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잃은 아기냥이, 결국 할머니의 친구가 돼다!!

in #kr-pet7 years ago (edited)

우리 동네 동물병원에는 냐옹이가 예쁘다네~~


학교 다니는 길목에 쇼윈도가 유난히 큰 동물병원이 있는 탓에 하굣길에는 거기에 붙어 쉽사리 집에 오질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어제는 철망 안에 있던 예쁜 냐옹이가 오늘은 다 나았는지 없어졌다며 말로는 다행이라면서 표정으로는 서운해 하고, 매일 드나드는 아가들의 상황을 살피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이던 어느 날, 그 아이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엄마가 꼭 들어줘야 할 부탁이 있다는 이야길 꺼냈다. 우리 딸 이야기다.

금지옥엽 하나밖에 없는 딸이지만, 무조건 오냐오냐 키우진 않았기 때문에, 약간은 엄한척 하는 얼굴로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갑자기 고양이를 데려오겠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로 말했다. “아주아주 작은 냐옹이들이 있는데. 엄마가 없어. 우리가 데려와서 보살펴 줘야 해. 모두 네 마리야.”

엄마 잃은 길냥이들


두둥~ 한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라니. 나로서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사정을 알고 보니, 딸아이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던 그 동물 병원에 누군가 유기된 아기고양이 네 마리를 데려다 놓은 것이었다. 이 아가들을 보게 된 딸은 가슴이 아팠던 모양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녀석들이라 외로움에 떨며 유난히 큰 소리로 울어댔던 것 같다.

일단 누군가 데려갈지도 모르니 며칠만 기다려 보자고 말해 두고 나도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덜컥 데려오는 것 또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졸라대는 딸아이의 손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동물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다행히 두 마리는 벌써 다른 분들이 데려가서 두 마리만 남아 있었다. 의사선생님과 이야기를 해 보니, 생후 3주 정도로 추측되는 아가들이었고 필요한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은 이미 마쳤다고 했다.

당시에 유기묘를 데려오는 것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나로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중에 한 마리와 벌써 눈이(?) 맞아 “수수” @soosoo님 아닙니다ㅠㅠ 라는 이름도 지어줬고 도저히 두고는 집에 갈 수 없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딸을 보니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다는 느낌이 들어 일단은 한 마리를 입양하기로 했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미로 예방주사 비용 등을 지불한 뒤 두 마리 중 더 많이 서럽게 울어대던 아가 한 마리를 그렇게 데려오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나머지 한 마리도 데려오기로 약속한 채로. (우리집에 못 데려온 것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녀석도 바로 입양이 되었다고 한다.)

야수(?)와 살아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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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수수의 생후 한달 정도 당시 모습

수수는 그렇게 우리 둘째가 되었다. 그렇게 어린 고양이는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기에 정말 걱정이 많이 되었다. 혹시라도 실수를 해서 어린 생명이 위험해지지는 않을까 그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까지도 모든 고양이들이 유혹에 넘어간다는 참치캔을 주고도 궁디팡팡을 하면 일단 발톱 한번 세우고 보는 매우 까칠한 성격이지만 고맙게도 건강하게 잘 자라 주었고, 지금은 뚱냥이가 되어 있다.

부모와 집사에게 사랑을 듬뿍 받아 데려올 때부터 천사 같던 첫째와는 달리, 둘째는 정말 깡패가 따로 없었다. 병원으로 올때 까지 길에서 서러움을 많이 당했는지 사람의 손길도 두려워했고, 예뻐서 쓰다듬어 주어도 그게 자기를 괴롭히는 행위라고 생각해서였는지 물어대기 일수였다. 아가 때는 무는게 그리 아프지 않고 귀엽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가도 그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고 (송곳니는 또 왜 그렇게 뾰족한지 ㅠㅠ) 젊은(?) 시절에는 할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아 딸과 내 팔은 언제나 상처 투성이였다. 버릇을 고칠 수 있을까 싶어 인터넷이며 동물병원이며 엄청나게 알아보고 시도해 보았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한번은 손톱을 깎아주는데 화가나서 딸 아이의 손을 물고 놓지 않아 손에 송곳니 구멍이 나서 결국 병원으로 뛰어간 적도 있었다. (다행이 신경을 다치거나 하는 큰 일은 없었고 바로 아물었다.)

친정 엄마를 모시고 사는데, 예뻐하시다가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왜 이런 전혀 수수하지 않고 도리어 야수(?)같은 애를 데려와 키우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며 시골에 있는 친구 분 댁에 데려다 놓으시겠다는 것을 몇 번이나 뜯어 말리기도 했다. 아마 운이 나빴으면 진작에 파양을 당했거나 길로 쫓겨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 가슴이 철렁했다. 까칠한 것만 빼고는 너무나 예쁘기도 했고 벌써 가족으로 정이 푹 들어 있었는데 어딜 보낸단 말인가.

나는 둘째의 성격이 이렇게 형성된 것은 결국 인간들의 잔인한 행위 때문이었을 거라는 생각에서 지금도 벗어날 수가 없다. 공격한다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본성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도 둘째가 싫어하는 짓은 최대한 안하고 사랑받는 집사가 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둘째는 머리도 비상하고 평소에는 우다다와 부비부비도 자주 해 줄 뿐 아니라 자기가 싫을 때 건드리지만 않으면 절대 해치지(?) 않는다. 그리고 나이가 좀 들어서인지 요즘은 좀 쓰다듬어 줘도 1분 정도는 기분 좋은 척 하며 참아주기도 한다. ㅎㅎㅎ 고마움의 눈물을 흘린다 ㅠㅠ

결국 할머니의 친구가 되다


터널 놀이터에 들어간 수수. 반려동물의 초상권을 걱정하는 딸래미 덕분에 이미 스팀잇에서 공개한 사진 두 장만 재 사용했습니다;;;

웃지 못 할 사실은, 둘째는 그렇게도 졸라 자신을 데려왔고 예뻐했고 지금까지도 끔찍이 사랑하는 언니(우리 딸)보다는 자기를 싫어(?) 했던 할머니(친정 엄마)를 제일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주 아기 때부터 새벽이 되면 할머니 방문 앞에서 나오라고 울어대는데 그 소리가 “할머니~~ 나와유!!”하는 것과 정말 비슷해서 깜짝 놀라 눈을 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금도 털과의 전쟁을 지긋지긋해 하시는 엄마가 방문을 닫아두시면 그 앞에서 문을 열어주실 때 까지 서럽게 울어댄다. 결국 그 성화에 못 이겨 문을 여시면 바로 침대 위로 책상위로 할머니가 움직이는 공간마다 따라다니며 점유한다.

어머니가 연세가 드시면서 외출하는 시간보다는 낮에 집에 혼자 계시는 시간이 늘어나고 가끔은 외롭지 않으실까 걱정하지만, 집에 돌아오면 오늘도 수수와 티격태격하며 하루를 보낸 이야기를 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어머니 목소리의 반은 사랑으로 반은 푸념으로 가득하지만 나는 옛날 생각을 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때 엄마의 반대를 못 이기고 둘째를 시골로 보냈다면 지금 얼마나 외로우셨겠냐며.

글을 마치며


결국은 못 맞출 줄 알고 있었다.

요즘은 정말 글을 쓸 기분도 상황도 아니라서 벌써 일주일 넘게 포스팅을 못하고 이웃분들 블로그도 놀러가지 못하고, 어쩌다 틈이 나면 몇몇 글에 댓글놀이만 하고 있었는데, 제이미님이 공지하신 [반려 동물의 유기] 글쓰기 이벤트를 보면서 우리 둘째 이야기를 쓰고 싶어 졌었다. 하지만 500자에서 2000자라는 제한(?)을 보고 지난번 김작가님이 진행하셨던 일기 이벤트에서도 맞추지 못한 2000자를 지금도 다 생략하고 반 밖에 쓰지 못했는데 어떻게 맞춘단 말인가 하고 절망했었다 ㅠㅠ

줄이고 줄이다 포기하고 참가에 의의를 두고 마무리 해 본다.
그리고 정말 너무나 우연하게도 오늘은 스팀잇 가입 세달 째 날이다. (쓰다 보니 또 16일이 되었다 ㅎㅎㅎ)
2월 16일에 가입하고 두 달 째 되던 4월 16일에 무지개다리를 건너 보낸 첫째 이야기를 쓰며 펑펑 울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또 한 달이 지난 것이다.

가입일 기념으로 앞으로 매월 16일에는 #kr-pet 글을 올려볼까도 생각해 본다.

내일 비가 온다던데 아직도 그치지 않은 사무실 안에 내리는 비가 (그간의 고생을 감안해서라도) 내일은 멈추기를 기원하며 모든 반려동물들이 유기 없는 세상에서 함께하기를 같이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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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사람 또한 안좋은 기억이 있고 거친 일을 겪었다면 표정이 좋지 않고 공격적으로 대하겠죠. 저는 동물을 안좋아하지만 굳이 키워야 한다면 꼭 입양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럼 눈앞의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젠가 세상이 바뀌어서 시장의 과잉 공급과 유기도 장기적으로는 막을 수 있겠죠.

네 좋은 생각이시네요. 나중에라도 기회가 되시면 꼭 그렇게 해 주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고양이 눈이 졸린 듯 하면서도 살짝 무섭네요 ㅋ

무서운 야수.. 맞습니다;; ㅎㅎ
사실은 정말 예쁜 사진들도 있는데 딸래미의 감시가 있어 올릴수가 없어요 ㅋㅋ

주인을 닮는다는데...
엄마를 닮았구나 ㅋㅋㅋㅋㅋ

-.-

이로보나 저로보나 둘째의 주인은 제가 아닌것 같습니다만... ㅋㅋㅋㅋㅋㅋㅋ

두번 버림받은 둘째....... ㅋㅋㅋ

저는 그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우는 한낱 집사일 뿐...
딸래미가 둘째의 주인이라고 우기지만 실제 주인은 할머니가 맞는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그렇다고 칩시다.. 누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 참... 오라버니 농담 그만하시죠 ㅋㅋㅋㅋㅋㅋ

이 누나가 사람잡네 ㅋㅋㅋㅋㅋㅋ

야수 맞나요....? 느므느므 귀여운데요? ㅠㅠㅠ 그런데 사진 찍을 당시의 표정은 확실히 무언가에 화난것 같습니다 ㅎㅎㅎ 그럼에도 사랑스럽다는 게 함정. ㅎㅎ

팅키님 사무실에 비가 아직도 내리나요? ㅠㅠ 공사가 아직 진행이 안된건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지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습니다. 팅키님 토닥토닥..

그게 평소에는 고개를 갸우뚱 하고 사랑스런 얼굴을 하고 있어서 저도 모르게 쓰다듬으려고 손이 가까이 가면 앙! 물어버리거나 발톱을 세운답니다 ㅠㅠ ㅎㅎㅎ 이러니 주인은 무슨 주인이겠어요. 그저 수수님을 위해 맛난 식사와 깨끗한 화장실을 제공하는 집사일 뿐이랍니다 ㅋㅋㅋ

네. 비가 흑흑 ㅠㅠ 그 이야긴 정말 할 말이 많은데 아직 해결이 안되어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건이 해결되기만을요. ㅎㅎ
드디어 원인을 찾은것 같아 임시로 조치를 해 두었는데 내일 또 비가온다고 해서 정말 두려우면서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가 와야 원인을 찾은건지 아닌지 알 수 있을테니까요;; 위로 감사해요 흑흑

고개 갸우뚱이라니 ㅠㅠㅠㅠ 상상만해도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_+

그리고 팅키님 사무실에 내리는 비와 그로 인해 팅키님 마음에 내리는 비가 모두 그치길 기도할께요 ...!

셀레님까지 나서 이렇게 기도해 주시는데..
도대체 비는 왜이리 많이 오고 사무실의 비는 왜 그치지 않는건지...
오늘도 참 우울한 저녁이네요ㅎㅎ 감사합니다 :)

너무이쁘게 생겼네요!! +-+/♥
첫째는 토닥. . . ㅜㅡㅜ
둘째와는 투닥이면 오래 오래 행복하세요!!

네네!! 투닥투닥 티격태격 하면서 오래오래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D

유기동물을 키우시는 분들은 정말 애정이 없이는 힘든일일텐데~ 대단하시고~ 복 받으실 겁니다~

아닙니다.. 사실 같이 살다 보면 그들이 넓은(?) 마음으로 우리와 살아주는게 아닐까 싶을때도 많아요. 아무리 잘 해준다고 해도 인간이 동물보다 훨씬 이기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수수해야하는데 야수가 되다니.. 첫사진 눈빛부터 예사롭지 않았네요.

할퀴고 깨물고 ㄷㄷ 우여곡절이 많은거 같은데 잘 지내는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러게요. 어쩌다 딸래미가 야수와 눈이 맞았(?)는지...
요즘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지금도 허락을 받아야 겨우 한번 쓰다듬는 답니다 ㅎㅎ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는 않지만 키운다 하더라도 물리거나 그러면 더이상 못키울것 같아요.
사랑으로 자식같이 키운다는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오랫만에 뵈니 좋네요.
일 아직 마무리 안되셨죠? 잘 마무리 되길 바랄게요~

반려동물 안키워 보셨으면 이 느낌을 모르실 수 있을거에요. 언젠가 기회가 되시길 바래요 ^^
그리고 응원 감사합니다!

제이미님의 이벤트가 씽키님을 소환하셨네요 ^-^ ㅎㅎㅎ
그리고 무서운 야수ㅋㅋ인데ㅋㅋㅋ 너무 귀여운 거 아닙니까 ㅎㅎㅎ

뭔가 좀 귀여운 야수랄까요 ㅋㅋㅋㅋ
제이미님 덕에 오랜만에 포스팅 했네요 ㅎㅎㅎ

냥이 너무 귀여워요 ㅎㅎ

ㅋㅋㅋ 야수를 귀엽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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