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고시원에 들어서며

in #kr7 years ago (edited)

세번째 고시원에 들어서며

스팀잇을 보다 보면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생각을 글로 담아내고 싶습니다.
조잡한 글이지만 조금씩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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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시원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 아니다.
10년 전 이맘때 지금과 다른 마음으로 고시원을 찾았었고, 5년 후 다시 고시원을 찾았었다. 생각보다 익숙한 곳이다. 익숙해지지 않는 곳이고.

처음 고시원에 들어갈 때는 고시원의 눅눅한 공기에 눌려 한 없는 심연 속으로 빨려들어가곤 했다. 당시 노력과 노력만이 나를 그곳에서 나오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쉬운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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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고시원은 이상하리만큼 유흥가 주변에 위치해있다. 가장 빛나고 화려한 조명 그늘 밑을 보면 다 떨어져가는 고시원 안내 스티커가 있다. 좋은 고시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보통 고시원은 엘레베이터도 서지 않는다. 고시원 층의 버튼을 아에 떼어버린 곳이 많았다. 엘레베이터를 사용할 자격도 없다는 듯이.

유흥가의 쿵짝쿵짝 노랫소리, 아가씨들의 깔깔거리는 소리, 술 취한 잘나가는 아저씨들의 흥소리 속 잿빛을 띄고있는 우리들은 숨죽여 누워있었다. 그래도 이승에 적을 두고 있어서 관처럼 구르지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가만히 누워 생각해보면 사법고시나 행정고시 같은 고시를 준비해서 고시원이 아니라 이 늪같은 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아주 어려운 일이라 고시원이라 이름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몇이나 이 늪에서 빠져나갈 수 있겠냐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노력을 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 그곳에서 나올 수 있었다.

다음 입실 때 나는 고시원을 자력으로 벗어나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그곳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노력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력으로 고시원은 벗어났으나, 나는 또 어려운 시험을 시작했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시작했다.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다. 아무런 재산도 없고, 먹고 살만한 능력도 없는 사람인데 그저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를 받아주고 이해해준 사람이다. 시작은 내가 했지만 이 시험은 사랑하는 사람 홀로 해결해 나갔다.

홀로 시험을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만 보던 나에게 기회가 왔다. 그래서 나는 다시 고시원으로 들어간다. 함께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 생의 마지막 고시원이라고 생각한다. 스팀잇을 열심히 했듯, 열심히 해보려 한다. 소득 없는 나를 먹여 살려 준, 그리고 우리의 아이를 위해 노력해 준 색시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세번째 고시원 입실, 화장실 크기도 안되는 고시원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빛이 보인다. 그동안 응원해주고 믿어준 색시에게 힘이 되 줄 수 있을 것 같다.

드디어 월급 받는 직장을 얻었다. 월급을 받는다.
부족하지만 나도 내 발로 색시와 함께 걷는다.

간다.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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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지고 존경합니다 ㅜㅜ!!

존경... 까지는...
그저 열심히 살아보려하는 운 좋은 아저씨인걸요!
감사합니다 : )

주위 환경이 어떻든 의지만 있다면 되지 않을까 해요^^
화이팅입니닷!

맞습니다. 젊고 사지 멀쩡하니 뭘 해도 하겠지요!
더군다나 좋은 기회를 얻어 힘내보려합니다.

후피님 글은 전혀 비루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잘 써내려가는데 겸손이십니다^^
저도 예전에 방을 구하러 고시원을 둘러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비싼 월세에다가 침대에 바짝 붙어있는 화장실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나왔거든요. 후피님 부디 조만간 빛잘드는 곳으로 나오시길 바랍니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번잡한 글도 좋게 봐주시고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고시원이 안전이나 위생측면에서 아쉬운점이 많지요.
하지만 빛 잘 드는 곳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니 힘내보려합니다. 감사합니다 : )

아련함과 각오가 동시에 느껴지는 글이네요ㅠ
뭉클한 심정이 느껴집니다. 앞으로 좋은일만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각오를 힘차게(?) 다지고 있습니다.
기다리고 고대하던 기회가 왔으니까요. 좋은 앞날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grnius0110님도 2018년 좋은일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처음 서울에 올라와서, 고시원에서 시작했고... 결혼직전에 살던집의 계약기간이 맞지 않아서, 1달정도 고시원에 다시 살아봤습니다.
고시원에서 고시원총무까지 해봤던 저라서, 적응이 쉬울줄 알았으나...
정말 적응은 힘들었고.. 결국 1주일만에 친구네 집으로 거처를 옮겼던 기억이 있네요. 지방인들에게 서울의 고시원은 애증의 장소죠.^^

고시원 총무까지 해보셨군요. 고생하셨겠어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고시원에서 지낸다는 것은요. 아이들과 함께 작성한 2018 목표가 너무 인상적이네요!
모든 일 술술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아!!! 감사합니다. 제 글들을 하나하나 보셨군요!!!!
@hoopy님도 뜻하신 꿈을 꼭 성취하시길 기도합니다.!!!!

대학 다닐때 거의 고시원에 살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시원 좋아요. 좁은거에 대해서 불편함을 못느끼고 오히려 아늑하다고 느낀 변태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가성비 최강입니다.

가성비로 따지자면 고시원을 따라올 숙박업소가 없죠.
불편함이 아니라 아늑함을 느끼셨다니 다행이네요.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어하더라구요.

글을 읽으면서 저도 고시원에서 살았던 때를 떠올렸어요. 저는 두 곳의 고시원을 거쳤는데, 그러고 보니 두 곳 다 유흥가에 있었어요. 같은 건물에 고깃집, 노래방, 호프집 등이 있어 밤엔 유독 시끄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올려주신 사진이 제가 있던 고시원 방과 비슷했어요. 좁은 건 괜찮았는데 창문이 없는 게 슬프더라고요. 돈을 더 내면 창문이 있는 방으로 갈 수 있었지만 돈을 아껴야 해서 창문이 없는 방으로 갔거든요.

후피후피님께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 고시원 생활이시길, 올해는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는 멋진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항상 글 잘보고 있습니다. 글을 좋게 봐준다고 하셨는데
이제 @outis410님의 재능이 빛을 보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고시원 생활이 마지막이듯 @outis410님도 지금과 같이 재능을 펼치셔서 변기걱정 안하고 살 수 있는 환경에서, 쓰고 싶은 글 쓰며 살 수 있길 기원합니다!

고시원에 산적은 없지만,생각만 해도 한 번 들어가면 그 무력감에 빠져나오기 힘들꺼같은데, 대단하시네요.. ㄷㄷ
힘든 환경이였지만 이제는 직장도 얻으시고 후피님을 응원해주고 믿어주시는 반려자분과
한 발짝 뒤에서 라도 같이 '함께' 걷게 되셨으니 다행입니다. ㅎㅎ
요즘 같이 추운 날씨에 옆에 있는 사람의 온기는 언제나 큰 힘이 되니 남은 겨울도 따뜻하게 잘 보내실 수 있으실 꺼에요!

정말 제 반려자와 함께 걷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고시원 좁은 방에 있지만 말씀하신데로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있기에 큰 힘을 얻고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 )

좋은 글 잘 읽고
업보팅 하고 갑니다 :)

좋은 글이라니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 )

오늘 하루 가장 추운날이 될꺼같아요!
완전 무장하고 하루를 시작했네요! ㅠㅜ
감기 조심하세요~~

오늘 너무 춥더라구요!
감기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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