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너랑 있으면 내가 죄인이 되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소리야?"
"맨날 내가 잘못했다고 해야 해. 너는 항상 옳고 난 틀렸어. 내가 먼저 미안하다고 하지 않으면 헤어질 것 같은걸?"
"뭐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어?"
"네가 날 떠날 것 같아. 매일 미안하다고 하는 날, 지쳐서 놓아버릴 것 같아."
"지치긴 했어도 잠시 쉬면 되는 거 아닐까? 난 아직 널 놓기 싫은데?"
"그럼 언젠간 놓고 싶어질 수도 있다는 거네?"
"당연하지. 넌 안 그럴까?"
"응. 난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도."
"나도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근데 사람은 언젠가 다 죽어."
"알아, 나도. 다 헤어지는 거 겪는 거. 근데 너는 나랑 헤어질 수도 있다는 게 아프지 않아?"
"아프지,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이랑 헤어지는 게 안 아픈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해."
"나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아픈데 너는 헤어진다는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난, 지금을 충실히 살고 싶어.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만을 즐기고 싶다고. 과거든 미래든 상관없어. 우린 모두 헤어짐을 견디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아픔을 견뎌야 하는 순간이 오겠지만 그 순간이 와도 지금의 빛이 바래질 일은 없을 거야."
"지금이 좋으면 된다 이거지?"
"뭐, 간단하게 말하면 그렇지?"
"그럼 너는 왜 나한테 미안하다고 안 해?"
"난 너와의 약속을 어긴 적이 없어. 내가 과거에, 어떠한 것도 우리 관계에 해를 끼칠 짓을 하지 않았는데도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면, 그건 그 순간에만 네 눈물을 닦을 수 있는 아주 단순하고도 쉬운 일이었을 거야. 그 순간에 눈물 흘리는 너 때문에, 마음 아파서 사과하는 일. 근데 그런 일은 없었지. 쉬운 게 마냥 좋은 건 아니야. 길게 보면 조금은 다른 얘기들이거든. 아마 넌, 지키지 못한 것들을 너 스스로가 감당하기 힘들 거야. 그러니까 서로 약속한 건 지키려고 노력하자. 아니면 애초에 약속하지를 말든지."
"내가 감당하기 힘들다...맞는 것 같아. 내가 좋다고 막 해버리니까 네가 많이 힘들지. 근데 약속을 안 하면 어떻게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거야? 그건 그냥 친구지."
"약속이 꼭 필요해?"
"당연하지. 남사친, 여사친 만나는 거 아무렇지도 않은 커플이 있을까? 우리 둘의 문제인데 내 마음대로 결정하거나 그러면? 그럴 때는 약속이 필요없을 거라 생각해?"
"응,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약속을 왜 하는 건데? 상대방과의 합의점을 찾아서 서로 손잡고 잘 가자는 거잖아. 근데 니가 말하는 약속은 구속같이 들리는걸."
"구속일 수도 있겠지만, 난 조금은 필요하다고 봐."
"그럼, 차라리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을 약속하자."
"무슨 소리야, 그게? 맞추지 않고 그냥 서로 마음대로 하자고? 그럴 거면 연애를 왜 해?"
"존중과 배려를 약속하면 뭘 못 할 것 같아? 반대로 난 상대방을 억압하는 걸 못 할 거라 보는데."
"그런 거 같긴 해. 그치만 내가 도저히 못 받아들이고 힘들어하는 건 네가 어떻게 해줄 거야? 너무 힘들어서 해달라고 하는 것들 있잖아."
"처음엔 떼쓴다고 생각하겠지. 그럼에도,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너와의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건 변치 않아. 그건 우리가 연애하는 동안 잡아야 할 중심이야. 그리고 니가 어떤 것에 정말 힘들어서 그런 거라면 난 뭐든 해줄 거야. 그게 내 마음인걸. 나도 지쳐서 주저앉고 그러는데 뭐. 그때마다 니도 도와주잖아. 나도 도와주는 거지. 그게 행복이자, 사랑이야."
"와, 너 나 완전 들었다 놨다 하네?"
"니가 왔다 갔다 하는 거지, 내가 움직인 게 아니지."
"그러고 나선 어떻게 할 건데?"
"뭘?"
"다 해주고 나서."
"서로 대화해봐야지, 니 힘든 얘기나 우리 둘 얘기해야지.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다시 떼 못 쓰도록 내가 잡아줘야지. 니가 많이 무너져 있다면."
"내가 일부러 그랬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볼 거야?"
"해보겠지만, 그래도 난 널 믿을 거야. 어떤 순간에서든. 믿음이 없는 연애는 싫어."
"그래? 설령 너의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일을 내가 해달라고 해도 너는 똑같을까?"
"이 질문의 저의는 떼쓰기다..."
"웃지마. 쨌든 그러면 어떡할 거냐고."
"음, 니가 날 존중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난 나를 지킬 거야. 너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겠지. 내가 들어준다 해도 내 자의지를 무시하는 거야. 의미가 없어. 내가 나로,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널 위해 무언갈 한다면 그건 내가 뭘 한 게 아니야. 내가 지키던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동시에 너와의 관계에도 문제가 생기겠지. 어떤 상황이 와도 난 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를 지킬 거야. 반대로 너도 그래야겠지."
"그럼 애초에 그런 부탁은 하지 말아야겠네?"
"뭐, 내가 피곤한데 니가 라면 먹고 가라 그러는 부탁이면 난 괜찮아."
"아씨, 뭐야 지혼자 멋진 척 다 해놓고."
실환가요 시린님?!
글쎄요?.?
실화인지는 확신 할수 없지만, 경험하지 않고는 쓸 수 없는 디테일들이 있다고 생각하여 전 경험담쪽에 한표를 던집니다만...... 포장은 저자 보호 차원에서 픽션인걸로 했으면 합니다. ^_^
^ㅡ^
실화네 실화야!!
추억에 잠기게 해주네요.. ^^ 시간여행같은 글이네요. 저에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으~ 가슴 시려오는 좋은 글이다.
크 고맙다.
너무 좋네요..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찬 대화 잘 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복잡한데요... ㅋㅋ 가즈앗!!!
ㅋㅋㅋㅋ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쪽이 시린님?일까 싶은 마음으로 읽었는데 왠지 짐작하는 그쪽이 맞는 거 같습니다 ㅎㅎ
하하. 받아들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니.ㅎㅎ
라면 먹고 가라는 치트키인가요? ^ㅡ^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