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더 스크랩
가벼운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 싶어 이 책을 보게 됐다. <더 스크랩>에는 하루키가 신문과 잡지에서 스크랩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80편가량의 에세이가 실려있다. 2~3장 정도 되는 짧은 글이라 나는 이 책을 하루에 10편 정도로 끊어서 읽곤 했다.
잡지를 스크랩해서인지 가십과 가벼운 일상 이야기가 많다. 80년대를 주제로 한 글이라 나는 이름도 모르는 당대의 스타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낯선 시대, 그리고 그것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의 가벼움 속에서도 하루키는 날카롭게 삶의 통찰을 보여준다. 시시한 농담을 가장해 그 사이로 유유히 자신의 생각을 함께 던져둔다. 가볍게 읽다가도 흠칫 놀라게 되는 지점이 몇 있었다.
실베스타 스텔론의 ‘호랑이의 눈'
며칠 전에 <록키3>을 보러 갔었다. 평일 1회 상영이었는데도 거의 매진되어 가장자리 좌석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한가한 사람이 참 많은가 보다. 아침부터 샐러리맨으로 가득 찬 영화관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건 그렇고, <록키3>은 정말 재미있는 영화다. 줄거리는 뻔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나는 대체적으로 뻔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 뻔한 부분을 재확인하기 위해 <스타워즈>와 <슈퍼맨2>를 세 번씩 보았을 정도다. 하지만 그냥 뻔한 이야기라고 무조건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 이유는 복잡 미묘해서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7월 8일자 <롤링 스톤>에는 <미스터 록키&실베스타 스탤론>이라는 기획특집이 실렸다. 이 기사를 읽으면 <록키> 시리즈의 매력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록키는 스탤론 자신이며 스탤론은 록키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록키>가 뻔한 시리즈라면 스탤론의 인생 또한 뻔한 인생인 셈이다(누구의 인생이든 인생은 뻔한 것이다).
보잘것없는 가난한 청년에서 하룻밤 사이에 일약 스타덤에 오른 록키는 바로 스탤론 자신이다. 부자가 되어 ‘호랑이의 눈'을 잃은 록키도 스탤론 자신이며, 사랑과 신뢰와 활력을 되찾아 세 번째의 도전에 모든 것을 거는 록키도 곧 스탤론이다. <롤링 스톤>에 실린 스탤론의 고백을 읽고 있자니 어느 쪽이 영화고 어느 쪽이 실생활인지 구분이 안 될 지경이다.
“<록키2>를 제작한 후 3부 완결편도 만들고 싶었지만 그럴듯한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았다. 줄거리가 될 만한 일이 나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나기까지는 말이다.”
본인은 신의 계시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여자, 술, 사치, 실망······. 성공에 따르기 마련인,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 흔한 이야기를 ‘신의 계시'라고 느끼며 대작 영화를 만들어 히트시킨 점이 스탤론의 비범한 점이다.
나도 집에 돌아와 욕실 거울 앞에 서서 ‘내게는 아직 호랑이 눈이 있나' 하고 생각하며 거울 속을 들여다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었다. 애시당초 없었던 것이다. (1982.9.5)
아마 초딩 4년때였을 거임, 용돈모아서 이거 레코드판 샀슴, 영화도 개재밌었슴
건강히 지내고 계시죠? 20세기 소년 지하에서 해주신 조언들을 하나하나 생각하며 지키려 노력중이에요. ㅋㅋ 안 그래도 오늘 읽은 하루키 에세이에서는 '용돈 모아 레코드판 산' 이야기가 나왔어요.
토그닥토그닥, 종로나가게되면 보자규요
근데 이 곡 앞 부분은 엄청 많이 들어봤는데 노래는 처음 들어보네요 ㅋㅋㅋ 노래곡인줄 몰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