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우울함을 거부하는 한국사회
우울함을 거부하는 한국사회
토요일 밤, 친구와 샤로수길을 거닐며 재미있게 놀고 나서는 급성장염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 열이 39도 가까이 올라가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링거가 계속 추가되어 총 다섯 개의 링거를 맞았다. 병원을 다녀와 줄줄이 있던 친구들과의 약속을 취소했다. 홀로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아픔을 견디고, 약을 먹고, 죽을 먹는 과정을 반복하며 점점 우울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자친구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겼다. 모든 걸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과외를 연속으로 두 번 비우면 잘릴 것 같아 항공권 앱을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우울함은 이렇게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우울하면 무력해지고, 무력해지면 잠이 오거나 혹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난 전자였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면 종일 잠을 잔다. 과수면증은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신체에 반영되어 그렇다는 심리치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잠을 계속 자고 싶어도 계속해서 구역질이 나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렸다. 휴대폰의 알림을 모두 끄고 소리내 울었다. 눈물을 흘리니 기분이 약간 풀렸다. 본죽에 가서 최대한 맛있어 보이는 죽을 사고 한 입 넣었다. 기분이 더 괜찮아졌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다. 나는 왜 이렇게 우울함을 치료하려고 하지. 그냥 우울한 걸 내버려두자. 물론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감정이 이 주일 정도 이상 간다면 다시 선생님께 가야 하겠지만, 이건 정말 어떤 사람이더라도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까. 그러자 한결 나아졌다.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내가 아무리 끙끙 앓는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잖아. 점점 초연해졌다.
유튜브에 '우울해질 때 듣는 음악'을 검색하니 밝고 신나는 곡이 무작위로 들려왔다. 우울한 감정을 벗고 최대한 밝은 쪽으로 보내려는 신나는 리듬. 하지만 난 더 우울한 노래를 들으며 우울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더 우울해지기는커녕,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사람은 항상 행복하고 즐거울 수 없는데 우리 사회는 너무 우울한 감정을 당장 벗어버려야 할 감정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잔한 발라드를 듣다가, 따뜻한 죽을 먹고, 아프지만 책을 펼쳐 한 글자씩 눈에 담아내려 노력했다.
내가 지금 우울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되, 일어나지도 않은 우울한 생각은 던져버리기로 했다. 가령 헤어진다거나, 친구들이 아픈 나를 빼고 만난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거나 하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그리고 따뜻한 차와 죽, 매실을 마시며 몸을 챙겼다. 그러자 점점 기운을 차려 최근 올렸던 스팀잇 공모전에 참가할 힘이 생겼다.
물론 우울할 때 사람들을 만나고, 즐거운 노래를 듣는 게 우울함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놀고 난 후 홀로 집에 왔을 때 공허함이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는 우울하다는 말을 전혀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지인이 있는데 사실 그 지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우울함을 인정해라. 인정해. 사람이 매사 즐거울 수는 없잖아.
안녕하세요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입니다.
"우울을 겪고 있음을 인정하되, 일어나지도 않은 우울한 생각은 던져버리기로 했다"라는 문구가 굉장히 와닿는 것 같습니다.
@hyunyoa님 힘내라는 차원에서 풀보팅하고 갑니다.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고팍스 드림
헉........ 아픈 장 쥐여잡고 화장실 다녀왔는데 깜짝 놀라서 딸꾹질했네요....
고팍스님이 댓글을 다신 것도 모자라 풀보팅까지.. 감사합니다 ㅠㅠ...!!!!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을 수도 있는 주변 친구들을 잘 챙겨줘야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챙겨주는 행동은 고마우나, 약간의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 경우는 우울함을 공감해주면 고맙더라고요. ㅎㅎ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울함을 인정한다... 십분 공감합니다^^
kjessie00님, 안녕하세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공감해주신다니 더욱 감사하네요 ㅎ_ㅎ 우울한 감정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힘들더라고요.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팔로우 하고 가겠습니다.
eatpepper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글이라고 하시니 쑥스럽네요.. 저도 맞팔로우했습니다 :-)
많이 공감이 가는 글이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울함이 배척되는 사회가 아니었으면 합니다. 저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멋진 글. 공감함에 풀보팅 때립니다. 우울함은 또 그 우울함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이 마냥 행복하다면, 행복에도 권태를 느낄게 분명합니다. 우울이 있기에 행복도 존재하는 것이죠 ㅎㅎ
rothbardianism님, 멋진 글이라는 과찬 정말 감사합니다 :-) 맞습니다. 조그만 행복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그간 느꼈던 우울함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풀보팅도요..♥)
tipuvote! :)
thank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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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때 난 왜 우울하지? 난 왜 행복하지 않지? 하면 더 힘들어지더라구요. 혼자 충분히 우울할 시간을 가지는게 좋은거 같아요!
맞아요 그냥 담담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이 너무 갑니다.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기쁨이가 슬픔이를 왕따 놓으려고 하지만 끝내 틀린 선택이었죠. 그냥 슬픔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너무 우울함을 즐기란 것도 아니고 단지 그런 감정조차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
newage92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이드 아웃, 정확하네요. 그 코끼리를 닮은 상상의 동물, 빙봉이 아끼는 물품이 없어졌을 때 슬픔이는 빙봉의 슬픈 감정을 인정하고, 슬픔을 공감해주었죠. 그리고 빙봉은 기운을 차렸고요. 그 때 슬픔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었던 장면 같았어요. :-) 다시 한 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