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3 석굴암(石窟庵)
인왕산-3 석굴암(石窟庵)
인왕산을 내려오다 음용불가 판정받은 약수터에서 석굴암 이정표를 발견했다. 경주 토암산에 있는 석굴암이 유명하지만 석굴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암자는 부지기수로 많다. 인왕산에도 석굴암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대부분 자연굴 혹은 인공적으로 암석을 파낸 뒤 그 안에 부처를 모시는 형태의 암자이다.
석굴암 근처에 가니 돌에 새겨진 작은 마애석불 둘, 빛 바랜 금빛 불상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암자는 조용했다. 큰 바위사이로 문이 하나 있어 열고 들어 갔더니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 돌로 새겨진 마애불과 화강암으로 조각된 불상이 여럿 있었다.
불교에 조예가 없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주 예전 것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 너무 깨끗한 바위 그대로였다. 좀더 고풍스러운 모습이기를 기대했지만 천정에 매달린 이름표 붙은 빨간 연등이 분위기를 완전 망쳐버렸다.
보통 연등이 사찰 앞이나 탑 주변에 걸린 건 많이 봤지만 암자 안에 걸린 모습은 처음 본 듯하다. 연등에 대한 기본적인 규범이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근엄하고 신비로워야할 부처님 모시는 공간에 조차 소원을 기원하며 돈을 지불해야하는 연등이 걸린다는 게 씁쓸하다.
흔히 사람이 없는 암자를 지키는 사나운 개가 안보이는 것은 좋은데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로 미루어 여기에 거처하는 게으른 스님도 가끔 올라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암자에 가기 위해서는 2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서쪽 수성동 계곡 에서 오는 길과 서남쪽인 제1경비단 백호부대 소초에서 오르는 길이 있다. 인지도가 낮고 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적막하기 조차하다.
석굴암(石窟庵)
인왕산 동쪽자락 치마바위 바로 아래 자리한 석굴암은 서울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산중 암자이다. 대한불교 조계종 소속이라는 것 말고는 정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미루어 최근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문 창문에 붙은 안내지에 쓰여 있는 아래 글이 여기를 알려주는 유일한 정보처럼 보였다.
“삼국시대부터 인왕산 석굴암 산신각은 천하의 명당이며 길지로 유명합니다. 특히, 서울 시내 중심부가 한 눈에 들어오는 영험한 기도도량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수많은 명인지사들이 거쳐 간 이곳에 촛불을 밝히시어, 시험, 승진, 사업, 군북무 등 간절한 소원을 원만성취 하십시오.”
등산코스
수성동계곡 쪽으로 내려와 시간도 아직 많이 남아있고 해서 근처 사직공원과 국립고궁박물관과 경북궁엘 들려 보기로 했다.
가끔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종교시설을 보면 해당 종교단체에서 디자이너 하나만 고용해서 최소한의 규정만 만들어 배포하기만 해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맞습니다. 너무 무질서한 시설이 많습니다.
시멘트로 굴을 만들지를 않나 연등도 규격을 정해서 아무 데나 못달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렇게 좋은 명장 자리에
자연미가 아닌 인공이 가득한 것처럼 부처님을 모신다는게
왠지 씁쓸 하기도 하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