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라는 이름의 차이, 영화등급에 대하여

in #kr7 years ago (edited)

데드풀 2 보신 분 많으시죠? 데드풀은 첫째 아이가 적극 추천해준 영화입니다. 자기가 본 영화중에 최고로 재밌는 영화라 했습니다. 그때 아이의 나이는 만 13살이었고 당시 전 아이의 말만 듣고 영화를 보았다가 여간 실망스러운게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데드풀이 재미없다는 건 아니고요, 다만 최고의 영화라 하니 앞으로 더 많은 영화를 보라고 아이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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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그래퍼님 @grapher 의 데드풀2에 관한 글(원글)에 댓글로 이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깜짝 놀라시는 겁니다. 데드풀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라는 것이었어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어제 둘째가 데드풀2를 친구와 보러가고 싶다고 말을 꺼내오더군요. 공교롭게도 녀석은 지금 만 13살입니다. 고민이 되었어요. 보러가게 할것이냐 말것이냐.

잠시 구글링을 해보았습니다. 저처럼 이 영화를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외국)부모들의 글이 보였습니다. 왜냐하면 데드풀은 한국에서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지만 해외에서는 R 등급이기 때문입니다.

R 등급이란 Restricted, Think before taking your kids 영화를 말합니다. 즉 따로 나이제한을 두지 않되, 부모동반하에 자율적으로 판단하여 영화를 관람할수 있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여기에서 잠깐 해외영화의 영화등급을 대략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미국기준)

G : General audiences (아이를 데려가도 좋다)
PG : Parental guidance suggested (아이를 잘 알아서 판단하여라)
PG-13 : Parents strongly cautioned (13세 미만이라면 부모동반하여 관람할것)
R : Restricted. think before taking your kids (영화를 보여주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아라)
NC-17 : No one 17 and under admitted (17세 이하 관람 불가)

한국과 비교를 한다면,

전체 관람가
12세 관람가
15세 관람가
청소년 관람불가

따로 설명은 필요없는 듯 합니다.

얼마전 @rokyupjung님의 도덕적 유행(moral fashion)이란 포스팅(원글)을 읽고 깊게 공감한적이 있었습니다. 나라마다 또는 시대마다 문화적인 차이에 따라 도덕성의 기준을 달리 한다는 내용이었죠.

도적적 유행이란 도덕도 인간이 가진 대부분의 관념이나 관습과 마찬가지로 유행을 탄다는 뜻인데요. 패션이 시대나 문화에 따라 유행을 타는 것처럼 도덕적 관념 또한 시대나 문화에 따라 그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영화의 등급을 매기는 기준 또한 나라마다 다른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에서 청소년관람불가의 등급 영화가 프랑스에는 전체관람가로 등급을 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요, 반면 한국에서 전체관람가를 받은 영화가 영국에서 상영금지조치를 받은 적도 있다 합니다. 동물학대의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또한 외국에서 R등급의 영화가 한국에서 12세 관람가가 된 영화들도 꽤 있습니다.

그렇다면 R 등급을 받은 데드풀을 13살 아이가 볼수 있도록 허락할 것인가는 지금 제가 사는 곳에서는 결국 부모의 결정사항인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의 대답은 예스입니다. 그동안 아이가 봐왔던 숱한 영화들 대부분이 PG-13 또는 R 등급의 영화들이었습니다. 부모와 동반하여 본 영화도 있지만, 근래에는 친구와 함께 본 영화도 많습니다. 어제는 아이와 함께 영화 등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습니다. 왜 영화에 등급을 매기고 그에 따라야 하는지, 영화가 어떻게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지, 그동안 아이가 본 영화의 내용과 등급 등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저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영화를 볼수 있도록 허락해주자!

한국에서 주요하다고 판단하는 영화 등급의 기준인 선정성과 폭력성에 대해서 잠시 언급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혀둡니다.) 미안한 이야기지만 저는 요즘 한국의 학교에서 성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전혀 모릅니다. 우리때하고 많이 달라졌을거라는 기대는 하고 있죠. 구성애 선생님의 센세이션한 성교육 이후 많은 부문을 학교 교육에서 수용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에서의 교육(영국식 교육)에 가장 놀라운것 중의 하나는 성에 관한 교육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에 (한국에서는 3학년에 해당) 이미 본격적으로 성교육이 시작되며 무려 한달에 걸쳐 성교육을 실시합니다. 생물학적 접근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섹스를 실질적으로 다루기도 합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섹스장면을 상영해줍니다. 여러분의 충격적인 얼굴이 막 떠오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초 6학년(한국 4학년)이 되면 실제 사람의 섹스장면도 시청각자료도 교육 내용안에 포함이 됩니다. 물론 사전에 교육 항목등에 부모의 동의를 모두 받고 선택 가능하도록 하며, 부모들을 상대로 시연교육도 합니다. 가끔 아시안 부모중에 너무 적나라하다고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도 있다 합니다. 중학생이 되면 교실에서 바나나를 이용해 콘돔 사용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합니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공통사항입니다. 학교 선생님들은 섹스는 아주 건강하다는 신호이므로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해도 좋다라고 가르칩니다. 다만 학교안에서나 상대방이 원치 않는 상황에서는 절대 안된다고 가르치며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도록 합니다. 아이들에게 섹스라는 단어는 금기시되거나 부끄러운 단어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영향으로 저도 많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아들둘이 여자의 몸에 대해서도 얼마나 잘 아는지 몰라요. 저는 가끔 수퍼마켓에서 생리대를 살때 아들로부터 어떤 브랜드가 좋은지 조언을 듣기도 한답니다.

폭력에 관한 교육도 좀 특별하게 다루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1년에 서너차례 bully (왕따) 교육을 부모를 상대로 실시하고 외부강사를 초빙하기도 합니다. 수시로 왕따가 얼마나 위험하고 쉽게 노출될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줍니다. 왕따 또는 폭력행위를 신고할수 있는 채널을 심리상담사, 학생회 등으로 구분해서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학생들 사이에 왕따 문제와 폭력 문제가 전혀 안 생기는건 아닙니다. 간혹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건이 생기면 발빠르게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가지 대책들을 발표합니다. 사실 이곳에서 가장 큰 문제는 약물문제입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이 문제도 한번 언급하겠습니다.

가끔 아이들과 이 문제에서 가치관의 차이를 느끼곤 합니다. 아이들로부터 인종주의자니 성차별주의자니 경찰에 신고한다느니 그런 말을 듣기도 하지요.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이른 나이에 대 놓고 하는 성교육과 폭력교육을 받은 아이들에게 저 영화는 너무 야하고 폭력적이니 보지 말라라는건 씨알도 안 먹힐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입니다. 오히려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배워서 더 잘 받아들여지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겐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도 역시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기 또는 좀 특별할 것이라고 호기심이 드는 -적어도 저는 어릴때 그랬었죠- 내용의 영화라고 할지라도 보지 못하게 할 필요는 없는것 같다는게 저의 결론입니다. 물론 아이가 영화에 등장하는 각종 폭력적인 혹은 선정적인 농담들을 허세있게 따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유행처럼 잠깐이라고 생각합니다. 유행어를 따라하는것과 다를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이 아이의 가치관에까지 크게 영향을 미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모든 아이들이 모든 영화를 볼수 있도록 심의기준을 낮추자는 이야기를 하는건 아닙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이러한 결과물에는 그 나라의 문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의 교육의 내용과 상황, 인식, 윤리관 등에 비추어본다면 데드풀은 청소년관람불가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까놓고 이야기한다면 등급을 심사하는 주체와 그 조직의 성격, 심사자의 특성, 심사기준의 구태의연함, 표현의 자유의 침해 등등,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많으나 이 글의 논지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관계로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오늘 아이가 영화를 보고 오면 붙들고 일장연설은 말아야지 다짐해 봅니다. 그래서 이곳 스팀잇에 이렇게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황금연휴인가요? 데드풀 2 재미나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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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은 꽤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주인공이 쉬지 않고 뺏는 대사가 제일 재미있는데 영어라서...

제대로 번역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냥 봐도 괜찮습니다. 영화보다는 현실이 더 난리라서 아이들이 더 한 것도 경험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영화보다 현실이라는 말이 맞는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에게 얼마나 현실이 각박할까요 ㅠㅠ

보통 R등급이면 국내에서 청소년관람불가이기에 해외에서도 같은 의미인가 싶었는에 완전히 다른 의미였군요...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건 알았지만 정말 새로운 지식이었던 것 같아요! 오오... (잠수아닌 잠수를 타다가 이제서야 댓글을 달아서 뎨동합니다... 흡)

제대로된 교육이 충분히 수반이 되었다면 괜찮을것 같아요.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그러한 교육없이 성에 폭력에 미리 노출되어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쉽게 접하는 게임이 더 폭력적이고 성적인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도 게임이야기를 할까하다가 말았어요. 훨씬 개입도가 높다보니 영향도 클것 같아요.

음... 데드풀2는 안봐서 모르겠지만 저는 데드풀1이 좀 징그럽고 그래서 재미있는지는 모르겠더라구요.ㅎㅎ;;;
그래서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영화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징그러우셨어요? 사실 전 영화가 기억이 잘 안나요... 그런걸 보면 그닥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건데요...

데드풀2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데드풀1을 봤을 땐 특유의 미국식 유머(공격적이고, 성적인 조크)를 잘 살린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음악등 다양한 문화가 세계화 되면서 대중의 이목을 끌기위한 소비문화들이 지나치게 과장된 욕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왜곡된 인식과 관점을 형성 할 수 도 있는 문화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만큼 어른들이 이러한 현상과 관점들을 지적하고 환기 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지 방법에 관한 교육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들의 몫이죠.

엇~ 어제 데드풀1을 보았어용. 2를 보기위해!
이렇게 보고나서 스팀잇에서 글을 만나니 반갑네용. ^^ 아이들이 보기엔 헉. 저도 보다 막 티비 볼륨을 급히 줄였거든요. ㅎㅎ 막 삭둑삭둑 잘려나가고.. 외국에선 부모 판단여부로 볼수있군용~ 성교육도 참 다르구요! 2는 일욜에 보러가려구용.

나이로 딱 정하기보다는 부모가 아이를 보고 판단하는게 맞다라고 하는거죠. 어제 우리 아이하고 이야기하면서 데드풀을 보면 안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애가 보기에도 걱정되는 친구들이 있나보더군요.

그냥 지나갈 생각이었는데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영화보시고 이야기 들려주세요~ ㅎ

저도 13살 아이가 봐도 괜찮을지 고민되었는데 제시카님의 교육이면 괜찮을듯 싶네요. 그리고 막는다 해도 막을수 없는거니깐요. ㅎㅎ

만 13살입니다. 한국나이로는 14살 또는 15살이고 중 1이나 중2에 해당되죠. 좀걱정되는 나이이긴 합니다.

주변 환경의 차이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의 성이 폭력.. 특히 성에 대해 터부시하는 모습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긴 합니다

요즘은 많이 달라진것 같던데요. 드라마만 봐도 많이 개방된듯해요. 시청률을 노린건가...? ㅋ

방금막 보고왔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주제네요. 문화를 아동들에게 마냥 감추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아요

아동보다는 청소년이 맞지 않을까 합니다. 영화 재밌게 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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