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내 꿈은

이 계정의 첫 글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20세기 소년을 처음 다녀온 후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을 그대로 올려야 하나, 그걸 시작으로 내가 갔던 지난 기록을 뒤늦게라도 정리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편하고 즐겁게 부담 없이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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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늦은 새벽에 글을 쓰게 된 것은 잠이 오지 않기 때문이고, 그것은 오늘 다녀온 20세기 소년의 방문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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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친동생을 데리고 20세기 소년에 갔다. 소중한 사람들에게 내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소개해주는 일이 무척 긴장되었으나, 다행히 모두 따뜻하게 동생을 맞아주었다. 동생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자기가 가장 많이 한 말이 '우리 언니 좀 잘 부탁드려요'였다고 했다. 그런 말을 듣는 게 어쩐지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게까지 내 생각을 하는 동생의 모습에 뭉클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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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만 지나면 원래의 백수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 자주 20세기 소년에 가서 그토록 갈망하는 아침 뮤직을 만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 했지만, 요즘은 정말로 예상치 못한 곳곳에서 새로운 일이 생긴다. 그 여파로 아직 한 번도 아침에 20세기 소년을 방문한 적이 없다. 요즘은 수시 기간이라 레슨까지 늘어 아침에 레슨을 마치고 20세기 소년에 가는 것이 최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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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나름의 원칙이 있다면 아직 작업을 하긴 힘든 상황이나 한 번도 노드를 열지 않고 돌아오는 일은 없게 하는 것이다. 몸이 정말 아팠던 지난 월요일(나는 엄살도 있고 자주 아프기도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말로 아팠다) 굳이 20세기 소년을 방문했던 것은 그날이 나 스스로 작업을 시작하기로 정했던 날이기 때문이었다. 그곳을 다녀온 후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쓰러졌으나, 사람들과 몽롱한 연주를 나눈 일이 나에겐 무척 큰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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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장소에서 키보드를 치는 일이(그것도 연주가 아니라 연습이라는 게) 내 상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얼마든 해도 좋다며 매장에 나오는 음악을 꺼주기까지 했다. 헤드폰을 사면 앰프로 소리 내는 일은 거의 없게 할 생각이지만 손님이 있는데도 마음껏 연주해도 좋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나를 정말로, 정말로 따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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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 도착한 후엔 젠젠 언니에게서 오늘의 사진과 영상이 카톡으로 왔다. 그걸 시작으로 언니와 짧은 대화를 나눴는데, 대화 중에 언니는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고, 건강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에 울컥. 나만의 생각일까? 이곳에 있는 모두가 내가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건강해지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 그들은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기꺼이 내놓으려 한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받아본 적 없는 사랑 속에서 또다시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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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7b13의 배경인 나의 손은 큰 홀에서 열린 공연 사진이다. 그때 나는 화려한 화장을 하고 드레스를 입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리허설 때 그랜드 피아노를 치는 내 모습을 전문 작가가 와서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것은 어떤 면에선 꿈의 무대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늘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로 괴로웠다. 그런 과거를 등지고 나는 스팀 시티를 선택했다. 처음부터 예상한 것은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

내게 편한 옷을 입고, 가장 편한 모습으로, 상상치도 못했던 빨간 키보드 앞에 손을 올린 모습으로 나는 새롭게 기록된다. 나를 보는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과 사랑을 고스란히 느낀다. 너무 큰 행복 앞에서 나는 자주 망설이게 되고 겁을 내게 되지만, 이곳에서라면 정말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보게 된다. 어쩌면, 내가 언제나 바라오던 것. 내가 느끼는 세계를 음으로 표현하고, 그것이 사람들에게 닿아 위로가 되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