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to You
늘 기분좋게 읽게 되는 @ab7b13님의 최근 글 음악일기거나 재즈일기거나 일상회복기에 Close to You가 소개되어 깜짝 놀랐습니다. 며칠 전부터 Close to You를 포스팅하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요. 이전에 빌 에반스에 관한 글을 쓰고 피드를 보니 @ab7b13님이 빌 에반스에 대해서 쓰신 글이 막 올라와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보다 스무 살만 어렸다면 이게 어떤 운명이 아닐까 하며 설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노회한 중년에게 그런 감성이란 메마른지 오래입니다.
[스팀잇라디오]라는 타이틀로는 한 곡에 얽힌 기억들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두 명 눈치채신 분도 있을 수 있을텐데, 존댓말을 쓰지 않고 평서문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친절하게 많은 이들에게 말을 거는게 보팅을 얻는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지만, 그보다는 제 자신과 그 음악과의 기억에 집중하고 싶어서 그렇게 합니다. 그러니 이 글은 [스팀잇라디오]가 아닙니다.
제가 쓰고 싶지 않은 종류의 글은 음악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려고 애쓰는 글입니다. 지금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십이 년째 하다보니 설명하는 것에 지친 게 첫 번째 이유이고,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시절에 우쭐한 마음으로 '재즈란 말이죠....'하며 가르쳐대던 것이 지독히도 부끄러운 게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음악을 평가하는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설령 칭찬의 말이라 한들 '펑키한 그루브는 *** 가 최고지', ’콜트레인이 끝이지, 그 다음에는 다 따라하는 거야' 하는 식의 말은 하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합니다. 누군가를 칭찬할 때 비교를 통한다면 그외의 사람들을 그보다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라 느끼기 때문이죠. 감히 제가 그들을 줄세운다는게 우습기도 하구요.
또 하나 안하려고 주의하는 게 있다면 어떤 이의 음악을 설명할 때 굳이 다른 이의 음악과 연관짓는 겁니다. 브래드 멜다우의 음악을 말하면서 키쓰 자렛이나 빌 에반스를 끌어다 대는 것 같은 것(실제로 멜다우는 불쾌감을 적지 않게 표현했습니다)이요. 그냥 그 음악만 듣고 들리는 대로,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려고 애씁니다. 어떤 음악을 듣고 '그와 관련이 있는 이런 음악도 아는 나'를 자랑하지 않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쓸 수 있는 얘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내게는 이런 것들이 들리며 그게 이렇게 느껴진다 하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조금 설명을 하고 싶고, 이런 버전도 있다고 소개도 하고 싶군요. 대체 왜일까요.
카펜터스의 원곡이야 다들 아시겠지요, 하고 쓰면....보세요, 혹여 이 곡을 모르시는 분이라면 마음이 조금은 불편해지지 않을까요? 알고 있는게 당연하다고 가정하고 쓰는거니까요. 그러니 이런 말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럼 프랭크 오션의 버전은 어떤가요? 하고 말하면 이것도 잘난체 하는 느낌을 주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생깁니다.
그러나 제이콥 콜리어의 음악을 들으면 그런 거리낌따위는 접어두게 됩니다. 그저 이 아티스트의 끝간 데 없는 재능에 감탄하고, 제이콥과 동시대를 살아가며 이 음악을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경계하는 마음을 좀 풀어버리고는 이 음악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에 가슴이 조금 뛰게 됩니다.
어느 댓글에 '신은 우리에게 제이콥 콜리어를 주셨고, 그의 음악을 이해하게 하기 위해 준 리를 보냈다'고 하는 걸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른 곡이긴 하지만 준 리가 올린 제이콥의 You and I 트랜스크립션 영상을 보면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됩니다.
You and I, 스티비 원더입니다. 스티비 원더에 관해서는 여러번 글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아껴둔 이야기거리가 있으니까요. 호텔 긱으로 학비를 벌던 미국 유학 시절 스티비를 만나고 두 곡 같이 연주했던 기억, 그건 분명 음악을 하며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큰 추억 중 하나지만, 무한히 반복해서 듣던 스티비의 곡들이 제게는 더 큰 의미입니다. 몇 년 전부터 제 마음속에는 언젠가 스티비 원더가 돌아가실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될 지 몇십 년이 될 지 모르지만, 스티비 원더가 세상을 떠나는 날이 오는 걸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마음 한 구석이 조금 허물어집니다.
스티비가 노래하는 Close to You와 Never Can Say Goodbye입니다. 며칠 전에도 운전하며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앞이 좀 흐려져서 조금 곤란했습니다. 누군가 왜 스티비의 노래가 그토록 감동적이냐고 묻는다면, 그걸 굳이 설명하려고 한다면, 밤을 새워 말을 이어갈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오늘밤 저는 이 영상을 다시 한 번 보느라 설명할 말을 찾느라 애쓰지는 않을겁니다.
이 글엔 긴 댓글을 안 달 수가 없네요. 하고픈 말이 너무 많은....
일단 이 글의 가장 큰 포인트는
아닌가요? ㅠㅠ 맙소사! 완전 심장이 두근두근했어요. 스티비와 연주?!?!?????!?!?!?!??!?! 그 얘기 꼭 나중에 써주세요!!!
하여간, 마음을 진정해보고선... 어제 Close to you를 올리기도 했으니, 전체 화면으로 제이콥 콜리어 영상을 틀어놓고 간만에 집중해서 들어봤지요. 넘 좋네요... 넘 좋네요... 내한을 갔어야 했나 봐요. 아직 젊으니 또 오겠죠?
제이콥 콜리어의 You and I는 저도 정말 좋아하는데요. (실은 저 옛날에 You and I도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ㅋㅋ) 악보랑 같이 보니 너무 좋아요. 역시 악보쟁이...
어제 글에서 연습할 거 없다고 툴툴댔는데 오늘 무조건 이거 연습하려고요. 간만에 의욕으로 충만해서, 연습실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제이콥 콜리어의 두 곡을 연달아 듣고 나니 왠지 "내가 이런저런 악기 다 다루는데, 근데 사람의 목소리가 짱이야"라고 하는 것 같아요. 꿈결같은 You and I...
저도 괜히 눈앞이 흐려질까 싶어 스티비원더 곡은 나중에 들어야겠어요.
( + 재즈스놉님의 글을 읽으며 느끼는 건데,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실은 이런 얘기 잘 안 하잖아요? 이 곡이 너무 좋다거나, 그런 얘기들. 들어도 그냥 한 귀로 흘리게 되는데, 글을 통해 만나니 참 좋아요.)
이 긴 댓글엔 댓글대신 관련 포스팅을 하는 걸로! 늘 감사합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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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제 마음과 같습니다.
란 마음도 있지요. 그렇다면 아직 꺼져가지만 정열은 남아 있겠지요.ps. 노회한 중년의 감성으로 승화 되셔야죠. 물론 그러시지만.
아마 십년 뒤에는 또 ‘10년만 젊었더라면’ 이런 생각을 하겠죠. 현재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또다시) 해 봅니다 ㅎ
이 문장을 중년들이 싫어합니다...
문장 끝에 점 많이 찍으면 아재라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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