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 #1 탄광촌, 꿈이 시작되다.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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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의 만남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1 탄광촌, 꿈이 시작되다



    경북의 한 탄광촌  

한 무리의 광부들이 탄광으로 향하고 잠시 정적이 흐르고 나면, 마을 이곳 저곳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들려온다. 어른들이 빠져 나간 그 자리를 탄광촌의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다. 때로는 전봇대를 올라보려고도 하고, 가파른 동네 계단을 올라도 보며 산에 산딸기며 머루를 따러 가기도 한다. 산에 조금 올라보면 저 멀리에 탄광이 그 시커먼 민낯을 드러낸다. 동네 아낙들은 빨래를 하느라 쉴 틈이 없다. 광부의 아내로서 산다는 것은 석탄 먼지로 뒤덮힌 작업복을 매일 빨래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간다. 탄광촌의 하루는 다른 곳보다 저녁이 빨리 찾아온다. 어느덧 동네에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가 울려퍼지고, 아이들을 찾아 형이나, 누나가.. 혹은 엄마가 직접 와 팔을 잡고 집으로 들어간다. 엄마의 손을 잡고 집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들어가는 한 소년. 집에 도착한 소년은 이제 탄광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린다.



아빠는 언제 오실까?


날이 어둑어둑해 진지 이미 오래다. 소년은 아빠를 기다리다 못해 살짝 잠이 들었다.
'아빠를 보고서 자야 하는데..'
애써 졸음을 쫓아보려고 하지만 졸음을 이기는 것은 어린아이에게는 아직 무리다.

이제 막 일곱살이 된 소년, 소년은 그렇게 아버지를 기다리다 잠에 빠져든다.

안전모와 연장을 갖고 들어갔던 막장에서 나올 때가 되었다. 긴박하게 움직여야 하는 갱도 안은 늘 긴장의 연속이다. 행여 사고는 나지 않을 지, 또는 무너져 내리지는 않을지, 탄광 입구를 나서고 허리를 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오늘은 그나마 일찍 집에 가는 편이다. 함께 작업한 동료들과 함께 시장에서 선지 한덩이를 사 간다.

이용현

집에 돌아가는 용현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은 집 한편에 펼쳐놓은 평상에서 사람들에게 글씨를 가르쳐주어야 한다. 집에 와보니 일곱살 아들은 살짝 잠에 빠져들었다.

용현은 얼른 목간을 하고 나온다. 용현이 집에 왔다는 소식에 식사를 마친 이웃 사람들이 하나 둘 용현의 집으로 모여든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 아낙들. 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았고 가족들의 생계를 이어가느라 글을 배울 기회조차 없었던 이들.

용현은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한자가 적혀 있는 편지를 읽어주기도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느새 밤은 깊어졌다.


이명은
저녁에 잠이 들었던 소년, 명은은 잠결에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에 잠이 깼다. 문 틈새 너머로 평상에 동네 사람들이 모인 모습이 보인다 . 아빠는 마을 사람들에게 오늘도 글씨를 가르치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뻐하는 모습, 설레는 모습이 가득하다. 탄광촌에서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그런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은 이들. 마지막 돌파구로 찾은 곳이 이곳이다. 힙겹게 일을 하고 돈을 받은 일꾼들은 시장 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탕진해버리기가 일수였다. 그들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상실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미소를 불러 일으키는 아빠 용현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것이 매일 저녁 아빠를 기다리는 소년의 이유였다.



 용현은 명은의 거울이 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을까?


  아버지가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도 저렇게 사람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
 이것이 명은이 어린 시절에 갖게 된 꿈이었다.

Editorial Design by @kyunga


일을 하면서 어떤 사람은 한 건의 계약이 마치면 관계가 끊어지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관계가 발전하기도 합니다. 몇 해전 전화상담으로 시작했던 인연이 그 분이 계신 곳 까지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직접 역까지 태워다 주시는 동안 듣게 되었던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마음에만 두기가 아쉬어서 스팀잇에 적어봅니다. 포스팅에 등장하는 이름은 실명이 아닌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이미지 출처는 픽사베이입니다. 또한 여러 세세한 상황은 저의 상상이 가미되었음을 양지바랍니다.

  • 마크다운은 @kyunga 님이 만들어 주신 것을 활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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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저의 고향 문경 이야기 같네요. ^^;;

아.. 고향의 모습이 잘 표현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좀더 남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려주세요~
사람사는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밤새 잠이 오지 않더니 이 이야기가 구성되었네요. 시간 간격이 있겠지만 앞으로도 연재를 해 보려고 합니다. ^^

늘 같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또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사람들과 만나면서 제가 알지 못했던 삶에 대해서 배우게 됩니다. 부족하나마 이야기를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냥 사는 사람들이라도 그들의 삶은 그냥이 아니더라구요..
저 역시도 그렇겠죠..?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똑같아 보이는 일상이 사실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실제 그렇게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분명 누군가에게는 의미있고 소중한 삶일 것입니다. ^^

'좋은생각' 같은 곳에 투고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D

에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포스팅은 소설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a

어릴적 생각이 나게 하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 지내던 동네.. 친구들의 모습이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는 것 같습니다.

영화 국제시장에서 참 표현을 잘 했지요.
무서운 탄광촌...

영화에서처럼 그 당시 석탄 산업이 크게 발달하던 때라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거쳐간 것 같네요.

항상 위험이 상존하고 있는 탄광촌..

사람이 모이다보면 참 많은 이야기가 생겨나나 봅니다.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네요.
왠지 가슴 한켠이 먹먹해지는 군요..

어린 시절이 다 사연이 있다보니 의미있는 기억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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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설명까지~~~ 살짝 긴장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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