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주의보

in #steemzzang2 days ago

<대설주의보>

---정 태 욱---

대설주의보가 내렸었던 그날
천지는 아득했다.

먼 마을이 묻혔다던 그해
영락없는, 그날 떠났던 네 뒷모습의 그 마을에
펑펑 내리던 눈송이.
함박눈을 녹여 그린 엽서는 출발할 수 없었고
숙인 볼에 눈물이 얼어붙었다는 문자도 두절됐다.

광야 덮치는 들불 사그러지고
능소화 젖어 툭 떨어지던 담장 아래서
머리 풀던 미치광이의 속울음은 시퍼렇던가
그 기억들 위 대설주의보가 내리고
함박눈 속으로 당신은 떠난 후,
해마다 어딘가에 폭설 소식이 들리건만
그러나 그 이후 네 소식은 끊어졌다.

안부도 이름도 얼굴도 계절의 먼 훗날도
법접할 수 없는 적막에 들었건만
눈물의 흔적이 더 투명할
이듬해 수선화 꽃 촉이 기다려졌다.

덧붙이지 못한 말처럼
그날의 목마름처럼
대설주의보 속으로 들어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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