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육아일기 #14] 아빠. 나는 열백년 살고 싶어요 : July 31 2019

여행에서 잡은 세 마리 장수풍뎅이 중 한 마리가 죽었다. 장수풍뎅이는 한해살이라(성충으로 2개월 정도) 여름에 잠깐 번식 활동을 하고 수명이 다하는데 우리가 잡은 아이도 이미 수명이 다한 듯 보였었다. 운 좋게 짝짓기에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머리쪽이 조금 깨진 것으로 보아 여기저기 날아 다니다가 어딘가에 부딫혔거나 천적들의 공격으로 생긴 상처로 보였다. 아내님이 우리에게 온 것도 마지막 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챙겨간 곤충 젤리라도 실컷 먹게 해주었다. 넓적사슴벌레와는 다르게 먹는 양이 엄청 났다. 그래도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는데 다음날 아침 미동을 하지 않기에 건드려보니 이미 하늘 나라로 여행을 떠난 후였다.

첫째는 일어나자마자 곤충들을 살펴 보았고 미동없는 장수풍뎅이를 보고 기어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반려 동물/곤충을 키울 때 가장 곤욕스러운 순간이 아닌가 싶다. 될 수 있으면 생명의 탄생과 아름다운 삶만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죽음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할 때인듯 하여 아내님과 상의하여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백 년 정도 수명을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 역시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그 수명이 주어진 기간 동안 살아간다고 설명해 주었다. 최대한 아이가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게 설명을 마쳤고 아이도 죽음에 대해 납득하는 듯 보였다. 장수풍뎅이를 뭍어주자고 했더니 개미들이 먹지 못하도록 튼튼하게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면 돌맹이로 쌓아주었다. 마치 피라미드 같이 호사스럽게 만들어 주었다. 작은 생명이지만 우리에게 왔다 간 만큼 좋은 시간이였길, 아이의 바람대로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빌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후 이것저것 정리를 하느라 녹초가 되었다. 아이들을 재우기 위해 함께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해주는데 둘째가 생각보다 빨리 잠 들었다. 보통 첫째가 먼저 잠드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잠이 오지 않는다며 칭얼거렸다. 반쯤 잠이 들었는데 아이가 내 뱉은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빠. 나는 열백년(아직 천 년을 모름) 살고 싶어요. 엄마랑 아빠랑 율이랑 안헤어지고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어요.”

내 마음인들 그렇지 않겠는가... ㅠㅠ 나 역시 천년만년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다. 어쨌건 아이는 죽음에 대해 납득을 했고 죽음이 무섭고 두려운 사실이라는 것으로 인지했었나 보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모든 생명체가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 주었다. 한정된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하게 살아야 하고 그럴려면 음식을 골고루 잘 먹고 신나게 뛰어 놀아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는 그러겠다고 새끼손가락을 걸고 꼭꼭 약속한 후에 나를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의 작디 작은 품에서, 아이의 말 한 마디에서 오늘 하루의 피로와 모든 부정적인 것을 날려 버릴 수 있었다.

살아간다는 건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채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죽음의 순간에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삶이 후회되지 않도록 모든 사람들이 매 순간 즐겁고 행복하고 평온하게 지내길 바란다.

한 가지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나보다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먼저 보내는 것 만큼 큰 슬픔이 없을 것 같기에...

Walking

Height 180 cm		Weight 63 kg		Body Fat 15 %
Waist cm		Thighs cm		Chest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