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진실했다.

어제 동네 옷가게 앞을 지나게 되었다.
아는 사람끼리 얘기를 하다 나를 발견하고 손짓을 한다.

별로 바쁘지 않은 시간이라 잠시 들어갔다. 한 동네 살아도 오랜만이라는 말로 인사를 한다.요즘엔 가족이나 같은 직장 빼고는 대부분 오랜만이다. 그 집에서는 옷 만 파는게 아니라 여자들에게 필요한 구두며 악세사리를 취급하고 있어 평소에도 손님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이 서울에서 백화점에 근무했던 경력이 있어 매너가 좋아 모두가 편하게 드나든다.

그 날도 평소에 자주 이용하는 단골들이었다. 옷을 고르다 주제는 동안으로 이어지고 자연 화장품에 피부과를 지나 자연스럽게 성형으로 흘러간다. 여자에게 고운 피부나 동안은 부러움의 대상이기도하다. 그렇다보니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오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시행착오가 따르기도 한다.

코로나가 생기기 전이었다. 매일 만나는 언니가 얼굴이 부은 것 같았다. 멀리 떨어진 치과를 다니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 피곤해서 그런 것으로 알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서 미간이 불룩하게 부은 얼굴로 나왔다. 붓기만 한 게 아니라 가운데가 벌겋게 성을 낸 것으로 보였다. 때가 한 여름이라 모기나 다른 벌레에 물렸다는 생각에 언니 모기 물었으면 빨리 약을 바르지 그랬느냐고 했더니 뭐라고 얼버무리기에 나도 그러려니 지나갔다.

나중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저 언니 성형 부작용이라고 했다. 그것도 적당히 맞은 게 아니라 욕심을 부려 많이 맞아서 그렇다며 나에게 눈치 없다고 놀린다. 자기들도 가끔 성형외과를 찾는데 잘 하는 데를 다녀 부작용 염려도 없고 미백 관리도 해준다며 얼굴도 평소에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더 나이 들기 전에 정기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삼십대에도 피부과를 다니는 젊은 사람들도 있고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미 주름이 지면 힘들어지니 미리 미리 손질을 해야 나중에 낭패가 없다고 하는데 현대사회가 스트레스가 많고 공해가 많은 환경이라 얼굴을 가꾸는 게 좋은 화장품으로는 한계가 있고 현대의학의 도음이 절대적으로 필요로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래도 내 생각은 아직 고리타분하다.
주변에서 연세 많으신 할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모습을 뵙게되면 그 분이 살아오신 지난 날이 보이고 따뜻함이 느껴져 저절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든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사람을 보면 농담반 진담반으로 비리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한 동안 활동이 뜸하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연예인을 보면서 나이가 뒤로 돌아간 듯한 얼굴을 보면 왠지 그 사람의 모든 것이 거짓으로 보인다. 비록 내가 좋아했던 사람에게도 예외는 없다. 아니 그 보다 더 냉정하다.

이번에 배우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을 두고 많은 사람이 그녀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당연히 축하할 일이고 기뻐할 일이다. 그런데 내게는 그녀의 손에 들린 금빛 찬란한 트로피보다 그 옆에 서 있던 잘 생긴 브래트피트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그녀의 백발과 얼굴 가득한 주름살이다. 배우로서 아름다움에 집착할 수 있다. 성형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그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자연을 지킨 그녀를 지금보다 몇 배 좋아할 것 같다.

그녀의 진실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