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추억하다 #8-2. [엄마와 단 둘이 프라하|빈|부다페스트] 프라하 국제 음악제. 5월 12일, 스메티나 서거일에 스메타나 홀에 울려퍼지는 '나의 조국'
이번 프라하 여행은 작년 가을 엄마가 보여준 체코 음악 기행 다큐멘터리가 발단이었다.
'프라하의 봄' 이라고 불리우는 '프라하 국제 음악 축제'는 매년 체코 출신 작곡가 스메타나 서거일인 5/12일에 시작해서 약 3주간 진행된다.
5/12일의 공식적인 행사는 3개로 아래와 같다.
- 10am, 스메타나가 잠든 Vyšehrad 공원묘지 에서의 추모 공연
- 4pm~9.30pm, Kampa 공원에서의 무료 공연 (학생들의 음악 공연, 오후 8시 '나의 조국' 공연 실황 중계)
- 8pm~9.30pm, Municipal House 의 스메타나 홀에서 '나의 조국(Má Vlast)' 오프닝 공연
1월에 티켓 예매를 시도 했지만 오프닝 공연은 이미 매진되어 있었다. 아쉽지만 그냥 캄파 공원에서 축제 분위기를 즐기는 것을 목표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혹시 해서 티켓 사이트를 확인해 보니 취소 된 표가 나와 있었다.
원래 유럽의 클래식 공연장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오는 사람이 많고, 오프닝 공연인 만큼 모두가 한껏 치장하고 올 것이기에 나도 작년에 헐값에(!!) 구입한 이브닝 드레스를 준비해 갔다.
이번 오프닝 공연은 체코 필하모닉과 Tomáš Netopil에 의해 연주 되었는데 사실 아래 사진만 봤을 땐 깐깐한 지휘자일 줄 알았다.
와 그런데, 정말 열정적이고 지휘 선이 아름다운 지휘자였다. 지휘봉을 휘두르며 강약을 조절하는데 마법봉으로 마법을 부리는 느낌. 클래식 공연 보다가 거의 뒷 모습만 보이는 지휘자에게 반하기는 처음.
공연 예매를 워낙 늦게 했고, 사실 나머지 여행 준비도 떠나기 3일 전 부터 몰아서 하느라 정작 '나의 조국'은 기존 스메타나 홀에서의 오프닝 공연 영상을 유투브에서 다운로드 받아 오는 것으로만 준비했다. 게다가 여행이다 보니 그냥 휴대폰에 함께 들어있던 AKG 이어폰만 가지고 왔다. 그러다 보니 2악장 '몰다우' 이외에는 별 감흥 없이 들어왔던 터다.
그런데, 공연장에서 듣기 시작하는 순간 이 음악이 내가 듣던 그 음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채로운 악기의 음색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치 밀당을 하는 것만 같은 강약 조절. 음이 겨우 끊기지 않을 정도의 여린 소리에서 통쾌한 강한 소리까지. 사진 보정으로 치자면 곡 전체에 Contrast를 한껏 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의 조국'은 1873~1880년에 작곡 된 곡으로 발표 한 곡이 인기가 좋아서 연이어 작곡하다 보니 6개가 되었다고 한다.
1악장 'Vyšehrad'는 프라하에 있는 옛 성터로 지금은 공원 및 공원묘지로 사용되는 곳이다. 오늘 아침에 다녀왔는데 정말 아름답고 한적한 곳이었다.
하프 소리로 시작 되는 첫 부분은 프라하 기차역 안내 방송 전 음악으로도 사용된다. 1악장은 이미 사라진 성터에 대한 음악이어서일까? 아니면 스메타나가 살았던 당시 오스트리아의 지배 하에 있어서일까? 곡이 마냥 밝고 희망적이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희망과 꿈을 전달하려는 듯이 느껴진다.
2악장 '몰다우'. (몰다우는 오스트리아에서 부르는 이름이라고 한다. 제목을 '블타바'라고 불러줘야 할 듯.) 아마도 '나의 조국' 중 가장 유명한 곡일듯 하다.
조용한 가운데 플룻과 클라리넷이 작은 물길을 표현하며 시작하고 곧이어 첼로에 이어 장엄한 오케스트라 연주가 울려퍼지며 큰 강을 표현 하는데 소름이 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조금 황당한 음악 시험이 있었다. 선생님은 실기 시험 때 악기 대신, 음악 감상 자세를 보겠다고 하시며 유명한 클래식 음악이 담긴 카세트 테이프를 구매하라고 하셨다. 생각해 보면 그냥 시험 시간에 정자세로만 앉아 있어도 되었을 텐데, 순수했던 나는 곧이 곧대로 테이프를 사서 시험 전 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었다. 그 때 그 테이프에 '몰다우'가 있었다.
그 곡을 스메타나의 서거일에 스메타나홀에서 듣게 될 줄이야.
음악을 듣는 동안 지휘자 이외에도 눈에 띄는 사람이있었다.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였는데, 온 몸으로 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줄은 몰랐다.
어릴 적 피아노 대회를 준비할 때 마다 선생님들은 몸으로 강약을 표현하기를 주문했다. 하지만 내가 음악을 느끼기 보다는 너무 기계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듯 해서 난 좀 뻣뻣하게 피아노를 치는 편이었다. 내가 느끼고 표현하는거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어도 좀더 표현하는 것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찬란함, 절망, 희망, 조국의 영광을 번갈아 가며 표현하는 악기 소리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해서 시간이 흐르지 않았으면 했지만 역시 시간은 흐르고 말았다. 그리고 1악장 도입부분과 같은 선율로 6악장이 마무리 되었다.
1악장에서 6악장 까지 쉬는 시간 없이, 박수 소리 하나 없이 그렇게 연주가 끝나고 나서 모두가 기립 박수를 쳤다. 프라하의 봄의 서막을 알리는 공연이니만큼 앵콜 무대는 없었다.
남은 여행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 어제 공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Tomáš Netopil, 그의 공연을 다시 한 번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
2018년 오프닝 콘서트 영상 공유드립니다. 열정적인 Tomáš Netopil은 다시금 영상으로 봐도 멋있네요.
멋진 여행 중이셨네요..ㅎㅎ
동유럽,,,, 스코틀랜드와 터키 다음으로 가보고 싶은 곳입니다..ㅎㅎ
즐여 되시기를...
감사합니다. 오 저는 스코틀랜드는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 어떤 매력이 있는 곳일까요? 터키는 가까워서 가고 싶은데 테러 걱정이..
이브닝 드레스 사진 없어서 무효~
동의~~~~
ㅋㅋㅋㅋㅋ 드레스 사진만 올려볼께요. 하지만 헐값의 드레스라 천 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따가 드레스 사진만 올려드릴께요.
동의2
ㅋㅋㅋㅋㅋㅋㅋㅋ
꺅!!! 예뻐요!!! 제가 좋아하는 톤의 녹색!!
으힛힛 감사합니다. 😍
오... 드레스 예쁜데요?
흰팔 드러내고 머리 높이 올려서 세팅하고...
백작부인... 아니고 따님입니다.
ㅎㅎㅎㅎㅎㅎ 백작부인이라고 늙었을 이유는 없는데요
저도 한번 빌려주세요 ㅋㅋㅋㅋㅋ
사이즈가... 😒
에메랄드 그린 +_+ 진짜 예뻐요 !!!!!!
이힛. 감사합니다!
스메타나의 곡은 힘이 넘치고, 뭔가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멋진 공연을 보고 오셨네요-
이브닝 드레스를 입으셨을 써니 님의 모습도 궁금하네요^^
진짜 감동이었어요. 이브닝 드레스 얘기는 괜히 꺼내서 ㅋㅋㅋㅋㅋㅋㅋ
이럴수가 !!!!!!!!!!!!!!!!!!!! 진심 아주아주아주 부러워요!!!!!!! ㅠㅠㅠㅠ 제목을 보는순간부터 부러웠는데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부러워요 ㅠㅠㅠ 글로 적으려니까 제 흥분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데, 진짜 부러워요 ㅠㅠ 작곡가의 고향에서 보고 듣는 공연 정말 부럽습니다 ㅠㅠㅠㅠ
어릴때 피아노 선생님들이 몸으로 표현하라고 하신 이유는 아마도 몸에 힘을 빼라는 뜻이었을 것 같아요. 그래야 팔이랑 손 모두 부드럽게 사용할 수 있어서 그러셨을거라 생각해봅니다. 제가 어릴때 악기할때 선생님들이 그런 의도로 말씀하셨거든요 ㅎㅎ 다 아련한 추억이네요 :)
그리고 전 써니님에 대한 부러움의 마음을 한껏 담아 3-4일 후에 리스팀해야겠어요..... 나만 부러워할 순 없으니 ㅋㅋㅋㅋ
매년 하는 공연이니 언제 한번 어머니와 함께 시도 해 보세요. 5월의 프라하는 여행하기에 날씨도 딱이었어요!
피아노는 제가 그렇다고 막 그런 뻣뻣은 아니었고, 뭐랄까, 선생님들이 대회 준비 때는 여린 부분에서는 거의 귀가 건반에 닿을 만큼 등을 숙이길, 강한 부분에서는 엉덩이가 들썩거릴 정도로 강하게 내리치는 모습(!!)을 원하셨어요. 근데 저는 자유롭게 치는게 좋았기도 하고, 그건 왠지 제가 느끼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어른한테 배운대로 쇼 하는 기분이라.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릴 때 참 고집이 셌었네요. 😒
피아노 콩쿨준비도 하셨어요?! 우와 +_+ 써니님도 클래식이 익숙한 환경에서 자라셨네요 ! 저도 공연 챙겨서 보러 다니곤 했는데, 이제는 잘 못해요 ㅠㅠ 그래도 써니님 포스팅 보고 자극받아서 조만간 꼭 보러가야겠다는 다짐을 굳게 합니다 ㅎㅎ
지휘봉을 휘두르며 강약을 조절하는데 마법봉으로 마법을 부리는 느낌!!!
동의합니다.
지휘잘하시는분 정말 빨려들어가지요^^ㅋ
작은 지휘봉으로 카르스마로 압도 당하는 기분이란!!! ㅎㄷㄷㄷㄷㄷ
그쵸 그쵸. ㅜㅜ 그런데 이제까진 바이올리니스트나 피아니스트가 멋있다곤 생각했어도 지휘자가 이렇게 멋있다고 느낀적은 없었어요. 하긴 지휘자나 필하모닉이나 엄청 부담되면서도 자랑스러운 공연이니 엄청 준비했겠지만요. 으힛. 집에 돌아가면 유투브로 덕질 좀 더 하려구요.
안녕하세요 이곳에가면 이브닝드레스를 볼수 있다 하여 찾아왔습니다. ^^
사람이 관심사에 눈이 돌아간다고... 저는 로타리 트럼펫 연주자만 보이네요 ㅎㅎ
ㅋㅋㅋㅋㅋㅋ 드레스에 촛점이 가는 불상사가. 영상을 봐주셨군요!!! 연습은 잘 되어 가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