이유는
12월 24일 베이징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기에 앞서 일본 경산성이 20일 포토레지스트를 개별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바꾼다고 발표했다. 7월 1일 개별허가로 바꾼 3개 품목중(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중에서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규제를 해제한 것이다.
중앙일보에서는 포토레지스트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보도했다. 벨기에를 통해 우회수입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해제하면서 한국과 대화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포토레지스트가 매우 중요하고 대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다. 삼성전자 사장을 역임했던 진대제 전통신부장관이 3가지 품목중 우리에게 가장 아픈 것이 포토레지스트라고 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떤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게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하게 만든 것은 우리가 일본을 움직일 수 있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 키란 다름 아닌 지소미아 종료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기술적으로 말해서 6시간이 남아 있다. 만일 우리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선언 유예를 취소하면 언제든지 6시간 이후에 중지된다.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를 일부 해제한 것은 우리의 지소미아 종료 선언이 얼마나 유효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마 우리가 지소미아 종료와 같은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일본은 3개품목 뿐만 아니라 더 많은 품목의 수출을 규제했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단기간에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받았을 수도 있다. 일본이 3개품목 수출규제에 이어 100개정도의 품목을 추가로 더 규제할 수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결국 일본이 추가로 사태를 악화시키지 못하도록 하는데 지소미아 종료선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지소미아 종료선언은 우리가 국제정치무대에 객이 아닌 주인으로 행동안 역사적인 계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스스로 주장하고 지키지 못했다. 냉전적 상황에서는 진영적 논리와 진영적 이익에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선언은 진영적 논리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한국 외교정책의 독립선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비록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지만 그나마 종료선언이라도 하지 못했으면 우리는 ‘그게 나라냐’하는 비아냥을 들어도 할말이 없었을지 모른다.
이 과정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하여 우리 내부의 주장이 얼마나 엇갈렸는지를. 당시 대부분의 정치인, 언론, 전문가들은 지소미아 종료를 반대했다. 간혹 지소미아 종료에 지지하는 듯한 정치인들도 있었으니,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성을 고려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보험 차원에서 입으로만 지소미아 종료를 지지했을 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과 지소미아 종료를 맞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겨우 한품목 수출규제 완화한 것을 댓가로 지소미아를 연장하면 안된다.
대충 일본이 흉내를 내니까 지소미아를 연장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일본에게 완전하게 굴복하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아마도 일본은 우리가 지소미아를 연장하겠다고 하는 순간 다시 무슨 핑계거리를 잡아서 우리를 옭아 매려고 할 것이다. 그것이 국제정치의 실상이다. 상대방이 점잖게 나오리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가장 비열한 세계가 국제정치무대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비열한 강대국들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을 잊어 버리면 안된다.
냉전이 끝나고 지금 우리는 세력정치가 판치는 국제안보환경에 놓여 있다. 우리도 상대방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상황에 고려한 카드가 있어야 한다. 없으면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방적으로 당한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가 미국과 일본의 합작품이라는 것은 미국이 우리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가를 보여준 예이다. 냉전시대의 한미동맹과 냉전종식이후 세력정치시대의 한미동맹은 그 내용과 맥락이 달라져야 한다. 변화를 인식하고도 생각과 행동을 바꾸지 않아서 발생한 후과는 스스로 뒤집어 써야 한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에 대한 카드로 필요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대했던가를 잊어버리면 안된다. 우리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이었다. 그런 점에서는 지소미아 종료를 확실하게 선언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일본의 수출도발과 관련한 일지
7월 1일 일본이 3개품목 수출규제 발표
8월 7일 일본정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에서 제외한다는 시행령 공포
8월 12일 한국정부,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 발표
8월 22일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 종료 선언
8월 28일 일본정부, 화이트리스트 시행령 시행(한국제외)
9월 11일 한국이 일본은 WTO에 제소
11월 22일, 한국 지소미아 종료통보효력정지 및 WTO 제소 중지
12월 16일 제7차 한일수출관리정책대화
12월 20일 일본정부 포토레지스트 포괄심사대상으로 전환
외교정책 독립선언 멋진 말입니다
늘 미국 손아귀에 든 나라라는 느낌이 불편해요
우리도 좀 잘 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