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실 옆자리 사람이 짐을 뺐다.

in #kr7 years ago (edited)

KakaoTalk_20180103_002902411.jpg
정확히 말하면 내 대각선 뒷자리 실원이 짐을 뺐다.

분명 어제 밤까지 자리에 있었는데 오늘 아침 가보니 텅 비어있었다.

그 사람이 준비하던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집에서 공부를 하려는 것인지 아님 막판에 학원에서만 공부하려고 하는것인지는 난 알 수 없었다.

난 그 사람의 이름도 성도 모른다. 나이도 모른다.

지난 수개월동안 매일 얼굴을 봐왔지만 단 한번도 말을 섞어보지 않은 사이일 뿐이다.

하지만 기분이 묘하다. 왠지 모를 서운함이 몰려든다.

서운해 할 것이 없는 것이 맞는 사이일텐데도 서운함이 든다.

그냥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해주고 가지는. 아님 포스트잇 한장이라도 주고 가지는.

그 사람도 짐을 빼면서 나의 자리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을까. 아님 무거운 책을 옮기느라 바빳을까.

내가 오지랖이 많은건지 아님 그냥 요즘 외로워서 옆자리 사람들한테라도 정을 주는건지 모르겠다.

그 사람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Sort:  

저와 비슷한 상황에 있으시군요. 저도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크게 공감됩니다.
저는 10개월 정도 독서실을 다니다가 5개월 전부터 집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매일 마주치지만 대화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괜스레 친밀감이 느껴질 때도 있고 서운할 때도 있더라구요.ㅎㅎ
(팔로우 하고 갑니다.)

고등학교 때 방학이 되면, 한달 정도 단과학원을 다녔지요. 다들 친구들 삼삼오오였지만 저는 혼자였어요. 화학 수업을 들을 때 항상 제 바로 앞 대각선 자리에 혼자 앉는 여학생이 있었지요. 머리를 이쁘게 땋아서 한번씩 뒷문을 바라볼 대 옆모습이 보였는데 하얗고 눈이 큼지막한 얼굴이었죠. 3주 정도 매일 같은 자리, 같은 거리에서 수업을 들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주에 보이지 않더군요. 수업을 듣다가도 몇 번이나 뒤돌아 봤는지 몰라요. 막연하고 딱히 합리적 이유를 대기 어려운 허망함과 아쉬움. 비슷한걸까요? ^^

맞아요! 그런거 같아요 딱히 그럴 이유는 없는데 그런 감정이 밀려드는 그런 기분이네요.
카우보이비밥님도 그 때 많이 아쉬우셨을거 같아요..ㅠㅠ

놀이공원에서 길게는 두시간씩이나 기다려야하는 놀이기구를 타려고 줄을 서죠
그러다보면 제 앞뒤사람들과 어느새 친해져서 수다를 떨어요 그리고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꽤 오래가더라구요.

우와ㅋㅋㅋ 대단하시네요ㅋㅋ 전 몇달을 봤어도 인사한번 안했네요..

근데 막상 사라지니 서운하고..

어느순간부터 정이 차곡차곡 쌓이셨나보네요:)

정이 많으시군요~~
외로움 타지 마시고 열중하시고 좋은 결과 기대해요~~~

응원감사합니다!

관계에서 크고 거창한 것은 바라지 않더라도
오히려 소소하고 작은 일들로 상처를 주고받곤 하는 것 같아요.
에고 저라도 섭섭했을 것 같아요...

전 그 사람하고 관계라고 할만한 사이도 아니었는데 그러네요 ㅠㅠ

좋은 말씀 감사해요 엔젤민님.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뵈어요. 시험 준비하시느라 심적으로도 많이 힘드실 것 같네요.
고생 많으십니다. 화이팅 하셔요^^
스티밋에 저를 포함하여 @yhna님을 응원하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네요.^^ 좋은 밤 되셔요~!

답글이 늦었습니다 커피아재님 ㅠㅠ 늘 응원 감사드립니다. 더 열심히 할게요!

익숙함에서 오는 허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 저도 예전에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길가다 우연히 마주쳤는데 저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를 하니 상대방이 당황하시더라구요 ^^;;

독서실 밖에서 보면 인사라도 해야될거 같은 기분 저도 들었어요ㅋㅋ 비슷하네요

힘내세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래요....도움이 될만한게 없어서 응원의 말만 던지고 갑니다. ㅠ.ㅠ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독서실이라는 공간에 대학 시절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오래 있어본 적은 없지만 다른 목표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방식으로 노력하던 사람이 그 자리에 없다는 느낌은 어떨지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yhna님이 마음이 착하셔서 그렇게 느끼는 거에요, 요즘은 다들 각자 살기바쁘다고 다른 사람 생각 안하거든요~ 사람들의 마음이 강팍해 져서 그래요~ @yhna님은 분명 마음이 따뜻한 분이실 꺼에요^^

Coin Marketplace

STEEM 0.21
TRX 0.20
JST 0.033
BTC 92098.56
ETH 3097.80
USDT 1.00
SBD 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