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의 편지 - 노을을 같이 보지 않아도 괜찮아

in #kr-pet6 years ago





노을을 보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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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나 배리
















오후 3시, 나는 너를 본다. 넌 그 시간을 끈질기게 기다려 노크도 없이 사각형 안에 들어가 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창가에서 사각형을 기다렸지. 사각형이 오지 않는 이유를 몰라서일까, 네 눈이 조금 슬퍼 보였다.

오늘은 다행히 구름을 뚫고 해가 나왔고, 너는 사각형 위에서 낮잠을 잤다. 나는 몸을 말고 어딘가로 떠나버린 것 같은 따뜻한 털뭉치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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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좋아하는 너는 날씨가 좋아야 거실에 사각형이 나타난다는 것을 모른다.







처음에 널 데려왔을 때 너무 작아서 거실에서 따로 재웠다. 일 년 후, 네가 2.5kg가 되었을 때 따뜻함을 확인하고 싶은 욕심에 내 곁에 재우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났다. 몇 주 전 잠결에 침대 밖으로 널 밀어버린 것이다. 병원에 데려가니 네 왼쪽 다리에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다. 나는 좀 울었고, 침대에서 재운 걸 후회했다. 넌 다시 거실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넌 내쫓긴 것으로 알고 섭섭해했고, 밤마다 끼융끼융거렸다. 그 일로 인해 널 사랑한다는 건 내가 주고 싶은 걸 주는 게 아니라 네가 무엇이 필요한지 끊임없이 관찰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다이아나, 어제 노을이 예뻤다는 걸 아니? 하늘이 온통 오렌지빛인데 너는 땅에 코를 박고 다른 개들의 흔적을 찾기에 바빴다. 개의 노즈워킹은 사색이라고 누군가가 말해 주었기에, 이제 나와 함께 하늘을 보지 않아도 서운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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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얀님, 그리고 다이애나 안녕-!
잠결에 밀어버리고 나서 인대가 늘어났다는 걸 아시게 되셨을 때 보얀님 마음이 얼마나 착잡했을지 상상이 됩니다. 그리고 지금 예쁜 다리 쭉 뻗고 보얀님 곁에 콕 잘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애틋하고 사랑스러워요ㅎㅎㅎㅎ 다이애나를 향한 보얀님의 사색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따뜻해요, 거실에 드리워진 햇살처럼.

안고 자면 너무 기분이 좋은데, 앞으로는 절대 침대에서 재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

제가 기르던 요크셔 희망이와 그녀의 딸 행복이도 햇볕을 좋아했어요. 꼭 마룻바닥에 배를 깔고 다이아나와 같은 자세로 햇볕을 취하곤 했죠. 사내들과는 다른 특성인거 같습니다. 제가 기른 남자애들은 그러지 않았거든요. 오늘따라 그녀들이 보고 싶네요. 다이애나에게 들려주세요.

따뜻한 글에 뭉클해 하며 내려왔는데.. 이 노래는... ㅋㅋㅋㅋ 오렌지빛 하늘 아래 들어도 왠지 괜찮을 것도 같고요 ㅋㅋㅋㅋ

저는 보얀님과 다이아나의 산책길을 상상하면서 들었는데 너무 좋아서 빙글빙글 웃고 있는 중!

옛날에 본가에서는 미니핀 수컷을 키웠는데 그애는 햇볕을 좋아했어요. 성별을 떠나 화기가 필요한 애들은 자연스럽게 햇볕을 찾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이아나랑 이 노래 끝까지 다들었어요:)

주고싶은걸 주는게 아닌, 필요한걸 주어야 한다는 것...! 사랑이란게 그런것 같습니다. 상대에 대한 조건없는 배려. 마음 따듯해지는 사진과 글 너무 좋네요!

아궁 이뻐라! 우리 해피는 별명이 진공청소기여요. 땅에 코박고 뛰어댕기거든요 ㅋㅋㅋㅋ 저는 해피랑 같이 자는데, 가끔 발로 차기도 하지만, 녀석의 온기는 넘 좋아요!

이제 다리는 다 회복 됐나요? 힝 다이아나 건강해 항상❤️많이 놀라셨겠어요 ㅠㅠ 아가들과 함께하면 여러 일들을 겪게 되더라구요 고생 많으셨어요 ㅜ 그나저나 다이아나의 사각형 너무 멋져요!

다행히 괜찮아졌어요. 오른쪽엔 쓸개골 탈구 2기라서 심하게 뛰는 건 못하게 하고 규칙적으로 산책을 시키고 있어요.

말티즈나 치와와처럼 작은 아이들이 슬개골 탈구가 많다고 하더라구요ㅠㅠ 다이아나는 아직 아긴데 벌써 2기군요. 그래도 보얀님과 미쉘님이 잘 케어하시니 건강하게 잘 지낼수 있을거라 믿어요 :) 행복한 한 주 맞이하셔요!

저희 강아지도 꼭 베란다에 가서 일광욕을 즐기곤 했었는데.. 본능일까요? 누가 가르쳐준적도 없는게 신기하더라구요

본능이 비타민D 섭취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아닐까요:)

친정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태어날 때부터 너무 약해서
늘 조심을 하면서 키웠는데 어느날 갑자기 숨도 못쉬고
큰병원으로 가라고 해서 큰 수술하고 이겨내줄수
있을까 매일 지켜보던 때가 생각나네요..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행복한 다이아나도
참 사랑스럽네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 그리고 이런 좋은 글에서 자꾸만 시선을 강탈하는 다이아나의 미모 !!!!!!!!

서울님, 미모롭진 않고 조금 잘생기긴 했어요:)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님글에 공백에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다이아나라는 예쁜 강아지를 키우시는군요.
오로지 자기가 하는 일에 집중하는 이런 동물들을 보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사각형의 햇살에도 만족하고, 코끝에 닿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느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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