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울었다
2015년 2월의 어느 날 ⓒkim the writer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쓴 일조차 잊었던 일기장을 발견.
그중 하나, 2015년 3월 20일 금요일의 기록을 올려본다.
Le 20 Vendredi Mars 2015
친구들 앞에서, 그녀는 울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한 주, 한 달 넘게 계속되는 건 전혀 멋지지 않았다. 말은 안 통해도 세계 각국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처음에는 좋았다. 에스파냐어를 아는 프랑스 친구들도 사귀어서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대한 갈증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어려운 불어로 더듬더듬 이어야 하는 친구들과 지내야 했다. 그제부터 아픈 등은 신경을 계속 건드렸고, 병원은 예약조차 쉽게 할 수 없었다. 가방도 문제였을 것이다. 고향에서 그녀는 자기 차가 있었고 책을 넣은 가방이 아무리 무거워도 문제 되지 않았다. 여기서는 물통까지 더해 매고 다녀야 했다. 집에 두고 온 강아지 '쿠키'도 몹시 그리웠다.
그녀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친구들과 점심을 먹던 자리에서, 표정 관리를 하고 감정을 추스르려고 했으나 소용없게 되었다. 내가 지금 왜 이 자리에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녀가 프랑스에 온 건 전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그는 프랑스인이었고 그녀의 고향에서 사귀었다. 그녀는 불어를 좀 더 배우고 싶었고, 그래서 카톨릭 대학 부설 어학원에 등록했다. 프랑스에서 그와 함께할 날들에 기대가 부풀었다. 그런데 출국을 두 달 앞둔 작년 12월, 그만 그와 헤어졌던 것이다. 이유는 그녀도 알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사진을 여전히 아이폰에 간직하고 있었고 지울 생각을 못 했다.
친구들은 당황했고 그녀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럴수록 눈물은 더 구슬프게 흘러내렸다.
봄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처럼 춥고 어둡고 비 오던 그날-
내일이 봄이 시작되는 날인데도 여전히 춥고 어둡고 비가 왔다. 그녀는 햇살이 그리웠다. 아니, 햇살 가득한 날로 채워지는 하루, 한 달이 그리웠다. 처음 이곳 엉제에 왔을 때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구글에서 본 것처럼 겨울인데도 화창했다. 생각보다 바람이 많이 불고 몹시 추웠지만 괜찮았다. 멕시코 고향에서는 좀처럼 입을 수 없는 코트와 털 부츠를 즐기는 건 멋진 일이었다.
사진이 급 쓸쓸 합니다.
[홀] 감상&잡담
Youth by Daughter
저도 그 옛날에 일기장을 꺼내 보고 싶은 마음이 드네요
잘 간직 하지 못한 청춘의 일기장말이에요
잘 간직하지 못했다는 말씀이 호기심을 부르네요.
예전에 써논 일기장을 본다는거
뭔가 내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음의 위안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날을 기록했다는 거 자체에서 뭔가 위안이 되더군요.
아......... 그때 알았다면.....
왼쪽과 오른쪽, 누가 엘리자베스일까요.
옛날에 일기를 써 놓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꺼내보고 싶군요. 지난날을...
저 무렵에 꽤 열심히 기록해 두었더라구요. 이후로는 생활이 팍팍해져서 여유가 없었던 탓인지 기록을 안 했는데 아쉽네요.
저도 가끔씩 예전에 적었던 일기를 읽어보곤 하는데요. 주로 일이 힘들었다 이런 얘기라;;
저는 일기를 써도 좀처럼 보는 일이 없습니다. 아마 쓰고 단 한 번 안 읽은 것도 있을 거예요. 그때의 나와 마주하기가 힘들어서겠죠.
저는 꺼내보지 못한 일기, 잊고 있었던 일기를 꺼내보면 참 새롭기도 하고 복잡하기도 하더라구요
어떤 기억은 방어 기제의 일환으로 망각한 상태였는데 다시 마주하면 참 그렇죠.
지난 일기가 있으시다니 참 부럽습니다.
저도 예전에 일기를 좀 썼더라면 들춰보고 추억할 게 있을텐데 아쉽네요.ㅠㅠ
이사를 하다 평생 들춰보지 못 하리라 믿었던 과거의 기록을 읽게 되어 모든 것을 멈추고 그 때의 감정, 상황으로 들어가 이사 준비고 뭐고 멍해지던 그 때의 저를 떠올려 봅니다. 다행이 김작가님 일기엔 다른 사람이 울었군요.
일기마저도 "역시" 소리가 나옵니다. 마치 단편 소설의 초입부를 읽은 기분이에요.
순간 김작가님의 고향이 멕시코인 줄...
저도 헛갈리다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 저도 잠깐.......
언제나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를 모호하게 만드시는 김작가님의 글 ㅠㅠ
정말 단편 소설의 시작 같아요.
그녀의 눈물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써 줄 이는 생각도 않는데...^^;;)
작가님 일기가 새로운 소설 연재 인줄 알았어요 ^^
저도 이런식으로 과거를 회상할수 있는 일기를 쓰고 싶어지네요.
하지만 일기를 안쓴지 오래되었고, 다시 개판으로 쓰고 있기도 하고..
일기도 전혀 손색없이 멋지게 쓰시는군요.. 어찌어찌.. 김작가님의 글은 시간을 내어 읽는다 읽는다 하다가.. 오랜만에 들렀네요 ^^
타국에서 인연을 만드는 일은 정말 힘든 일이지요~ 우정도 사랑도... 쉽게 깨어지고 쉽게 떠날수 있는 인연을 만드는 곳인것 같습니다.
슬픈 사연을 가진 '그녀'네요. 헤어졌더라면 '프랑스로 오지 말았어야 더 좋지 않았나?' 하며 모르는 주제에 떠들어 봅니다.
이궁.......
옛날 일기를 다시 꺼내 읽고, 많은 이들에게 보여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요.
용기내주셔서 감사합니다;0
다행히 제가 운 얘기가 아니라서...
김작가님 분명히 지난번에 일기를 초딩처럼 쓰셨다고 했는데 ...... 이게 어딜봐서 초딩 일기입니꽈 !!!!!!
앞뒤로 나머진 다 초딩 일기라는 게 함정입니다. 공개할 수 있는 유일한 일기였다는 ㅋㅋ
앞뒤로 다 초딩일기란 말도 이젠 못 믿겠습니다 ........ 하긴 김작가님같은 능력자가 초딩일기를 쓸거라 순진하게 생각한 제 잘못입니다 ㅠㅠ
아픔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그렇게 울고나면 좀 괜찮아지죠...
지나간 일기는 거의 하루를 잡아먹는답니다.
절대로 들춰보지 않는 게 좋아요...
因緣 ...
그날이 어제였던 듯 왠지 마음이 잔잔하 가라앉는
느낌이드네요.. 그녀와 닮아있는 나를 만났을까요..
안녕하세요 kimthewriter 님, 지난 일기장을 꺼내 보시는 지금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듯 하네요.. 잘 정리하셔서 이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새로운 터전으로 삼았던 곳을 떠나는 심정이 괴로운 건 이번이 처음이네요. 물리적인 거리 때문이라 여기렵니다.
아침부터 감수성이 풍부해졌네요.. 일기가 이렇게 감성적일 수 있군요. 흐흐...
삼월이 참 추운 계절이네요. 어서 여름이 와야할텐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지 않다.
감정을 추스를 새 없이 흐르는 눈물...
다른 상황이지만 어떤 느낌인지 공감하기에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 그녀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