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한테 배우는 생존술(4)-상처와 치유(#65)

in #kr-pet6 years ago (edited)

고양이는 사냥을 참 잘합니다. 태어나길 유연하게 태어난 것도 있지만 고양이가 자기 관리를 잘 한다는 걸 이전 포스팅에서 세 번에 걸쳐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아프거나 다치지 않을까요? 결코 그렇지가 않습니다. 사냥하다가 다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떻게 치료를 할까요?

조금 극적인 보기를 들겠습니다. 몇 해 전에, 우리 고양이를 어쩔 수 없이 중성화수술을 했습니다. 새끼를 낳을 때마다 분양하는 것도 큰일이거니와 발정이 났을 때 이웃들한테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지요.

다들 알다시피 수술이란 보통 일이 아닙니다. 배를 가르고 다시 꿰매는 거니까요. 상처도 보통 상처가 아닙니다. 전주까지 가서, 수술을 잘 마치고,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약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밥도 먹지 않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멸치마저 먹지 않습니다. 그저 굶더군요. 물만 먹고. 잠을 많이 자더군요.

잠에서 깨어나면 틈틈이 상처 부위를 혀로 핥습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혀로 털을 잘 관리하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상처를 혀로 핥는 데는 과학의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바로 ‘침의 과학’이라 하겠지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침의 역할은 소화와 밀접하게 관계됩니다. 소화효소가 분비되어 음식을 맛나게 느끼게 하며, 소화가 잘 되게 합니다.

하지만 침의 역할은 더 많습니다. 독이나 세균을 정화하는 역할입니다. 사실 모든 음식 재료는 음식 이전에 자기 보존을 위한 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씨눈이 살아있는 현미가 그렇습니다. 자기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무장을 하고 있는 거지요. 잎도 줄기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현미가 무조건 좋은 게 아니라 그만큼 오래 잘 씹어야하는 거지요.

음식을 잘 씹는다는 건 침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침이 바로 독을 중화하게 됩니다. 침이 잘 안 나온다는 것은 같은 음식을 먹고도 맛을 잘 못 느끼게 됩니다. 갈수록 시중에서 파는 음식들이 자극적으로 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같은 사람이라도 배가 고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입안에 절로 침이 고일 때 음식을 먹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침만 잘 나오면 거의 모든 음식이 다 맛있습니다.

예로부터 민간요법 가운데 하나가 벌이나 쐐기 벌레에 쏘였을 때 침을 발라줍니다. 이 역시 침이 갖는 살균력 또는 면역력을 활용하는 겁니다. 고양이가 수술로 생겨난 상처 부위를 침으로 핥는 건 현대 의학으로 말하면 곪지 않게 소독약을 발라주는 거와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내친 김에 좀만 더 나아간다면 연인끼리 진한 키스는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말로만이 아니라 침으로 서로 녹이고, 보완해주는 과정이라 하겠습니다.

침의 과학은 이것 말고도 제가 모르는 게 훨씬 많으리라 봅니다. 다만 확실한 건 소화만이 아니라 치유와 사랑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는 겁니다.
일괄편집_황홀한 뽀뽀.jpg

단식 역시 상처를 치유하는데 아주 중요합니다.

아프거나 상처가 나면 입맛이 없어지는 게 자연스런 몸의 이치입니다. 왜냐하면 상처에 집중하자는 몸의 신호거든요. 아픈 데 음식이 들어오면 위와 장은 어쩔 수 없이 소화를 시키기 위해 작동을 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상처를 치유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분산되는 거지요.

단식은 몸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에도 마찬가지로 도움이 됩니다. 마음을 많이 다치면 음식이 당기지 않습니다. 입이 말라, 침이 잘 나오지도 않습니다. 당연히 식욕이 없습니다. 이럴 때 굳이 보양식을 먹기보다는 차라리 굶는 게 좋습니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마음을 추슬러야합니다.

고양이는 배운 적도 없는 데 기꺼이 단식을 합니다.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거겠지요. 저희는 하루쯤 안 먹겠지 했습니다. 그런 경우를 가끔 보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단식은 길어지더군요. 이틀이 지나도록 아무 것도 먹지 않으니 슬그머니 걱정이 됩니다. 병원에 연락을 해도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수밖에. 꼬박 3일을 굶더니 그제야 먹더군요. 상처가 아물었습니다. 놀랍습니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바로 고양이한테도 그대로 적용되더군요.

고양이는 보통 때도 잘 자지만 수술 뒤에는 어찌 그리도 잘 자는 지. 잠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는 길게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이야기를 종합해서 다시 정리하자면 고양이가 아픈 몸을 치유하는 데는 세 가지. 침으로 핥기, 단식, 잠이 되네요.

참고로 이 글은 현대의학을 부정하거나 보양식이 가진 장점을 부정하자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 역시도 가끔 치과 치료를 받으며, 위급하면 병원에 달려갑니다. 다만 자연스런 고양이 몸짓에서 일상의 영감을 나누고자 하는 데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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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이란 정말...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가혹헌것 같습니다. 동물들은 아플텐 먹이를 끊고 잠으로 회복하더군요.

몸에 되도록 칼을 안 되고 살아야하는데^^

they loved each other with passion:)

침은 진통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면역기능을 높여주기도 한다고해요.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침이 잘 나오는 아기들이 부럽더라고요^^

ㅎㅎㅎㅎ 아무래도 후천보다는 선천에 가까워서 그런가 봅니다~

저도 힘들땐 밥보다 잠을 택합니다.
지금은 그것도 어렵지만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밥은 며칠 굶어도
잠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지요^^

저도 아프면 하루 그냥 굶고 물만 마시고 잠을 많이 자는 편이에요!! 전생에 고양이었나 봅니다 ㅋㅋㅋ

고양이들이 전생에 파치아모님 아닐까요? ㅋ

헐;;; 발상의 전환 ㅋㅋㅋ

진짜 좋은 방법이네요.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네요.

잠이 보약 맞습니다. 며칠 제대로 자지 못했더니 머리에 원형탈모 생기네요.ㅠ.ㅠ

저런. 업무가 많나보군요.
주말이라도 푹 주무시길^^

고양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녹아든 글 속에서 건강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 하네요. 강아지들도 아프면 좋아하는 음식도 마다하고 구석으로 들어가 며칠이고 잠만 자다 나온다고 하지요. 약간의 침으로 개미도 즉사, 암세포도 무서워한다고. 단, 갑자기 섣부른 자가 치유 시도는 무척 위험할 수 있겠지만.

머리 속 생각보다 몸의 신호와 가슴속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 흐르듯... :)

물론입니다.
자신의 몸과 마음에 귀 기울이는 법을
조금이나마 배워가는 거라고 할까요?

지금 저에게 딱 필요한 ㅋㅋㅋㅋ 단식과 잠
감사합니다 잘 보았어요!

고맙습니다.
잘 치유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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