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in #kr4 years ago

와글와글. 난장판인 땅 한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은 북새통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구나. 멀리, 아주 저-멀리서 바라보면 개미굴에 바글바글한 개미들처럼 열심히 움직이는 우리들을 볼 수 있겠지.

그중에서도 공상의 속도만 빠르고 걸음이 느린 나라는 개미는 오늘도 그 작은 개미굴 한편 어두운 방안에 아기개미 두마리 토닥토닥 재우고, 휴대폰 불빛따라 눈을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룸메 개미를 뒤로 한채 어젯밤 간소하게 치장한 1.2m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한 전구가 번뜩이는걸 불멍하듯이 계속 쳐다봤다.

트리 빛이 꺼지고 켜질때마다 이 생각 저 생각이 사라졌다 나타났다. 어둡고 깊은 생각도 하고 자책하는 생각도 좀 해주고, 그러다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다시 곱씹어주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거실로 걸음을 옮겼다.

글이라는 게 어떤 경로로 시작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사방이 조용해지고 생각이 또렷해지면서 마음속에 아무렇게 낙서하듯 막 그어대는 날림의 생각들이 아니라 마치 자판을 두드려서 입력하듯 또렷한 생각이 나면 글이 쓰고 싶어진다.

오늘 했던 생각은 역시나.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건가 하는 생각이었다. 항상 그래왔듯 시작은 나 자신에 대한 불만들을 쭉 생각해본다. 나는 이런 면이, 이런 점을 고치고 싶다. 이런 생각들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더이상 고칠 것이 생각나지 않는 지경이 오고. 결론은 이미 엉망진창이구나 어쩌겠나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이 모습으로 살아갈수 밖에. 비참하게 스스로를 인식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그러면서 그 생각이 끝나면 가장 최근에 봤던 글들이 생각난다. 요즘은 집, 회사만 반복하는 삶이라 낯선 곳에서의 풍경 같은것을 떠올리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대부분 어디선가 읽은 글이나 들은 말들이 불현듯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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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이 조인성에게 죽기전 호텔 침대에 소지섭과 나란히 누운 채 눈물을 흘리며 애원한다. 사랑한다고. 나는 두 명을 모두 사랑해.라고 애원하지만 이미 분노에 찬 그는 그녀를 쏴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고 끝이 나는 드라마. 사람이 동시에 두명을 사랑하는 일이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장면이 바뀌고 부부의 세계에 이태오가 소리친다. 사랑에 빠진게 죄는 아니잖아!라고. 사랑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정형화된 감정은 아닌듯 하다. 서로 다른 인간에게서 서로 다른 사랑을 느낀다니.

만약에 사랑한다는 말을 누군가 만들어두지 않았다면 인류는 어떻게 그런 마음을 표현해야 하나. 나 자신보다 더욱 너를 아낀다. 이런 감정들을 상대가 들을 수 있게 길게 나열해야겠지. 어쩌면 그런 장면이 더 로맨틱하고 사랑이라는 단어보다 더 와닿지 않을까. 동시에 두명을 사랑하는 그 사람들도 다른 감정으로 둘을 사랑하는걸까.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건 깊이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을 두명에게서 느낀다는건 상당한 감정소모가 되겠네. 다들 그렇듯 신경쓰이고 생각나는 누군가가 생기면 계속 마음이 복잡해지고 초조해지고 불행해졌다가 좋아졌다가 아주 롤러코스터 대환장 쇼를 할테니. 두명을 동시에 사랑하는 하지원과 이태오의 마음은 분명. 핑크빛이 아니라 잿빛, 흙빛일꺼라고 생각한다. 너무 힘들고 지쳐서 피멍처럼 쌔까매질테니.

사랑이라는 말이 나와서 또 생각나는 것이 이동진이 한 프로그램에서 사랑이라는 말은 이제 더이상 아무런 울림을 주지 못하는 말이 되어버렸다. 너무 흔해져버렸기 때문에. 그래서 자신은 고전문학을 포기할수 없다. 그런 켜켜히 쌓인 아름다운 말의 먼지들을 탁 털어내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학이기 때문이라는 짤을 본적 있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나같은 경우만 해도 사랑한다는 한마디보다는 나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을 쭉 나열해주는 편이 더욱 설레인다. 물론 마지막에 사랑한다는 말을 넣어주면 방점을 찍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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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 크리스마스 같은 연말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들뜨게 한다. 괜히 같은 밤하늘이지만 번뜩이는 수천개의 전구들 위에 있으면 누가 고급옷이라도 입혀놓은거 같네. 이뻐 밤도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이 세상이 아닌것 같은 느낌. 해마다 연말에는 우리 모두가 밤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한해 동안 고생많았어. 서로에게 격려하고 싶어서 그런걸까.

이런건 싫지 않아. 모든 반짝이고 눈부신건 황홀함을 선사한다. 따스한 집안에 가족들과 맛있는 저녁을 먹는 상상, 고개를 돌려보면 바깥은 온통 불빛 천국. 기독교를 믿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는 너무 황홀해. 좋으다. 혹시 그대들은 이 세계에 천국을 이런식으로 구현하는건가? 12월. 크리스마스. 말만 들어도 설레.

올해 크리스마스도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산타가 되어주겠지. 이젠 아이가 한명 더 생겨서 둘이니. 두 아이에게 산타가 되겠네. 기념일이나 생일같은건 귀찮아서 챙기는 스타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래도 동심이라는게 있으니깐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5살 2살. 과연 녀석들의 기억에 남으려나. 하지만 엄마 아빠가 행복하게 해준다는 느낌만 받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할테지.

행복해져, 행복해라. 우리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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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여사 화이팅.. 어느새 둘째가 두 살이나 되었구나..

DJ오이가 보내드립니다

오이가 오이했네ㅋㄱㄲ

찡여사님이 행복해지는 게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첫 걸음일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찡여사도 행복해져라. 행복해라~!

감사합니다^^)팥쥐님에게도 행복과 사랑이 팡팡!

우리집은 산타 같은 거 없다고 일찍이 못박으시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지 않으셨지. 게다가 양인들 명절 따위 쇨 필요도 없다고...

(자주와! 기다렸어!🥺🙏 ㅋㅋㅋㅋ)
나는 산타없는건 6살쯤에 진즉 눈치깟지만... 그래도 선물이 싫진 않았는데. 이 친구는 강제로 선물까지 패쓰 당했군. 그래도 우리 자식들에겐 그러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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