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겨울 나무들이 떨고 있다
추워서도 허탈해서도 아닌
봄마다 움트는 이파리가 대견해서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꽃잎에 눈을 떼지 못해
보이지 않던 뿌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파리를 주고
그렇게 자랑스럽던 꽃을 피운 건
흔들리는 가지가 아니라
땅속에 숨어있는 뿌리였다
한 번도 칭찬 받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는
뿌리가 해낸 일이었다
우리에게도 너무 쉽게 잊고 사는
뿌리가 있었다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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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가 있었지요.
언제든 다시 피어나게 해 주는 힘.
뿌리가 있어 이 겨울을 살아냅니다.
나무들처럼...
그곳의 겨울도 아름답지요? 바다와 철새들과 어우러지면서,
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