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12 23년 G20 정상회담과 기울어가는 국제정세, 한국의 국제정치적 자살 1
9월 9일 뉴델리 G20 정상회담에서 공동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에 대한 책임에 관한 문구는 들어가지 못했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모두 참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결과는 러시아의 완전한 외교적 승리다. 동아시아 정상회의에서 윤석열이 러시아의 책임문제를 역설했지만 G20참가국의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윤석열은 정작 G20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미국이 있으니 윤석열같은 대리인이 목소리를 높일 장소는 아니었을 것이다.
G20회의에서 미국과 G7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련한 내용을 공동선언문에 포함시키지 못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패배가 목전에 다달랐다는 것이다. 최근 돈바스 지역의 전투상황은 우크라이나 군의 입장에서 볼 때 절망적이다. 더 이상의 의미있는 전과는 거둘 수 없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군은 러시아가 전면적인 반격작전으로 전환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끌기 위해 목숨을 바치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우크라이나 군이 공세를 중지하면 곧바로 러시아군이 공세로 전환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격에서 방어로 전환하면 피해가 더 커지고 상황을 수습하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 군은 방어를 위한 축성작업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급편방어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군은 너무 많은 피해로 부대간의 간격과 공간이 매우 넓다. 그래서 만일 러시아군이 이런 간격과 공간으로 진입하게 되면 전선이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방어로 전환했을 때 피해가 지금처럼 공격을 유지할 때보다 더 많을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은 라스푸티차가 올때까지 견디자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합참의장 말리가 싸울 수 있는 날이 40일 남았다고 하는 것은 라스푸티차를 이용하여 우크라이나 군이 전투력을 회복하고 방어준비를 강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의 라스푸티차가 우크라이나에게 유리할 지 러시아군에게 유리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러시아군은 과거와 같이 지역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군 병력살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라스푸티차에 별로 구애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라스푸티차로 인해 간격과 공간을 이용한 우회기동 보다는 주요 도로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군을 공격하면서 피해를 강요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방자인 우크라이나 군은 도로를 중심으로 밀집하게 되어 러시아군에게 손쉬운 표적이 되고 만다. 우크라이나 군도 라스푸티차로 기동이 방해받기는 마찬가지다. 소부대 병력을 제외한 의미있는 기동을 할 수 없는 우크라이나 군은 지속적으로 러시아군의 타격으로 피해가 속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G20국가들은 ‘집단서방’과 ‘글로벌사우스’가 서로 합쳐있는 양상이다. 작년에 러시아를 비난하는데 동의했던 ‘글로벌 사우스’국가들이 이번에 입장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전황은 각국이 입장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과 집단서방이 아직도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 전황을 왜곡하고 있지만 그런 선전선동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