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Wayfarer] 조지아 - 바람의 노래 : 여정 그리기
[Only In KR]
너무 간만에 인사드리네요. 그동안 상당히 바빴습니다.
그러나 저보다 더 바쁜 분도 많을 텐데, 이건 순전히 핑계이겠지요.
혹시나(!) 제 글을 기다리셨을 분들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흑흑.
조지아(Georgia)?
이 단어를 보면 어떤 것이 생각나시나요?
대부분은 조지아 캔커피(...) 또는 미국의 주(州)를 떠올리실 겁니다.
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코카서스(카프카스) 반도에 있는 한 나라를 말하고자 합니다.
미친듯이 아름다운 풍광과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바로 조지아( საქართველო )입니다.
그런데 조지아는 뭐야? 그루지야는 들어봤는데?
맞습니다. 조지아는 국호(國號)가 바뀐 나라입니다.
그리고 그 사연이 참으로 기구합니다.
2008년 조지아는 러시아와 전쟁을 한바탕 치러냅니다.
조지아 내 위치한 자치공화국인 남오세티야 공화국을 둘러싼 분쟁이 결국 군사적 충돌로 이어진 것인데, 사실 전쟁의 빌미를 먼저 제공(?)한 곳은 조지아였습니다. 그러나 역사적 연원을 보면 남오세티야 공화국은 친(親) 러시아계 주민들로 이루어진, 거의 억지로 만들어진 곳이나 다름없기에 조지아가 이곳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한 것도 이해는 됩니다.
여하튼 전쟁은 나흘만에 끝납니다만, 그 피해는 막심했습니다.
말이 전쟁이지 사실상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공, 유린에 더 가까웠죠.
러시아의 무력이 압도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조지아는 제정 러시아 시절부터 압제에 시달린 곳이라,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내 나라가 유린당했다? 급기야 조지아 정부는 러시아와 단교하기에 이르고, 나라 이름도 러시아식인 그루지야(Gruziya)에서 조지아(Georgia)로 바꾸게 됩니다. 2010년부터 대한민국 정부도 조지아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조지아는 TV 프로그램에서 러시아어 더빙을 금지하는 등 아주 강력한 반(反) 러시아 정책을 펼칩니다. 그만큼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유럽, 영미권 국가와 아주 친밀합니다.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딴 '조지 부시' 거리가 수도에 있을 정도니까요.
전쟁씩이나 치러낸 나라가 뭐가 좋다는 거죠?
이쯤되면 궁금해집니다.
전쟁을 겪은 나라가 대체 뭐가 좋길래 다녀온 건지.
그건, 바로 이 나라가 품고 있는 찬란한 문화와 역사 때문입니다.
그걸 눈여겨볼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는데, 바로 수도인 트빌리시(Tbilisi / თბილისი)는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거주해온 도시 중 하나입니다. 5세기부터, 약 1,600년동안 인류가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위치가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에 한몫 했습니다.
(Source : https://www.cia.gov/library/publications/the-world-factbook/geos/gg.html)
위의 지도에서 밝게 표시된 곳이 조지아입니다.
주변 나라가 보이시나요?
러시아, 이란(페르시아), 터키(오스만투르크),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멀리는 몽골 등. 주변에 찬란한 문화를 지녔던 강국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특히 동서양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한 탓에 이곳은 늘 강대국들의 놀이터(!)가 되기 십상이었습니다. 이 곳 박물관에 가면 자신의 국토를 일컬어 침략의 땅(Land Of Invasion)라 일컬을 정도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여러 문화가 한 데 어우러진 곳이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곳의 건물양식은 무언가 모르게 독특한 모습을 지닙니다. 조지아 정교회 양식과 심지어 이슬람 양식까지 혼재된 것 말이죠. 아래 사진에 선명하게 보이는 모스크 양식은 이를 명징하게 나타냅니다.
또한, 이곳은 강대국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자신들의 종교를 굳건하게 지켜낸 곳입니다. 조지아 사도 동방 정교회(საქართველოს სამოციქულო ავტოკეფალური მართლმადიდებელი ეკლესია) 정도로 표현될 수 있는 이 곳 특유의 기독교는 이 나라의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한 요소입니다.
조지아인들이 조국을 사카르트 벨로 Sakartvelo (საქართველო)라는 이름으로 부르는데, 이 명칭은 거의 1천 년전부터 쓰여오던 것으로 민족 그리고 국가적 정체성이 강한 조지아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유럽어 명칭인 '조지아'는 페르시아어-아랍어로 조지아인(gurğ, ğurğ)을 이르는 말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기원이 기독교 성인 중 하나인 성(聖) 게오르기우스라는 설이 있을 정도로 이 나라는 기독교(정확히는 조지아 정교회) 문화가 꽃을 피운 곳입니다.
- 성 조지, (그리스어: Γεώργιος Georgios; 고대 시리아어 : ܓܝܘܪܓܝܣ Giwargis; 라틴어: Georgius; 서기 275/281년에 태어나 303년 4월 23일 참수당한 기독교의 성인)
뭐? 알프스보다 아름답다고?
이걸 보고 어그로 끈다고 생각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스위스를 다녀오지 않아서 할 말이 없습니다만, 이른바 여행 좀 다녀본 분들 사이에서 저 말은 꽤나 정설로 통합니다. 제가 조지아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들도 그 말을 했으니까요.
왜 그렇게들 말하냐구요?
아래 사진을 보면 조금은 이해하실 겁니다.
그 유명한 카프카스 산맥, 유럽 최고봉인 엘브루스(Elbrus)가 있는 곳이 바로 조지아입니다. 스위스와는 다르게 관광객이 아직까지도 별로 없어서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았지요. 그 덕분에 장엄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그대로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안도 아주 좋습니다. 제가 클럽 가서 새벽 4시까지 놀다 숙소에 걸어서 돌아왔는데 전혀 위험한 걸 못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무엇보다! 한국인에게는 360일 무비자 혜택을 제공합니다. 오로지 한국인에 대해서만입니다.
함께 이 나라를 둘러보지 않으시겠어요?
그냥 커피들은 너무 쓴데 캔커피들은 너무 맛있더군요 - 다만 카페인 때문에 잠을 못잔다는 점이 아쉽지만요
와 근데 한국이랑 무슨 협력(?) 이 있는걸까요? 한국인에 대해서 360일 무비자라니 .. 전 사실 미국의 주 중 하나인 조지아 주를 떠올렸네요 ㅎㅎ
조지아 다녀왔다니까 주변 모두의 반응이 왜 미국 갔냐고..... 이런 거 익숙합니다 ㅎㅎ 제 짐작대로, 역시나 전쟁으로 초토화된 폐허를 딛고 일어선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상에 감명받은 것이 크다고 하는군요. 한 때는 90일 무비자로 축소된다는 말도 있었으나 다시 360일로 늘어난 듯 하네요.
http://kor.theasian.asia/archives/75123
오! 제가 러시아어문학 전공이라 다른 분들보다는 조금 친숙한 곳인 것 같습니다. 기대가 크네요!!
처음의 말씀대로 조지아 하면 그냥 커피만 떠올렸는데.. 나라란걸 덕분에 알았습니다.
사진들 너무 아름답네요. 뭔가 글을 읽으니 어둠과 빛이 찐하게 공존하는 곳이란 생각이 드네요. 전쟁사진 뒤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걸 보니 ^^ 하늘과 초록초록 한 풍경을 보니 정말 힐링 될 것 같습니다.
한국에 대한 혜택만 있는 이유라도 있나요? 가서 돈을 많이 쓰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