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일기| 감정의 강가

in #kr-pen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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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중에는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점점 더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우울함이나, 자기연민, 증오 같은 감정들.

정당한 '화'가 아니라 자신을 갉아먹는 감정이 찾아올 때면
속수무책으로 무기력에 빠지게 되는데,
그런 종류의 감정들은 종종
거기에 빠져서 살아도 된다는 당위성을 부여하는 듯하다.

내가 우울하니까, 내가 불쌍하니까, 내가 널 미워하니까.
나아가서는 내가 날 미워하니까, 까지.

웅크리고 그런 걸 주장한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많지 않고
타인을 죄인으로 만드는 것밖에 없음에도
그 안락한 어둠에 빠져버리면 좀처럼 헤어나올 수 없다.

무기력에 빠지더라도 감정이 전부가 아니고
심지어 내 감정이 나를 속이기도 한다는 걸,

그래서 때론 거기서 발을 빼고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둘 줄 알아야 한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삶의 너무 많은 시간을 잃었다.



두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지,

겨울에는 나무를 베지 말라고.
마음이 저조한 날에 떠오른 생각에 속지 말라고.

이 두 문장만큼은 평생
감정이 휩쓸고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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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찬 하루 보내요!

짱짱맨도 화이팅!!

너무 많은 시간을 잃었음을 깨닫게 되면
다시 발을 뺄 수 없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면 다시 당위성을 부여하게 되고....ㅠㅠ
무슨 뫼비우스의 띠처럼 악순환이 계속 되는 거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느끼고 후회하고
마음을 다잡고 다짐을 해도
결국 정답을 찾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네요..ㅠㅠ^^;;

저도 그렇습니다. ㅎㅎ
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느냐가 문제인데,
끊기가 어려울 뿐더러
끊어도 완벽하게 끊은게 아니고
언제든 다시금 그 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게
위태롭고 무섭습니다.

정답은 없겠지만 아주 조금만이라도..
덜 아파하며 살면 좋을 텐데, 라고 생각합니다.
저 뿐만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많은 사람들이요.

배작가님의 글을 읽으니 제가 감정에 속고 있었네요
저는 평생 나를 갉아먹는 감정이 뭔지 모르고 살 줄만 알았어요...그런데 아니더라고요
한번 우울감이 들면 자꾸 합리화할 거리들을 찾으면서

내가 지금 우울한데 뭐 어때
나 지금 우울하니까 다른 사람 감정따위 내가 알게 뭐야

하면서 자꾸만 주변까지 지치게 하는 저를 발견했어요
그러지 말자고 다짐하고 스스로 마음을 다독여보곤 한답니다
쉽지 않지만요...

도담랄라님,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도담랄라님의 다양한 감정들 중에서 모든 감정이 도담랄라님을 속이는 건 아닐거예요.
어쩌면 정말 아파서, 마음 한 부분을 돌봐달라고 외치는 감정일수도 있거든요.
일례로, 나 자신이 마음에 안들어서 우울한 것과 남의 괴롭힘을 참느라 우울한 것은, 증상은 같지만 원인은 다르니까요. 자격지심은 언제나 상존하는 것이라 쉽게 정리할 수 없지만, 남이 괴롭혀서 우울한 것은 나를 괴롭히는 상대에게 '더이상은 no'라고 말하면 해결 될 우울감이죠.

이런 사유의 과정을 여러번 거치다 보면 내 우울의 원인이 나에게 있는지 남에게 있는지 파악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때론 가볍게 넘겨버릴 줄도 알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나로 인해 타인이 느낄 우울감도 이해하게 되고요. 우울하다고 우울에만 빠져있기 보다는 우울의 원인을 찾아서, 해결할 수 있는 건 해결해 나가야 우리가 지고 있는 우울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싶어요.

살아보니 우울감은 체온처럼 언제나 꾸준해서 완전히 떨어뜨리는 불가능 한 것 같아요. 인정하고 같이 가기로 결심한 순간, 이 친구를 어떻게 대할지를 고민해봐야죠. 저는 유난히 변덕스러운 애인이라 생각하고 달래면서 가기로 했어요. ㅎㅎ

자신을 갉아먹는 감정에 빠지게 되면 본인은 물론 그것을 보고 있는 주변사람들도 너무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겨울엔 나무를 베지 말라~
모든 일에 적용될 만한 말이네요~

맞습니다. 호돌박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섣부른 결정을 내리면 결국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듯 합니다.

주변 사람들도 많이 힘들겠지만.. 아마 자신을 갉아먹는 감정에 빠진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을 더 갉아먹지 않으려고, 자신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고 있긴 할 겁니다. 사실 애는 쓰지만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만큼 또 충격적인 일은 없어서.. 최후의 따뜻한 시선 하나쯤은 그런 사람의 곁에 쭉 있어주었으면 해요.

자기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은 너무 무심하게 사는거 같아서....ㅠㅠ

그러다가 문든, 나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이 오면,
내가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허상이었다는 사실이 점점 명확해지기만 하니, 또 한번 좌절....

그래도 무심하게 스쳐지나가는 시간들보다는
나를 마주하고 좌절하는 시간이 삶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우리는 무심해지는 걸까요, 무던해지는 걸까요. 둔해지는 건지 둥글둥글해지는 건지 저도 항상 헷갈립니다. ㅎㅎ 자기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건 그저 순간의 착각이 아닐까 생각해요. 인생의 변수는 너무나 많고, 그 변수마다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완벽하게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그런 의미로다가 저는 제일 이해가 안가는 게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입니다. ㅋㅋㅋ
그래도 순조로웠던 여행보다 원래 사건 많고 헤매는 여행이 얘깃거리가 풍성하다더군요. ^^

우울한 감정에 빠지면 자기 스스로를 비난하고 더 깊은 수렁에 빠지는 거 같아요. ㅠ

어제도 그제도 그랬던 거 같아요. 난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내 인생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하면서요. 근데 제 삶이 잘 못 살지도, 꼬이지도 않거든요. 우울한 감정에 속아 하마터면 상실로 이어질 뻔했지 뭐에요. :)

와... 초코님... 우울과 상실로 연결되는 사이클이 완벽하게 저랑 같으시네요.

난 이제껏 뭐하고 살았나. 내 인생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

이거슨 신세한탄 앞에 붙는 'JYP' 같은 인트로...
저는 가끔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푹자고 일어나면 황당해서 웃기도 해요.
정신차려보면 사지 멀쩡하고 인생이 그다지 꼬이지도 않은게 보여서요.
그래서 우울함엔 잠이 즉효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잘 먹는 것도 물론 포함이고요.)

초코님, 잘 드시고, 푹 주무세요 ^^

내 감정이 벼슬인것처럼 굴 때가 많은데... 피해는 가까운 가족들이 보는거 같애요. ㅠㅠ

뭐 가족이 그런거 아닐까요,
내가 오만 짜증 다 내면 다 받아주고,
또 내가 괜찮아지면 나에게 오만 짜증으로 돌려주는..(애증의 감정 돌려막기 그룹)

저도 가족들을 대할때 무뚝뚝하거나 날이 서있을 때가 많아서 미안해지곤 했어요. 그래서 옛날에 같이 살 땐 종종 치킨을 사들고 들어갔는데... 혼자 사는 요즘은 짜증을 안내고 안받고 치킨 값도 굳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딱히 좋은 건지는 모르겠어요 :)

하하.. 다 장단이 있겠죠! 좋은 글 또 기대하겠습니다. : )

네! 감사합니다 또 뵈어요 ^^

때로 자기혐오와 무기력 빠지는 날이면 사람의 손길을 더욱 갈망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연민을 느끼며 위로해주길 바라며 더욱 자신을 몰아넣죠. 또는 마치 그것이 나의 과오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며, , , 이럴 때는 오히려 저는 사람들을 피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마음이 저조한 날에 떠오른 생각'들이 '나무'를 벨 수 있으므로, , ,
저는 그것이 가장 빨리 제 자신을 찾고 새로 시작하는 방법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싸이클이 매번 끊임없이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ㅎ

글 잘 읽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게 좋다는 것,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누군가를 만나면 상대에게 나의 상태를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감정은 언어를 통해 명징하게 구체화 되고, 가끔은 본래 본인의 상태보다 더욱 과장하여 설명하기도 합니다. 위로를 받으면 나의 우울이 정당화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더 깊고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럴 땐 정신 차리라고 등짝 때려주는 친구를 만나야 하는데 말이죠.. ㅎㅎ

우울한 감정으로 뭔가를 하는게 참 어리석다는 걸 잘알지만...
그순간에 많은 짓들을 하는것 같네요. 그 감정이 내 감정의 일부이지만 그게 내 감정속에 들어있는 것 자체만으로 상당히 힘들고 고통스러워서요.

맞아요. 우울함과 충동은 비례한 건지..
그 순간 정말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것 같아요.
'우울을 느끼는 내 자신에 대한 혐오로 인해 또 우울함이 생기고- ' 처럼
뫼비우스의 띠가 형성이 될 때는 저도 정말 속수무책입니다.

요즘 무기력함에 우울함에 빠져서

그걸 핑계 삼아 아무것도 안하고, 이 글을 보면서 제가 제 감정에 속고 있었구나 싶기도 하고 근데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난 여전히 똑같고 이런저런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글이 너무 좋아서, 리스팀 해갈게요. 앞으로도 좋은 글 보고 싶어서 팔로우 꾸욱 하고 갑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반갑습니다 곰씨님. 저도 팔로우 했어요. ^^ 블로그 배경과 프로필 사진의 곰씨가 너무 귀엽습니다.

제 글을 보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실 필요는 없어요 ㅎㅎ 아마 곰씨님 마음에서 우울이 흘러가고 있는 과정인 것 같은데 너무 깊이 발만 담그지 않으시면 언젠가는 곧 멈출테니까요.

제가 옛날에 계곡에 놀러갔다가 물에 빠진적이 있거든요. 고인 계곡물 가운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바위를 기준으로 왼편은 깊고(어른들이 말씀해 주셔서 알았답니다), 오른편은 얕았어요. 얕은 쪽으로 슬금슬금 올라가서 바위에 앉아 계곡과 놀고있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왼편의 물이 일렁일렁 하는게 신기해보이더라고요.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발을 담그고 싶어지는 기분이....

그래서 발을 쭉 내미는 순간!! 바위 옆 이끼에 미끄러져 그대로 입수했어요. 세상에나.. 고개를 들어보니 수심이 한 2~2.5M는 됐던 것 같아요. 시커먼 물 속에서 버둥거리는 데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죠. 그러다.. 뭐 결국은 수영 선수 출신 어른이 오셔서 허리춤을 잡고 훅 들어 올려주셔서 목숨을 구하고.. 지금 스팀잇을 하고 있는데요. 아무튼 이 한 줄을 말하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 썼는데요... ㅋㅋㅋ 이 무기력과 우울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일렁거리는 물 처럼 사람을 홀리고 발목을 잡아챈답니다.

우울의 강가는 그냥 아 우울의 강 근처에 왔나보다 인식은 하시되, 들여다보거나 발을 깊게 담그지 마시고 지나쳐 가세요. 모른척 다시 슬슬 멀어지는 게 상책입니다. 멀어지는 방법은 햇빛 쪼이기, 운동하기, 맛있는 거 먹기, 재밌는 영화나 tv보기, 곰씨랑 놀기 등이 있습니다 :) 이 때만큼은 제가 쓴 우울에 관한 글 같이 괜한 생각을 자극하는 활동은 피하시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응?)

이렇게 정성스러운 댓글에 엄청난 위로를 받고 갑니다ㅠㅠ

정말... 그냥 지나쳐야지 하고도 우울에 가까이가서 자기 연민에 빠지는 건 순식간인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