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퍼거 증후군과 스펙트럼 장애

in #kr6 years ago (edited)

저와 상관없는 용어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주변에서 들리는 이런 말들이 남일 같지 않고 늘 신경쓰입니다. 아내는 울 첫재가 스펙트럼 장애인 것 같다고 말합니다. 저는 '그냥 느린 거야'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도 전문가는 아니라서 이 두 용어를 애써 외면했습니다. 검색해보지도 않고 알아보지도 않았죠.

큰애는 작년 추석이 지나고 어린이집 퇴소를 당했습니다. 말도 못하는데 행동이 너무 과해서 사고가 날 뻔한 적도 몇 번 있던 모양입니다. 하긴 한 번은 큰애가 차도로 뛰어들어 큰일날 뻔한 적도 있으니 어린이집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동작이 크고 과하며 소리도 지르는데 말도 안 통해서 제지하기도 어렵습니다. 키는 또 왜 저렇게 큰지 또래들 중에 가장 크고 힘도 장사지요. 그렇게 퇴소를 당하고는 거의 1년 동안 언어치료, 감통치료, 인지치료를 해왔습니다.

얼마전 한 지인의 소개로 5세도 받아주는 어린이집이 있다고 해서 큰애를 입소시켰습니다. 그리고 3일만에 퇴소당했습니다. 이유는 동일했어요. 너무 행동이 크고 소리지르고 울고. 행동이 너무 커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사고가 날 뻔했나 봅니다. 그날 아내는 펑펑 울었고 저는 슬픔을 애써 참았습니다. 행동 과잉이라 체육치료를 알아본 모양입니다. 치육치료 상담을 받고 온 아내는 상담사가 아이에게 감통치료가 우선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미 3가지 치료를 받고 있고, 큰 애에게 나가는 비용이 한 달에 대략 150은 되는 상황이라 추가로 한다는 게 부담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지금 돈이 중요한 게 아니야.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해. 우리 민준이 감통치료 안 해주면 나 평생 후회할 거야. 해야해.'라고 말하는데, 듣고 있으니 눈물이 돌더군요. 다음달부턴 내 월급의 거의 2/3가 큰애 치료에 들어가게 생겼어요.

그래서 미루고 미루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느린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더군요. 아스퍼거 증후군, 스펙트럼 장애, 감통치료. 어젠 그렇게 검색을 해보며 여러 자료들을 다운받고 프린터해서 읽어봤습니다. 읽는 내내 한숨만 나왔습니다. 울 큰애의 증상과 너무나도 비슷했거든요. 병원에선 큰애가 자폐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1박2일 동안 정밀검사를 한 결과에서 1점 모자란 정상이었습니다. 1점만 더 나왔어도 자폐였죠. 하지만 자폐는 아니라는 진단. 아내는 이 점이 너무 걸렸나 봅니다. 1점 차이로 지연 판정을 받았으니까요. 1점만 더 나왔어도 장애 판정이었으니까요.

아내는 요즘 많이 힘들어 합니다. 큰애가 아무래도 스펙트럼인 것 같다고 절망해 있습니다. (스펙트럼이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살짝 설명드리자면, 자폐와 정상인의 중간인 경계라고 보면 됩니다. 경계성 장애라고도 부릅니다.) 그동안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자폐아들이 떠올랐습니다. 맨발의 기봉이. 하나 올리고, 하나 더 올리고의 유행어를 남긴 기봉이. 아내와 저는 '기봉이도 말할 줄 아는데 민주니가 말을 못할리 없잖아. 기다리자.'라고 농담삼아 말했던 기억도 떠올랐습니다. 장애아를 키우는 엄마들의 인터뷰들, 그녀들의 삶들이 기억났습니다.

아직 자폐 판정이 난 게 아니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미뤘던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자폐아 부모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이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감통치료가 뭔지 자료들을 찾으며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템플 그렌딘'이라는 사람의 TED 강연도 봤는데요, 조금은 힘이 나더군요. 템플 그렌딘은 자폐아입니다. 그녀는 언어가 아니라 이미지로 생각합니다. 어렸을 땐 세상 모든 사람이 이미지로 생각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언어로 생각하고 자기만 이미지로 생각한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네요.

울 큰애는 촉감에 예민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주방용 빨간 고무장갑을 가지고 노는 일입니다. 표면의 오돌돌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노는데 한 시간 넘게 꼼짝도 안 하고 놉니다. 얇은 이불을 손가락 끝으로 만지작거리며 놀기도 하고, 비닐봉투나 손수건도 쪼물락거리며 만지다가 들고 사정없이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릅니다. 낱말카드를 덜거덕 거리며 노는 일도 좋아합니다. 빨대 한 웅큼을 덜거덕 거리며 놀기도 합니다. 덜거덕 거릴 때마다 바뀌는 이미지 패턴과 소리를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시각과 청각, 촉각에 매우 예민한 건 맞는 것 같아요.

아빠인 저는 이제 공부 시작입니다. 울 아들을 위해. 여기 스팀잇엔 그 기록을 꾸준히 남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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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naha님 안녕하세요. 개수습 입니다. @feelsogood께 이야기 다 들었습니다. 세상사 다 그런것 아닐까요?. 힘든일이 있으면 반드시 좋은일도 있대요! 기운 내시라고 0.4 SBD를 보내드립니다.

응원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

아빠도 노력하는데 점점 좋아질거라 믿어요
화이팅..!!

노력을 잘 하고 있긴 한 건지... ^^

어쩌면 숨겨둔 놀라운 재능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천재라고. ^^

회이팅입니다. 연구하시고 노력하시면 잘 되실 겁니다.

미루던 공부를 시작했어요. ㅠㅠ

나하님 힘내시고, 잘 이겨내셨으면 하구요..스팀잇에도 이야기 꼭 들려주세요...! 분명 방법이 있을꺼에요.

이야기는 계속 올릴게요.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길...

응원하겠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ㅠㅠ

전문가 도움 받고
가족들이 관심갖고 보살피면
좋은 결과 있을 것입니다.

여러가지로 고민이 많습니다. ㅠㅠ

저도 세아이 키우며 온갖 장애 의심하며 힘겹게 키우던게 엊그제 같아요..
전에도 얘기했지만 둥이도 막내도 말도늦고 걷는 것도 장애 있는거 아니냐 할 정도로 늦어 맘 고생이 많았어요...그랬기에 다는 아니여도 조금은 아내분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알거 같아요....경계성이라 하면 얼마든지 일반적인 생활 가능함을 주변 지인을 통해 보고 있기에 힘내라는 응원을 보냅니다. 한배에서 나온 아이들도 각자의 속도가 있더라구요...심지어 둥이 중에도 말이죠... 조금 느리지만 자기길을 잘 가고 있을거라 믿고 그렇기를 바래요. 나하님이 잘 공부하셔서 아내분에게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실거란 것도요~
입바른 소리라 들으실지도 모르겠지만 응원하고 응원합니다 그러니 지치지 마시고 지칠거 같을 땐 한번씩 털고 그렇게 웃으며 지나길 바래요....

말도 느리지만 상동행동이 좀 심한 편입니다. 의미없는 행동을 계속 반복해서 아내는 의심이 계속 든다고 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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