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별 수 없는 삶이다. 그만하면 되었다.
하루 일상을 담담하게 풀어낸 그녀의 이야기는 점차 사람들의 입김을 타고 많은 구독자를 끌어모았고, 심지어 출판사의 제안을 받아 책을 낼 정 유명세를 치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의 글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기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지, 품질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 DSLR 조작법과 약간의 촬영 방법을 배웠고, 정성스러운 댓글을 달아 준 이웃과 구독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일일이 답글을 달아주었다. 문구가 떠오르지 않는 사진에는 애써 설명함으로써 주위를 어지럽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진과 잘 어울리는 이야기를 혼잣말하듯 써 내려간 것이 아마추어 작가로서 그녀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다.
그러던 사이에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고, 유명세만큼 미치지 못하고 반비례하는 소통에서 한계와 취약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는 몇 되지 않던 구독자와 댓글에 반응하기란 수월하지만 양과 수가 늘어날 때는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 아니었겠는가. 마치 유명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받았던 구독자 중 누군가는 이를 언짢아했고, 그 수는 미미하지만 역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때문에 괜한 트집을 잡거나 날 선 지적질을 하는 댓글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급기야 그녀는 모든 댓글을 닫아버리거나 서로이웃이 아니면 허용되지 않도록 바꾸어 버렸다.
나 역시 몇 년간 읽던 그녀의 글과 사진들이 어느 날엔가 몹시도 꼴보기 싫어졌다. 그 어디에서도 댓글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단지 허용해둔 안부 게시판은 그마저도 서로 이웃이 아니면 글을 쓸 수 없도록 해둔 그것만으로도 정나미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나는 그런 그녀와의 관계를 과감히 끊어냈다.
나는 작금의 스티밋에서의 분란 또한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믿는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이곳에서 만의 일도 아닐 뿐만 아니라, 고작 몇 개월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은 더더욱 아니다. 인간이 이 땅 위에 생존하기 시작한 이래 집단화를 시작하기 시점부터 언제나 있어 왔다.
안다. 모름지기 사람이 그렇다. 나와 비슷하다고 여겼거나 근본적으로 별다를 바 없는 인간들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무한히도 자연스러운 생각이고 현상이다. 이건 단지 나의 자존감이 낮은 이유로 상대와 나를 비교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이 판단하는 모든 것에는 내외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상대와 경우에 따라서 달리 판단되는 것이 당연하다. 또한, ‘나’를 중심으로 내집단이 만들어지고, 속하지 않는 모든 상대는 자연스럽게 외집단이 된다. 사람이라면 그 누구에게나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 집단화 과정을 거치고 타인 중 누군가를 포함하거나 배제하는 과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평생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당연히, 자타를 구분 짓고 집단화를 통한 소속감을 형성하는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때문에, 소속감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은 소외감 내지 박탈감과 심지어 모멸감을 경험함으로써 극단적인 결과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소위,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에서 비롯되는데, 이런 것을 두고 내집단의 외현상화 반응이라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이 글에서 다룰 것이 아니므로 넘어간다.
소위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그들 소속원들 모두가 꼴보기 싫어지는 것은 이 같은 인간의 내외집단을 형성하고자 하는 태생적 기질을 이해할 수 있다면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또한, ‘내집단’의 결속을 공고히 하고 자칫 폐쇄적인 성향을 띨 수 있는 것도 지당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반응일 뿐, 그들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살펴보아도 그렇다고 단정할만한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거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는 결국 버림받았거나 무시당한다는 박탈감에 근거해서 비롯되는 일종의 반항심리다. 그 원주율의 크기만큼이나 나와 저들의 경계는 더욱 두터워지고 오해의 씨앗은 날로 커져만 간다.
나를 확인하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신 덕분이다. '나'가 없는 '너'는 개념적으로도 추상적으로도 불가능하지 않는가 말이다. 그렇듯 우리는 다양성을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를 지켜왔고 앞으로도 계승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이며, 또한 그 유기적인 생태계야 말로 한걸음 더 진일보한 '나'를 확인케 할 것이라 믿어서 의심치 않는다.
인간의 갈등은 그리 대단한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를 것 없는 사소함에서 불씨를 지핀다. 나와 당신 사이에서는 그 어떤 것도 다름이 없음을 알고, 또한 어느 하나 똑같음도 없이 다른 이유로 저마다의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오롯이 지켜낸 그들의 삶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성숙된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 같은 일은 언제고 반복될 것이고, 남음 없는 상처뿐이다. 그 또한 우리를 오롯이 인간으로서 살게 하는 근본이며 바탕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느 한쪽 일방의 잘못을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바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모든 이들의 각성을 촉구하고 지나간 일을 돌이켜 살펴봄으로써 저마다의 입장을 이해케 하고, 주변을 환기시키고자 함이다.
사진 ; unsplash.com
꼴보기 싫어지면 큰일이니 열심히 해야할텐데요. 내집단에 속하기 위한 몸부림으로 이 댓글을 남깁니다. 받아주세요!
ㅡㅡ;;; 무슨 그런 말씀을!!
ㅋㅋㅋㅋ
답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받아 들입니다. 하하하... 쿨럭!
감사합니다. 조만간 사례하겠습니다.
'나를 확인하고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신 덕분이다.' 이 말이 가슴에 쿵 하고 부딪혀옵니다. 이너서클을 만들어 경계를 짓는 행동의 손해는 결국 자기 자신이 얻게 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자신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애정이라 할지라도, 소중한 애정과 몸짓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니까요. 글을 읽으며,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을 환기한 것 같습니다.^^
네, @kyslmate 님을 보면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각합니다. 또한 바람직한 것을 깨우치고, 나아가 부족함을 깨닫습니다. 더불어, 온전한 '나'를 확인합니다. 이 문장에서의 @kyslmate 는 관념적 '너'를 지칭합니다. ;)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올드비들이 똘똘 뭉쳐서 유입들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커뮤니티가 고인물이 되어서 결국 천천히 망해버렸다... 뭐 흔한 이야기죠. 이곳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스팀잇은 앞으로 점점 회원들이 증가세에 있기 때문에 더 큰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이런 논의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난데없이 그림 죄송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태가 되는게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구성원간에 있을 수 있는 괴리를 경계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하는 것 바람직합니다. 그 점에 있어서는 동의할 수 밖에 없고요. 다만, 저는 설령 그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이 있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런대로 인정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차라리 저는 그런 점이 더욱 아쉬웠습니다. 내 마음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림, 여백의 미가 훌륭한 작품 같은데요? ;)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를 겪고 나면 문제를 내안에서 찾는 경우가 많아요. 스티밋에 왜 점점 매력적이게 느껴지니 했었는데 이 글을 보니 '서로를 도와주고 함께가려는 마음들'이 많이 느껴져서인가 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이런 스티밋문화가 스티밋 그 자체이길 바래봅니다:D!!
소통과 꼴보기 싫음.
한끝차이네요.
현명한 방법은 어떤걸까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공감을 구하는 것??
그러면 지혜로운 방향이 제시될까요?
그렇지요. 멀지도 않은 곳에 있으면서도 그렇다고 쉬이 닿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어떤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를 조금 더 들여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인간의 갈등은 그리 대단한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도 아니고 별다를 것 없는 사소함에서 불씨를 지핀다 .. 정말 와 닿는 말이네요~ 친구 사이도 그렇고 형제사이도 그렇고 다 별것아닌 사소한 것들인데 뭐가 다들 그렇게 힘들까요?
'똥'은 누구나 쌉니다. 다만, 내 똥은 '컬러'다 라고 주장해서 문제지요. 니 똥이나 내 똥이나 '똥'인 것을 인정해야 하는데, 보면서도 알아차리지 않거나 혹자는 외면해버리는 것이 갈등을 더 키운다고 봅니다.
격하게 공감했습니다.
킹아저씨(스티븐 킹)아저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머리를 맞은듯
격한 공감을 할때가 많은데.. 밀크님 한마디도 그에 못지 않네요. ^^/
부끄럽게 만드시네요. ;)
와~~맞는말씀이네요!!!오늘도 감동하고 갑니다!!
전
그런와중에도 이렇게 댓글을 남기네요
(마이웨이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