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의 초대 - 7. 장자 [莊子]의 매력적인 남자 '애타타'
장자 [莊子]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에서 '애타타'는 추남이지만 덕을 갖추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따르는 매력적인 사람으로 기록되어져 있다. '애타타'는 못생긴 추남인데다, 곱사등이였고 어리버리한 행동에 남을 구제해줄 만한 권세나 명예도 없었고 재산도 무일푼인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학식이 있고 지식이 높으냐면 그런것도 아니고, 남을 이끌어갈 만한 지도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대인으로 평가하자면, 명문대 스펙도 없고 재능도 없고 외모도 볼 것 없고 집안도 볼 것 없고 언변도 없고 몸도 둔하고, 뭐하나 제대로 내세울만 한 것이 단 하나도 없는 병신중에 병신이요, 거지 중에 거지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세상의 모든 남녀가 그의 앞에 모여들고,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며, 공적이 없어도 임금께서 친히 나라를 맡기고 싶어할 정도였다고 한다.
장자 [莊子]가 이 글을 쓸 때의 시대상황이 어떠했는지, 그 당시의 문화관습이 어떠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오늘날의 상식적인 관점으로는 허무맹랑하고 믿기지 않는 이야기 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도 장자 [莊子]는 자신의 사상을 설파하기 위해서, 그의 책에서 '애타타'라는 비현실적인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깊게 따져볼만한 것이 있다. 과연 매력적인 사람이라는것은 어떤 것인가? 에 대한 철학적사유의 소재를 생각해볼만 하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나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사실상 학벌 권위 외모 재물 모든 것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어서 인기를 얻어보려는 열망에서 부터 기인한다는 주장에 부정할 사람은 없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잡아끌어서 인기를 얻고 싶어한다는 것, 이것이 사실은 사랑의 갈망이고 사랑을 바라는 욕구이다. 인간 존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존재의 이유가 사랑의 충만함을 갈망한다는 것은 부정하지 못하는 진리이다. 그런데 춘추전국시대의 장자 [莊子]는 사람들에게서 인기를 잡아끌 수 있는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하기를, 德(덕)이 충만하게 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장자가 생각하는 德人(덕인) 혹은 德充人(덕충인)이라는 개념은, 세속과 거리를 두고서 자연속에서 유유자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장자의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의미는 마치 오늘날의 인기연예인처럼 사람들 속에서 인기를 얻는 사람이다. 장자 [莊子]에 등장하는 애타타는 그 대표격인 인물인데, 그와 함께 지낸 사내들은 그가 그리워서 그의 곁을 떠나지 못하였으며, 그를 본 여자들은 ‘다른 이의 아내가 되느니 차라리 그 분의 첩이 되겠다.’고 간청을 할 정도였고, 그 여자의 수가 몇 십 명인데도 그렇게 첩이 되고 싶어하는 여자가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정도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 또 있었을까 싶다.
중국고전에 등장하는 가공의 인물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그 현실성을 깍아내릴 수는 있겠지만,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역사상 가장 매력적인 남자였음에 틀림이 없으리라. 장자의 '애타타'가 왜 그렇게도 매력이 있었는지 공자[孔子 ]의 입을 빌려서 해석하기를 , ‘재능이 완전하고 德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才全而德不形)’ 이기 때문에 그토록 매력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재능의 완전함(才全)과 덕이 드러나지 아니함(德不形)"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요소라는 것이다. 애타타는 재능이 전혀 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등장을 하는데, 재능이 완전하다는 것은 또 무슨소리일까?
이것 역시 장자는 공자[孔子 ]의 입을 빌려서 해석하기를,
죽음과 삶, 보존과 패망, 곤궁함과 영달, 가난함과 부유함, 현명함과 어리석음, 치욕과 명예, 배고픔과 목마름, 춥고 더움 따위는 사물의 변화이며 천명이 유행하는 것입니다. 밤낮으로 앞에서 교대하는데, 인간의 지능으로는 그 시작을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때문에 마음의 평안을 어지럽히기에는 부족하며 마음속에 들어오지 않게 해야 하며, 그런 변화로 하여금 조화되고 즐겁게 하여 막힘없이 통하게 하여 기쁨을 잃어버리지 않게 해야 하며, 밤낮으로 쉴 새 없이 만물과 더불어 따뜻한 봄과 같은 관계를 이루어야 하니 이것은 만물과 접촉하여 마음속에서 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재능이 완전하다고 합니다.”
장자가 주장하는 재능의 완전함이라는 것은, 삶과 우주만물의 변화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만물의 변화와 함께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삶과 죽음, 가난과 부귀, 치욕과 명예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고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하니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언제나 유지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가까이 할 사람 멀리 할 사람식으로 구분해서 상대하지 않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하니, 사람들에게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장자가 생각하는 재능의 완전함이라는 의미는 현대적인 개념과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학적 예술적 문학적 체육적 재능이든, 어느 한 가지 남들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뽐 낼 수 있어야만 "재능이 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장자는 우리같은 범인들이 생각하는 관점과는 전혀다른 측면에서의 재능이라는 의미를 생각하였나보다.
그리고 " 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아니함(德不形)"에 관하여 다음 같이 설명을 한다.
“평평한 것으로는 정지하고 있는 물이 가장 성대합니다. 그것이 기준이 될 수 있으니, 안에서 잘 보전되고, 밖으로 波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德이란 완전한 평정을 닦은 것입니다. 德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떠날 수 없습니다."
덕이 드러나지 아니함이란 물이 고요함을 간직하여 흔들리지 않음을 의미한다. 물이 고요해야 사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鑑於止水(감어지수), 明鏡止水(명경지수)의 경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이 드러나지 아니한 사람은 成心(성심)즉 선입견 편견 없이 사물을 보고 대하는 사람이다. 그러니 모든 사람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어떠한 사람도 배척하지 않고 모든 사람을 포용한다. 그러하니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덕이 충만하여 드러내지 않는다? 쉽게 이해가 될 듯도 안될 듯도 하다.
흔히 덕을 드러내고 덕을 베풀라는 말은 많이 들아보았어도 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말일까 궁금한데, 이것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아마도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덕의 베품을 경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이분법적인 판단으로 어느 누구는 잘 대하고 어느누구는 멀리하고를 하지 않는 것을 덕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으로 주장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자가 생각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오늘날의 우리같은 범인들이 생각하는 학벌좋고 인물좋고 출신좋고 스펙좋은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야말로 겉모습이 아니라 내적인 덕의 충만함을 의미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다소 우리의 통상적인 개념들과는 차이가 있다. 장자가 생각하는 덕이 충만한 사람은, 사물을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다른 사람을 억지로 가르치고 이끌려고 하는 법이 없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이러한 삶의 태도가 매력적인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솔직히 우리는 그 경지를 옳게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사람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라는 것이 엄청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기는 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무엇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 그리고 각 상황마다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하는지 ,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내 마음의 평정심을 또 어떻게 유지해나가야 하는 것인지를 깨닫는 것이 진짜 성장이고 확장이 아닐런지???
정말 너무나 좋은 글입니다. 저의 경우 오랫동안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이 사람들은 사람을 존재 자체로 보지않고.주변에 것들로 판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업이나 학벌이 분명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님에도 말이지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서 진정한 재능이란 사람을 그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덕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또한 그런 사람이되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글도 리스팀하겠습니다.
우와~~ 리스팀까지나, 고맙습니다.
리스팀 받아보기는 처음이네요,,,
사실은 제가 가장 관심 있어하고 오랫동안 관련지식을 쌓아온 분야가
사상 철학분야라서요, 앞으로도 이런 분야의 글을 중점적으로 많이 올릴
계획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정말 진심으로 좋은글 써주셔서 제가 감사할 따름입니다. 철학과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쉽게 시작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써주신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지루할 틈 없이 읽어 내려갔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리겠습니다.
학교 다닐때 장자를 좋아해서, 한참 책을 많이 봤었는데, 오래됐네요~ 오랜만에 좋은 말씀 잘 읽고 갑니다.
장자를 좋아하셨군요.
장자의 내용이 처세술과 도덕적인 내용들이 많아서
교훈적이고 배을 게 참 많지요.
모든 사람을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면 우선 자기의 그릇이 아주 커야겠어요.
네 맞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눈높이라는 것은 결국은 나의 그릇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장자를 처음 대할때 너무나 벅차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요유 편을 읽으면서부터 심호흡을 하게되고
이런 사상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살고 있었구나 하던 감동
그로부터 좀더 자세하게 여러번 정독을 하고
나중에는 십년에 한 번씩은 꼭 읽어야지 했었는데
그냥 욕심으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어디서 장자라는 말만 나오면
더 할 말도 없이 그냥 심장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정도면 병이지요
동양철학 중에서도 장자를 으뜸으로 꼽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읽어보니까 참 그럴만 하더군요.
인간의 올바른 마음과 처세술에 대해서 정말 잘 설명해놓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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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게 읽어볼 만한 내용이군요.
장자의 사상은 현대 사회에서 더욱 큰 의미를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네, 장자는 정말 깊이있는인간 처세와 덕목의 내용들이지요.
좋은 글 꾸준히 올려주세요. 알아보는 이는 알아봅니다.^^
네, 좋은 글을 알아보는 사람이 분명히 늘어날거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