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황당무계한 서예인생 1부

in #kr7 years ago

1988년 8월 15일- 나는 붓을 처음 잡았다.
태평양에서 화장품 용기 디자인이나 하고 있기에는 내 창조적 똘추기질이 자꾸 내 꼬리뼈를 흔들었다고나 할까?
한 3년 쯤 해보고 재미있으면 평생 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해보니 미치도록 재밌네?
그래서 쭈우우욱 서예를 했다.

(잉...옛사진을 디카로 찍으려니 일케 뽀얗네. 스캐너가 없어..ㅡㅡ;)

한 300년은 해봐야 붓을 타고 창공을 나르게 되지 않겠나- 싶었다.
너무 겸손한 계획인가?
그때 희한한 난, 참 특이한 비전을 보고야 말았다.

꿈이었을까....?
내 글씨가 쓰여져 누군가의 집에 걸리면
배고픈 이는 배가 부르고,
멀어진 부부가 가까워지며,
가난한 이는 풍요로워지고,
아픈 이는 병석을 박차고 일어서게 되는...
그런 비전을 본 것이다.
나중에는 허공에 글씨를 써서 결계를 치기도 하고
사람의 척추와 경락에 글씨를 휘갈겨 쓰기도 했다.
차크라에 글씨를 새겨넣기도 하며...
사람을 살리는 이러한 서예를 뭐라 부른단 말인가?

스스로도 황당해하는 내게 네 글자가 떠올랐다.

{활인신필!}

난 병아리주제에 그런 전무후무한 서예의 꿈을 가진 것이다.
뭐 꿈을 가지는데 드는 가입서류나 비용은 없었으니깐...

붓 잡은지 1년밖에 안된 내가 서실을 내고...(확실히 난 똘추다!)
대기업에 출강을 나가서 겁없이 가르치기 시작했다.
빨리 가르치다보니 빨리 늘긴 했지.^^
당시엔 작은 눈에 불을 켜고 독수리가 먹잇감을 노리듯이 글씨를 썼다.
악비장군이 전쟁터에서 창을 휘두르듯이 쓰려고 밤낮을 붓과 씨름했다.
새벽에 서실에서 홀로 글씨를 쓰다보면 등 뒤 벽을 타고 쥐들 가족이 이동하는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당시 글씨를 쓰는 마음은 이렇듯 치열한 싸움이었다.
2001년이네? 그 무렵의 심정이 그림에는 고스란이 나타난다.

여초선생님, 심은선생님께 붓의 정신과 길을 배우고
석창선생님께 문인화의 길을 배우고
진태하박사님께 문자학을 배우고... 참 스승복은 있었다.
세월이 쌓이니 국전작가도 되고, 경기도 추천작가, 초대작가, 운영위원도 되고, 각종 대회 심사도 나가게 되었지만...
비육지탄이 시작되었다.
이제 글씨는 잘 쓴다. 그래... 니 잘 쓴다.ㅡㅡ;
그런데 활인신필은 이뤘나?
니 글씨가 그런 사람 살리고 공간을 살리는 기운과 향기가 있드나 말이다?

아직 아니었다. 이런 된장!

당시 글씨를 쓰는 마음은 이렇듯 치열한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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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니던 국민학교시절에는 서예를 많이 하는 추세였는데
(저도 한3년정도 다녔던것같아요 일주일에 한번정도)
요새 아이들은 서예하는걸 거의 못본것같아요 ㅠ ㅠ

앗! 구,국민학교를 다니셨나요? 초등학교가 아니고? 그럴 수 가....
아이스크림 쥔 손은 젊디 젊었는뎅...
맞아요. 요즘 서예하는 아이가 적죠.
그래서 이왕 없는것-새로운 기치를 올려보자-하여 서예명상을 만들었어요.^^

멋지네요.
먹의 번짐은 예측이 힘들 것 같은데
많이 하면 그 번짐까지도 계산이 되시는 건가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ㅎㅎ

반은 계산되고요. 너무 번질거로 느껴지면 붓이 종이에 닿는 순간 -속도를 냅니다. 그리고 반은......................예측불허이기도 합니다. 특히 그림에서는요.
그럴 땐-그 흐름에 맡기며 그림을 운용하기도 하지요.

아 그렇군요. 답글 감사합니다.
자연이 함께 만드는 느낌이네요

멋집니다 ^^

국전 입상작가 글을 공짜로 보는 복이 스팀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유 무슨 말씀을~^^;;; 다 알고보면 각 부분의 일가를 이룬 분들일거에요. 물론 소요님도요.
지금 문득-소요님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돌아보시겠어요?

정말 매력적입니다. ^^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붓을 잡으셨군요! 엄청난 내공의 소유자십니다. ^^ 저도 어렸을 적에 잠깐 서예를 배웠던 적이 있는데 항상 @tata1 님의 포스팅을 볼 때마다 멋진 작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돌아보면 아주 뜨겁게 나를 불사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 내게 조언해준다면........
'뜨겁든지 차든지 하렴 타타!'

프로필과 더불어, 생동감 넘치는 소싸움에서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 느껴집니다. 잘보았습니다~^^

그 당시엔 뭐가 그리 경쟁적이었는지...ㅎ
지금 여기 스팀잇 가족들을 보면 ......참 높은 수준에 이른 세계라는 느낌이 듭니다.

저는 주로 수정이많은 그림을 작업하다 보니 첫 스케치때 힘있게 그려낸 생동감이 그리다보면 소멸하는 경험을 자주 하고는 합니다. 요즘은 그래서 더 예쁘고 깔끔하게보다는 처음의 그 에너지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주로 그리보있어요. 저 소 그림을 보니까 더욱 더 그래야겠다는 그런 확신이 듭니다.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아! 저 예전의 소 그림이 쓰일 때가 있네요! 소들이 기뻐하겠어요.
이제 쌈박질을 멈추고.......여물을 먹을 때가 되었겠죠.
carrotcake님의 순수한 세계! 지켜가주실거죠?

절박함 치열함 용기를 재치있게 표현하셨네요. 보팅 및 팔로우 하고 갑니다^

장말 제가 채우고픈 요소들을 말씀해주셨네요.
절박함, 치열함, 용기, 재치...!
고맙습니다. 이미 친구셨던 두기님!

서예인생이라 쓰셨지만.
멋진예술가의 인생을 보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거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멋지십니다. ^^

지금도 문득 회상해봅니다. 그때 직장을 그만 두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떤 삶이었을까?
스팀잇에 포스팅을 즐기는 삶은 최소한 아닐 것 같네요.^^

사연과 글씨, 그림 어느 하나 매력 없는 것이 없습니다.

막상 살아갈 무렵은 더디고 힘들더니 이제 사연으로 자리하게 되니 아름답지 않음이 없네요. 매력을 느끼신다니 넘 좋네요.^^

사연보다도 그 사연을 지닌 타타님이 아름다운 분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 그렇군요! 포스팅이 아니라 포스팅의 주인공이 아름다운거고
댓글이 고마운게 아니라 댓글해 주시는 님이 진정 고마우신거죠.

어린시절부터 습자나 필사본을 쉽게 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붓을 잡게 되었는데 어찌나 신기했던지요.
연필도 펜도 아닌 털을 세워서 글을 쓴다는 사실이놀랍기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정말 글씨를 써야할 때는 슬금슬금 딴짓을 했습니다.
습자를 하다 말고 혼자 이것 저것 그려보기 시작하고
물론 타타님과는 비교도 못하는 그냥 장난이지요.
이렇게 한 길을 걸으셔서 일가를 이루신 분들을 만나면
무조건 존경스럽습니다.

치열할진대 살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싸움
그런데 어찌하여 을묘년에 소를 그리셨나요?
토끼가 주인공이었을 터인데

좋은 작품 감사드려요.
이슬비 내리는 날
마음안에 좋은 일만 담기시길

마음안에 담길 좋은 일....님의 댓글도 그 중 하나가 되겠네요.
붓털에 기운이 맺힐때면 온몸의 털도 같이 일어서지요.^^
광물이 쓰는 글씨와 생명이 쓰는 글씨는 좀 다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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