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름다운 강산

아름다운 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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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틀 연속으로 볼멘소리를 내뱉었으니, 오늘은 우리 사회가 가진 좋은 점을 밝혀 보자. 사람이 부정적인 면도 보고 긍정적인 면도 보고 살아야지. 일주일 내내 어두운 기운을 뿜고 있으면 인생이 불행해진다. 게다가 사실 나는 우리나라와 우리나라 사람들을 참 좋아한다. 한 번씩 흑화할 뿐.

우리는 이 땅 위에 우리는 태어나고
아름다운 이곳에 자랑스런 이곳에 살리라
찬란하게 빛나는 붉은 태양이 비추고
파란 물결 넘치는 저 바다와 함께 있네
그 얼마나 좋은가 우리 사는 이곳에
사랑하는 그대와 노래하리

   내가 나고 자랐고, 사랑하는 여러분들이 있는 이 곳이 어찌 싫겠는가.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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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나에게 우리 사회의 어떤 점이 가장 좋으냐 묻으면, 나는 평화로운 사람들이라고 답하곤 한다. 사람들의 근면한 성격도 좋고 그로 이룩한 경제 성장도 좋지만, 나는 왠지 우리 사회에 깔려 있는 비폭력의 전제가 참 좋다.

   이는 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꼭 나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아일랜드에서 온 친구 하나는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 싸움 구경을 할 수 없는게 참 신기했다고 했다. 자기네 동네에서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주먹 다툼을 볼 수 있고 패싸움도 심심치 않게 구경할 수 있다고 했다(원래 아일랜드가 술과 싸움으로 좀 유명하긴 하다). 그리고 그 얘기를 들은 중앙아시아 국가에서 온 한 친구는 일주일이 뭐냐며 자기네는 거의 매일 싸운다고 했다. 술집만 가면 그날 싸우는 것을 100% 볼 수 있다고 자랑스레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성을 높이며 “어어 치겠다?”라든지 “때려봐 때려봐”라고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단다. “그냥 때리면 되는 것을...”이라고.

   그렇다고 우리의 이 같은 비폭력주의가 수컷다움이 부족해서라든지 강자에 대한 비굴함에서 오는 것도 결코 아니다. 우선 우리 사회는 폭력을 수컷다움의 한 표현으로 보는 것보다 무식함의 표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더욱 강하고, 비굴하기는 커녕 주먹만 오가지 않을 뿐 말싸움은 또 그렇게 열심히 한다. 억센 고집쟁이들이 자기 뜻을 굽힐 생각은 없지만, 그것을 폭력으로 관철시킬 마음도 없다. 나는 아무리 답답한 고집불통이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서 폭력을 당연스레 배제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다.

디스토피아의 사법과 유토피아의 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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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사람들의 평화로운 심성은 사법 제도에서 잘 드러난다. 본래 어떠한 시스템도 완벽한 것은 없고 오직 문화에 적합한 것만이 있는지라, 사법 시스템은 폭력에 관한 그 공동체의 문화를 충실히 반영하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와 접점을 이루는 경찰권 발동이라면 그 특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를테면, 폭력적인 공동체에게 더 필요한 경찰의 덕목과 평화로운 공동체에게 더 필요한 경찰의 덕목은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 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강인한 신체와 카리스마가 요구된다면, 후자의 경우에는 국민의 권익을 위하여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범죄 혐의를 논변할 수 있는 법률 지식이 더욱 요구된다. 현대 법의 이상은 “100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전자에서는 100개의 범죄가 만드는 무질서로 1명의 억울한 사람에 쏟을 여력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후자에서는 더 나은 형편상 이상을 추구해야 마땅하여, 그에 따라 강조되는 덕목이 달라지는 까닭이다. 물론 경찰 조직이 모든 능력을 갖춘다면 최상이겠으나, 인간 능력의 제약상 더 강조되는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비폭력적 성향에 따라 명백히 후자에 가깝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경찰관의 지시 혹은 체포에 고분고분한 편이며, 경찰관을 공격할 생각을 쉬이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경찰관이 일반 시민을 대하는 태도는 여느 나라에 비해 친절하며, 공권력 사용을 제약하는 기준 또한 매우 엄격하다. 일상적으로 높은 수준의 폭력에 노출됨으로써 고압적인 태도와 과잉진압의 문제를 겪고 있는 미국 경찰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며, 깡패보다 더 무섭다는 러시아의 경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의 영화 「저지 드레드」에서 판사가 직접 현장에서 범인을 체포하고 사형 선고를 내리는 장면은 이 같은 관점의 한 쪽 극단을 잘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도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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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찰은 때때로 사명감 부족과 적당주의로 많은 욕을 먹고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수준에 발맞추어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뜻있는 경찰관들에 의해 경찰 수사는 무고한 시민을 신문하던 가학수사에서 증거 중심의 과학수사로 바뀌었고, 그 역량 또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섰다. 형사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던 조사 대기용 쇠창살도 뜯어낸지 오래이며, 조직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경찰의 직무에 대한 인식도, ‘군은 밖을 경은 안을 지킨다’는 식의 관점에서, 국민에게 치안·사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서비스의 관점으로 바뀌었다. 이제 절도·폭행 등 사건 접수를 한 피해자는 담당 형사로부터 사건 진척에 대한 알림을 문자로 안내받고, 어떠한 권리 구제 방안이 있는지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사회가 가진 폭력에 대한 거부감은 높은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고, 다시 긍정의 되먹임으로 경찰 공권력에 작용하여 국민의 권리 보장에 기여하고 있다.

   여기까지 지난 푸념을 상쇄할 우리나라와 옛 회사의 칭찬을 한 방에 늘어놔 보았는데 앞으로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야겠다. 올라오는 마음에 욕하고 나니 은근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런 글을 또 적게 된다.

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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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그리고 스팀 가격이 떨어지면서 나도 드디어 보팅바가 생겼는데, 이거 좋아하기도 그렇고 싫어하기도 이상한 묘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