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던 말

in #steemzzang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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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던 말>

---박 용 철---

내가 그날에 사랑해 만지던 말이 이제 내 눈앞에 있다.
그 털의 윤택함 빛나는 흰 눈자위 뒷다리의 탐스러움
자랑스럽던 그 태도를 어디 하나 남겨 있진 않으나,
나는 다만 깊이 박힌 사랑의 총명함으로 알아볼 수 있느니.

여기 멍에 아래 마차 끄으는 추렷한 말은
그 시절 봄날 빛 아래 금잔디 넓은 마당에서
호-통 소리치며 네 굽 놓고 달리다가 가볍게 잔걸음 놓던
그 아름답던 나의 사랑하는 망아지 그놈이다.

저의 두 눈은 굴러 하늘을 쳐다볼 생각도 없이,
저의 네 발은 땅에서 두 자 뛰어오를 기운도 없이,
쉴틈없이 내리는 채찍에 몰려다니다가는
목에 여물통을 건대로 배 채울 것을 먹고 있다.

나는 넘쳐 오르는 가슴과 떨리는 주먹으로 디려다보며,
눈을 감지도 못하고 깊고 높은 하늘로 돌려버리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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