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in #kr4 years ago

스팀잇을 중단한 뒤로 글을 쓰지 않았다. 고작 3개월 정도 열심히 쓰고 나니 나에겐 글을 쓸 소재가 남지 않은 듯 했다. 스스로 한심했다. 부족한 지식이, 적당한 열정이, 고갈되어가는 낭만도 문제였다. 페이스북에라도 적을까 했지만 이전에도 내 글에 관심이 없던 실제 지인들은 거의 다 인스타로 넘어가고 지인이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관계의 사람들을 위해 글을 적는 건 힘이 나질 않았다. 3년이나 지나고 다시 생각해보니 스팀잇은 편하게 글을 적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내 근황은 특별한 것이 없다. 방송을 시작하려다 용기가 부족하여 무기한 중단이 되고 핑계 같기만 한 여러 사정으로 그냥저냥 시간을 보냈다. 그 간 떠난 사람이 둘, 친할아버지도 친했던 삼촌도 세상을 떠나셨다. 10대나 20대에는 모르던 감정이 올라왔다. 친하고 가까웠던 외삼촌이 52세의 나이로 떠날 때는 실감도 나지 않았다. 유독 외삼촌을 아꼈던 엄마는 1년도 넘게 마음을 추스리지 못 하셨고 엄마의 건강과 컨디션을 챙기고 외할머니를 자주 만나며 아빠와 더 시간을 보내며 가족만 함께한 시간을 보냈다. 나에게는 코로나 이전 1년이나 코로나 이후 1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 나이가 35살이 되었다. 이제 어딜 가면 결혼 안 하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고 물론 거의 외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지만.. 86세가 되신 할머니는 증손주를 보고 싶어하시는데 삶의 적당한 시기에 해야할 것들을 하지 못 하는 것도 불효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도 없기에 결혼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씀 드릴 수 없으니 답답하다.

사실 멀린님께서 오래 된 내 글들을 리스팀해 주신 것을 이제야 확인했다. 날 기억하는 사람이 있는 곳은 이제 너무 드물어서 소중하다. 오늘 그걸 확인하고 오늘에야 다시 글을 쓸 용기가 났다.

난 아직도 고2병에 걸려있다. 그 때 내 아이리버에 있던 노래들을 찾아 듣고 싸이월드에 적던 글을 떠올린다. 35이란 숫자는 내 나이로 크게 어색하다. 명함도 명예도 직함도 없는 내게 남은 것이 무엇일까, 글을 쓰면서 찾고 싶다. 어리지도 늙지도 않은 내가 해야 할 생각을, 해야 할 일을, 만나야 할 사람을, 글로 남겨야 할 것들을

1시간 전에 일어나면서도 아무 생각이 없던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마법사 멀린님께 감사드리며..! 이따든 내일이든 이제 자주 글을 적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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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보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을 글로 옮기는 작은 반복들이 찾고자 하는 것에 이르도록 해주리라 믿습니다
진정 원하는 것을 찾으시고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시 그 좋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정말 오랜만입니다.
재미있는 글 다시 보게 되어 좋네요.

분위기가 좀 많이 달라져서 아마도 적응하시기 좀 어려울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쓰고 싶은 글을 쓴다 생각하시면 좀 마음이 편하실거에요^^
환영합니다.

글을 쓰고 싶으면 글을 써야죠. 부족해도 꾸준하게 해 볼 생각이에요! 3년 전에는 고3 수험생 자녀 때문에 신경 많이 쓰셨던 것 같은데 모든 일이 좋게 풀리셨겠죠? 스팀잇을 하진 않아도 당시에 교류하던 분들 생각은 자주 했었거든요. 저도 다시 뵈니 반갑습니다!! ^^

즐겁고 반가운 '다시'예요! 자주 글을 적겠다고 하셨으니 자주 들러 읽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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