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빈곤 포르노를 싫어하는가」 후기
지금까지 제가 스팀잇에 쓴 글 중에서 가장 사랑받은 글은 나는 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를 싫어하는가였습니다. 보팅 숫자 면에서도 그렇고, 보팅 금액 면에서도 그러하였습니다. 이 글 이후로 팔로우도 부쩍 늘었고, 과학글이 제 블로그의 주된 컨텐츠임을 모르는 분도 생겼습니다. 2차 창작을 제의해 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글을 쓰게 된 경위나, 글을 전후로 스팀잇을 관찰하며 느낀 감정들을 조금 이야기 해보고 싶습니다.
이제사 고백하건대, 나는 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를 싫어하는가는 '나와 함께해요'라는 아이디를 쓰는 분을 보고 쓰기 시작한 글입니다. 그 분이 쓴 글을 처음 보고 저는 정말 혼란스러웠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렇게까지 거리낌없이, 조금의 주저함 없이 쓸 수 있지?"라는 의아함도 들었고, 글에서 밝힌 것처럼 '빈곤 포르노'를 보며 느끼는 불쾌한 감정에도 휩싸였습니다. 더 저를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많은 스티미언들의 지지였고, 쏟아지는 동정이었습니다.
나는 불행한 처지의 사람들을 동정하는 대중을 비판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들은 나처럼 이리 재고 저리 재는 편협한 마음을 가지지 않은 착한 사람들이다.
저는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런 불쌍한 사람을 순수하게 연민하지 못하고, 삐딱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종 예외주의』를 쓰며 인류애를 강조하려는 내가 어떻게 사람 하나를 온전히 연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단 한번 그 분의 글에 보팅을 하지 못하는 제가 나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나서도 일주일 넘게 키보드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약자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으면서도, 그가 만든 '빈곤 포르노'를 혐오하고 있다는 딜레마는 다루기 어려운 주제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lekang님의 글 [스팀잇의 거짓말 2] 토토 총판은 왜 붙잡히는가?은 그 분을 거짓말쟁이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그 분의 거짓말을 지적하는 글이 있었지만, 아직은 조심스러웠습니다. 한데 지금 많은 증거들이 그 분의 실체를 합리적인 수준에서 의심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분의 글을 보며 자신에게 실망했었던 사실, 글을 쓰며 혹시나 받을 비판에 마음을 졸였던 사실들이 너무 억울합니다. 아마 그 분을 적극 지지했던 분들의 배신감, 실망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저의 마음 또한 분노로 가득차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분을 보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적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거짓인 사기꾼도 있을 터이다.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살인마 이영학은 오랫동안 어금니 아빠라는 빈곤 포르노의 주체가 되어 후원금을 모았다. 사람들은 그의 끔찍하고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서야 속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영학 같은 악질의 범죄자를 다른 주체들과 함께 엮어서 생각하고 싶지 않다. 타인의 선의를 비웃듯이 쉽게 이용하고, 감히 약자의 틀을 내세워 방패막이 할 수 있는 악마적 인격의 소유자는 그렇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사례로 나머지 사람들을 통째로 묶어 매도할 수는 없다.
그가 "감히 약자의 틀을 내세워 방패막이 할 수 있는 악마적 인격의 소유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겨있었습니다. 거짓된 빈곤 포르노는 많은 부분에서 악마적이기 때문입니다. 남의 선의를 속여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는 점 뿐 아니라, 안타까운 사정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협한 편견을 고착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소름끼치고 끔찍합니다. 그러한 편견은 우리 사회를 가르고 차별을 야기하는 주범입니다.
저는 사실 이 스팀잇 포스팅 창에 며칠 전부터 다른 글을 쓰고 있다가, 싹 지우고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그만큼 현재의 제 심정은 참담합니다. 이런 후기 따위는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속에만 담아 두고 있자니 증오가 가라앉지 않아, 이 포스팅으로써 제 분노를 떨쳐내고 다시 일상적인 스팀잇 생활을 하고자 합니다.
저도 지난글을 보고 댓글을 달때 그분을 생각했었는데 sleeprince님도 마찬가지였군요 ㅎㅎㅎㅎ 저는 처음에만 보고 관심을 안가져서 몰랐는데 이번말고 저번부터 뭔가 터졌었나봐요?
이심전심인가요!ㅋㅋㅋㅋ 네네 그 분의 글에서 모순되는 점이나, 사진이 조작된 흔적들을 사람들이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평온한 하루 되세요
이 글로 이번일은 잊어버리고 제 글에나 집중하고 싶습니다.
음...일단 며칠 동안 썼던 글을 아깝게 날리신 행위로 인해 더 좋은 글이 탄생하길 바래봅니다. ㅎㅎ
정열을 다해 쓰던 게아니라 틈틈히 적고 있던 가벼운 글이라 그렇게 아깝지는 않습니다ㅎㅎ
전에 다른 글에도 댓글로 단 내용이지만, 그 w라는 분의 글을 다른 사람들의 리스팀으로 전달 받아서 그냥 읽기 시작한 분들이 많을걸요. 저도 그랬고...
그래서 그게 그분이 가입하자마자 대뜸 써내린 글인 줄 별로 생각하지도 않고 딱 그 글만 읽었고, 그래서 평소 가질법한 의심도 비껴나갔죠. 저도 그렇게 보게 된 첫 글은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첫 글부터 그랬던데다가 줄곧 계속 그런 글만...
저는 보시다시피 성격이 꼬장꼬장한 편이라, 처음으로 본 사람이 있으면 블로그 전체를 한번 보고 보팅을 합니다. 언급된 그분도 리스팀 된걸로 처음 접했지만 어떤 글을 써왔나 보려고 블로그를 들었갔다가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제 괴팍한 성격이 이번일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심적 방패가 된 셈입니다. 다른 착한 분들은 배신감이 이만저만이 아닐듯합니다.
놀라운 성격입니다!
(저도 감성팔이(=반복)를 워나 싫어해서 초반에 잠깐 주목했다 시야에서 벗어났었는데, 이리 꼼꼼하시군요.)
블록체인 덕에 반전이 가능하네요.
그간 나만 나쁜 놈인건가 걱정도 약간 했습니다ㅋㅋㅋ
아휴, 여긴 다 까놓고 살기 때문에 나쁜 행동이 오래 못 가네요.
반대로 좋은 행동도 두고두고 기록에 남고요.
생각이 많아지는 스팀잇입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좀 좋은일 하고 살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애독자로서는 날아간 그 글이 매우 궁금하고 아깝습니다 ㅠㅠㅠ
별 내용 아닙니다. 금세 다시 적을 수 있습니다ㅋㅋㅋ
두근 반 세근 반 ㅎㅎㅎㅎ
아, 이번에 잊어버리고 싶으시다는데.. 깜빡 하고 아까 리스팀했네요. 제가 아직 영향력이 없는 게 다행이네요.ㅎ
진정성 있는 고민, 귀감이 많이 됩니다.
한껏 시끌벅적하게 떠들어야 잊혀지지 않겠습니까.
아직도 믿어지지를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수가 있을까...
일단 제 나름대로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믿고싶지를 않네요...
저도 믿기 어렵습니다ㅠㅠ
지하철에 엉덩이로 기며 구걸하는 사람들이 어떤 조직적 집단의 일원이란 말을 들은 이후로, 정말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어떠한 금전적 도움도 줄 수 없게 되었어요.
빈곤은 동정과 믿음이 아니라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 생각해요. 마음 쓰신게 느껴져서 허탈해지네요.
동감입니다. 개인의 자선에 기대는 것이 아닌, 사회의 시스템을 보완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아 매우 동감합니다~
하시고 싶었던 말 하신 용기 높게 삽니다!! 전에 쓰신 포스팅 이제 읽어야겠습니다. 그때 못읽어서요 ㅜㅜ
감사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계정의 글들에 제법 깊은 공감의 댓글도 꽤 남겼는데 오늘 올라오는 글들을 보니 제가 바보인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원래 처음 만나는 사람은 일단 100의 신뢰를 갖고 대하지만 인간답지 않은 존재에게는 모질게 대하는 제 못된 모습이 발동하려고 합니다 ㅠㅠ
그것을 누가 못된 모습이라고 하겠습니까! 제가 종 예외주의 (4-1) : 이타적인 종 ;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예시한 것처럼, 사회의 기본은 호혜적 이타관계인 것을요
이 글 덕에 놀라운 사건을 접하게 되네요. 아직 결말이 나진 않았지만, 사실이라면 정말 선의를 베푼 많은 분들이 허탈감을 느끼겠군요.
@lekang님의 글 뿐 아니라 이전에도 계속 의혹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모쪼록 옳은 방향으로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글을 읽고 충격을 받고 나의 정서에 의문도 품었지만 글 자체에 뭔가 불편함이 있어서 감정을 주기 어려웠습니다. 댓글도... 그런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군요.
할 말이 없습니다. ㅠ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