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을 사다 - 파워업의 이유 : 6월16일 토요일의 생각 @travelwalker
원래 대단한 꽝손이다.
실력발휘를 잘 하던 당구도, 내기가 걸리면 갑자기 좋은 공이 안오고 말도안되는 실수를 한다. 사소한 이벤트 추첨도 1등은 고사하고 2등도 3등도 잘 안걸린다. 멀쩡하던 주식도 내가 사면 떨어진다.
"그런 내가 스팀을 샀다."
금융거래를 잘 안하기에, 그 흔한 은행 휴대폰 앱도 하나 없어서 돈을 송금하려면 꼭 집에 있는 컴퓨터를 써야 하는 내가 암호화폐를 샀다.
왜 고팍스(Gopax)를 선택했는지 모르겠는데, 뭔가 체질적으로 제일 잘나가는 사람보다는 2등이나 3등을 응원하는 편인 나라서, 스팀 거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팍스를 응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musiciankiyu 님의 매우 자세한 소개글로 인해 비교적 수월하게 별다른 사고(?) 없이 무사히 계좌등록까지를 마치고 첫 거래에 성공했다.
그렇게 스팀을 구입하고 사흘이 지나 내 스팀잇 계좌로 입금이 되었고, 스팀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보팅 게이지'라는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이리 간사한 것이었던가. 송금을 기다리는 72시간동안, 그전에는 관심도 별로 없어 잘 들여다 보지않던 거래소 그래프를 몇번을 들여다 봤는지 모른다. 막상 사고 얼마간 오르자 파워업을 하겠다고 다짐했던 마음이 슬그머니 '일단 팔아서 한 10%라도 벌까?'로 바뀌기도 하고, 가격이 내리기 시작하자 '거봐 역시 꽝손이지' 라는 한탄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초보중의 초보이자 꽝손중에 꽝손인 내가 왜 스팀을 샀을까.
엄청나게 여윳돈이 많다면, 한번에 돌고래나 범고래가 될 수 있을 테니, 시도해볼만 하다지만, 기껏해야 플랑크톤을 면할 만큼 밖에 안될 파워업인데, 뭔가 의미있는 일에 쓰겠다고 잘 모아두었던 쌈짓돈을 털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일지 확신도 없는데 말이다.
여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스팀잇을 처음 시작했을때, 스팀잇이 창작을 지원하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새로운 형태의 SNS와 암호화폐의 콜라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열심히 글쓰고 잘 소통하면 작은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더우기 글쓰는 사람으로 사는데 매력이 있었기에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창구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정의도 여전히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두달간 스팀잇에서 생활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창작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다 아시는 이야기 이지만, 채굴을 하는 증인분들과 거기서 배분되는 스팀(정확히는 베스트겠지만)이 스팀잇에서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배분이 된다. 물론 배분은 상호 보팅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그 보팅은 스팀을 얼마나 파워로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무게 즉 금액이 달라진다.
그래서 혹자들은 많은 파워를 가진 고래분들이 대세를 좌지 우지 하며 많은 돈을 벌고 실제 창작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낮은 보상이 주어지는 돈놀음이 아니냐고 이야기들을 하신다. 어떤부분에서는 틀린말이 역시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가지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암호화폐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 암호화폐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들의 투자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스팀이 암호 화폐로서도 나아가 사이버머니 형태의 통화로서의 가치도 결국 사용자의 가치에 대한 믿음이 만드는 것이다.
현재 많은 스팀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 가치에 대해서 투자를 한 사람들이고, 그 투자에 대한 보상이 더 큰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초기에 적은 투자로 들어와서 운좋게 그렇게 된것이 아닌가 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생각해 보면 초기에 더 큰 위험을 안고 들어왔던 것이니, 위험 감수에 대한 큰 보상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스팀잇에서 내가 재미있게 지내는 만큼, 이 스팀이라는 암호화폐와 스팀잇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나의 믿음을 조금쯤 증명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믿음의 표현은 여전히 '꾸준함'과 '양질의 컨텐츠' 일 수도 있지만, 스팀으로 사람들을 좀 더 끌어들이고 믿음을 줄 수있을 정도의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하기에는 아직 실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보완할 방법이 있어야 했고, 그것이 스팀파워를 높이는 일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이것을 '종잣돈' 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스팀에서 내가 좀더 재미있게 활동하고, 이런 스팀잇이 좀 더 오래 발전하는 형태로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의 작은 응원이라고 하는 편이 오히려 더 맞을 것이다. 많건 적건 내가 스팀으로 부터 받은 것이 있으니 조금 쯤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의사 표시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서 나는 조금 더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고, 내가 좋아하는 스팀이 좀 더 발전하고 잘 유지되어가기를 바란다.
두번째 이유는,
스팀잇을 하면서 참 좋은 이웃들을 많이 만났다. 정말 좋은 글을 쓰는 작가분들도 만났고,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도 만났고, 창작자로서 훌륭한 금손도 만났고, 스팀을 지탱하며 노력하시는 고래분들도 만났다. 스팀잇 이전에 커뮤니티 눈팅정도나 하던 사람이었기에, 이런 이웃분들과 소통하는 것이 생경하면서도 색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다.
아무것도 없이 유입되어 들어온 내게 이 이웃분들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응원해주고, 보팅해주어서 자리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런 분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가능한 쓰신 글들을 꼼꼼히 읽고, 성의껏 댓글을 다는 것 밖에 없었다. 보팅을 하기는 하지만, 초기엔 0.00$ 이었고, 그나마 최근에는 0.01$이 되어서, 사실상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는 글을 읽는 것이 즐겁고, 댓글을 달아 소통하는 것이 즐겁다. 이 즐거움에 조금 더 나은 보상을 내가 줄 수 있다면, 더 많이 즐거워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약하지만, 파워업을 통해서 이것을 이루어 보고 싶었다.
누군가 내가 잘 쓴글의 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아 속상해 하기만 하는 것 보다는, 내가 좋은 글을 찾아서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아쉽게 묻히는 글을 읽고 발굴하는 것이 내 스스로도 즐겁기 때문임은 물론이고,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서 좋은 글이 인정받고 보상받는 그런 스팀잇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서 투자 선순환의 좋은 모델이 되어 새로운 플랫폼으로서 스팀잇이 확고히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내가 시작하지 않으면서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기적일 지도 모를 생각이다.
'이렇게 해서 되겠어' 라는 생각이어도 행동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그것이 대세가 될 수 있다.
최근에 나는 큐레이터로서의 나의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 가고 있다. 글쓰는 것이 여전히 즐거워서 멈추지 않을 것이지만, 좋은 글을 읽고 발굴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 더불어 그 좋은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 또한 도전할 수 있을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나의 '꽝손'의 영향으로 스팀 가격이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덩달아 스팀잇도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그래도 괜찮다. 여전히 활발히 활동하시는 고래분들이 건재하고, 좋은 글을 쓰고 이웃과 소통하는 많은 스티미언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분명 다시 돌아온다. 활기차고 즐거운 소통의 장으로 또, 창작자가 보상받는 그런 스팀잇이 될 것이다.
다만, 최근 몇가지 논란이 되고 있는 어뷰저들과 펀딩,보팅 봇들에 대한 문제는 바람직하게 노력하고 투자하는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바로잡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고, 네드와 증인분들도 이런 부분에 관심을 좀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년 여름에도 내가 글쓰기의 즐거움과 큐레이션의 즐거움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도록 말이다.
Fin.
환영합니다. 가상화폐계의 버크셔해서웨이라고 보시고 묻어두고 즐기시면 될것 같습니다. 자신의 글을 출판한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2000부의 하드 북을 내는 비용이 대략 2000만원 듭니다. 디지털로 자기생활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웃들을 만나고 소통한다면 스팀잇이 내일 당장 망한(네드놈과 기타 설계자들이 돈갖고 튐)다고 하더라도 손해될 것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즉, 속은 쓰리겠지만 좋은 경험을 하는 것이겠지요.
지금은 가상화폐자체가 투기판이 대세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알맹이들만 남을 것이지요. 그 중에 스팀잇은 다른 가상화폐와는 비교가 안되는 내재가치가 있다고 저는 확신하고 그래서 투자와 함께하는 창작자의 길을 가려고 합니다. 마음편이 스팀잇 플랫폰 베이스 전자출판을 한다고 생각하지요.
감사합니다 피터님, 정확히 제 생각과 같습니다. 망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안망하게 하는 힘이 스티미언들이 만들어낸 내재가치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렇게 좋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더불어 저도 재미있게 활동하며 이런 저런 가능성들을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다들 비슷한 경험을 하고 느끼는 것 같아요. 어찌되었던...스파업 축하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다들 비슷한 일을 겪으셨을 테니까요... 공감대가 크구나 하고 느낍니다. ㅎ
그럼요. ㅎㅎㅎ 어디가나 비슷한 생각하는 분들은 늘 계시니깐요. ^^
급 소환에 포탈타고 날아왔습니다. ㅋㅋ
제 가입 초기의 글을 보셨군요 ㅋㅋ 제가 썼다는 것도 잃어버리고 있던 차 ㅋ
싸게 잘 잡으셨습니다. 만약 스템 시세가 좀 떨어져서 손해를 보더라고 그 동안의 즐거움을 많이 느꼈으니까요. 그냥 게임 아이템 샀다고 생각하렵니다.
저 또한도 실제 오프라인에서의 인맥은 아니지만 좋은 분들과 소통해서 상당히 재미를 느끼고 있어요~
고팍스 가입기 자세히 써주셔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덕분에 스파업을 할 수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ㅋ
네 앞으로도 함께 재미있게 지내시지요~ ㅎ
저도 요즘 약간의 파워업을 고려하는 중인데 구구절절 공감이 많이 됩니다. 남은 일요일 즐겁게 보내세요~
네 들려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푸근한 주말 되세요~
모든 이슈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맘 응원할뿐이네염 ㅠ
잘 되겠지요.. 그리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저도 응원합니다 ^^
모두의 응원이 힘이 되어 떡상하면 좋겠네염 ^^
스파업 축하드립니다^^
저도 스팀잇 시작하고 한 1달 정도 지난 후에
더 재밌게 해보고 싶어서 스파업을 했었어요~
보팅파워도 커지고 찍히는 보팅금액이 높아지니까 더 재밌어지고 애착도 생기더라구요. 지금은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제가 샀을 때의 반토막이 되었지만 ㅠㅠ
여튼 계속 즐거운 스팀잇 생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반토막이 10토막 되는 날이 올겁니다.
재미있게 한번 가보시죠 ㅎ
고팍스가 가장 이용이 쉬워보여요. 아직 지갑 없는 저도 결국 그쪽을 선택하게 될듯...ㅎㅎ
저도 별 문제 없이 한것을 보면 아마도 시스템이 잘되어 있나 봅니다.
인증과정도 그렇고, 최초 입금후 72시간 출금이 제한되는 것도 (피싱방지라는군요) 까다로워 귀찮다기 보다는 안전장치를 잘 생각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
아, 그리고 임명된 큐레이터가 아니라 하더라도, 남의 글을 읽고 보팅하는 모두가 큐레이터이죠. 도전할 가능성이 아니라 이미 하고 계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ㅎㅎ
스팀잇 생태계에서 큐레이션은 업보트와 다운보트를 모두 아우르는 것으로 알고 그렇게 이해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 또는 지정된 큐레이터가 따로 있다는 뜻인가요?
네, 그런 면에서 다 큐레이션을 하는 큐레이터이지만, 대량의 스팀파워를 임대 받아서 뉴비 지원을 하거나 하는 임무를 띈 큐레이터도 있죠. 제 경우는 kr-pet 태그 큐레이터입니다.
그렇군요. 특정 태그를 관리하는 큐레이터도 있다니 재미있네요.
스파업 축하축하 드립니다.
저도 3일전에 스팀잇 시작하면서 동시에 스파 충전했습니다.
저도 뭘 모르고 그냥 충전했는데 적어주신 글을 읽어보니 왜 충전했어야 했는지 알게 되었어요. 좋은글 감사드리며 풀보팅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시작이시니, 더 가능성이 큰것이겠죠.
plmplm님에게 좋은 스팀잇이 되도록 만들어 가시길 응원합니다. ^^
travelwalker 님 늘 응원해요.. (찡긋)
^^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스팀잇 가격하락의 주범이 제가 아닐까요? ㅋ
travelwalker 님 저도 응원해도 될까요...(찡긋) ㅋ
독거님의 응원이라면... 감읍할 따름입니다 (찡긋) ㅋㅋ
반님과 독거님의 응원이야.. 말로~ !!
쵝오 이십니다~!! ~(찡긋)ㅋㅋㅋ
응원에 동참하실 거죠? (찡긋) ㅋㅋㅋㅋㅋㅋㅋ
고팍스 풀봇 기원합니다~
다핑님 감사합니다. ㅎㅎㅎ
고팍스님은 부르면 안오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자주 뵐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