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속의 고독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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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이란 무엇일까.

흔히 고독이란 혼자 있을 때 생기는 외로움을 연상하기 쉬운데 혼자 있을 때 고독은 사실 그런대로 견딜만 하다.

왜냐면 혼자 있을 때 우리는 누구에게 거는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혼자 있을 때의 고독은 군중 속의 고독보다 견딜만 하며,
군중 속의 고독은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고독보다 견딜만 하다.

왜 가장 가까운 사람하고 있을 때 생기는 고독이 가장 견디기 어려울까.

그건 우리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일본에 사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일본에서 한국인들과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소를 나누고 집에 오는 길이 그렇게 평소보다 더 공허할 수가 없다고 했다.

공허하지 않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왠지 모를 공허감과 외로움이 더 심하게 몰려오는 것이다.

결혼 후 외국에서 살게 된 나도 그런 경험이 많은데 이상하게 나는 외국인들과 만날 때는 그닥 공허한 느낌이 없다.

왜냐면 그들은 나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나는 그들과 나와 유대감이 쉽게 형성되리라고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외국인과 의외로 쉽게 유대감이 형성이 되었을 때 그 기쁨이란.

하지만 외국에서 만나는 한국인은 만나자마자 반갑기 마련인데, 그들과 교류를 하기 시작하며 오히려 공허함을 쉽게 느끼곤 한다.

왜냐면 나는 그들과 쉽게 유대감이 형성이 될거라고 나도 모르게 맘 속으로 기대를 했는데 생각보다 그닥 유대감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을 한 것이다.

결국 문제는 그 상대방이 나랑 맞는가 안 맞는가의 문제도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그들에게 걸었던 기대감이다.

사실 우리는 사회적 존재이기에 누군가와 진정으로 마음으로 교류를 할 수 있길 원하고 그러한 욕망이 누군가를 만나면 그에게 거는 기대로 변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와 가까워지고 싶은 기대를 갖고 교류를 시작하면 그 시작은 좋으나 점점 실망을 하게 된다.

내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날 때 확실히 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그와 나는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다른 와중에 비슷한 점도 하나씩 발견되겠지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심지어 가족조차도 나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리 나는 이런 사람이라고 백번 설명을 해줘도 그는 나를 백프로 이해하지 못 한다.

그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삶이 외롭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법륜 스님의 이 말이 참 와닿았다.

"마음을 열면 산 속에 혼자 살아도 외롭지 않아요.
새들하고도 대화를 하고 꽃하고 대화를 해도 외롭지 않아요.
마음을 닫으면 수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워요."

이 말이 참 맞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문득 참 공허하다. 외롭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는 그에게 이미 마음을 닫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닫힌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내가 그에게 걸었던 기대가 너무 크진 않았는지 생각해볼만 하다.

아무도 나를 백프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와중에서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혹은 나를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감동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하며 공허해한다.

"너는 말만 그렇지 진짜 나를 이해 못 해."

말만이라도 나를 이해해주는 척 해주는 것도 사실은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진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사실은 없다고 봐야 한다. 이해하고 싶어도 내 자신이 아닌 이상 타인을 진짜 이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거는 기대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은 어차피 날 몰라. 그러니 믿지 말자. 이런 뜻이 아니라 타인은 어쩔 수 없이 나에 대해서 모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뜻이다.

기대를 낮추면 기쁨이 커진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에서 더 많은 기쁨을 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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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은 빈부의 격차가 엄청난 나라입니다. 대도심속에서도 삶의 질의 차이가 엄청납니다. 하지만 그사람들은 항상 즐겁게 보입니다.. 깔깔대고 웃고 있습니다.. 왜 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의 기대치가 낮은 것 같습니다. 이정도면 됬지 라는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일상에 감사하고 만족하는 생활을 한다면 그만큼 삶이 기뻐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재물이 행복의 기본은 될 수 있지만 행복을 앞서지는 못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아무도 나를 백프로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 와중에서 누군가가 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
혹은 나를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감동할만한 일이다.

@ryanhkr 님의 리스팀을 통해 들어왔는데 보석같은 글을 보게 되었네요. 한 글자도 빠짐없이 공감가는 내용입니다. 엄청난 공감능력의 소유자이신거 같아요.

저는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수 년간의 해외 생활에서도 나름 잘 버텼었고 평소에 고독을 크게 느끼는 편이 아닌데, 제 아내가 제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때는 세상에 저 혼자만 남은거 같은 공허함을 느낍니다. 그게 아무리 가벼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공허함의 크기는 동일한거 같습니다.

나를 이해하는 척이라도 해준다는 것은 너무나 감동할만한 일이라는 말씀을 여러번 곱씹어봅니다.

팔로우 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소통했으면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segyepark님~

가까운 사이에서 느껴지는 공허함은 그게 설사 남들 보기에 가벼운 상황이라도 자기한테는 참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팔로우 감사드립니다~
저도 팔로우 했어요^^

다시 한 번 매우 공감합니다 megaspore님~
그리고 맞팔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자주 소통해요 ^^

왜냐면 혼자 있을 때 우리는 누구에게 거는 기대감이 없기 때문이다.

메가스포어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정말 공감이 가네요. 군중속에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세상살면서 기대를 조금은 내려버리고 살면 편한데, 그렇지 못하고 가끔씩 생채기를 입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사람이 부딪히면서 살아가다보니 가끔 생채기를 피할 수는 없나봐요~~~ 그래도 우리는 또 회복하고 또 생채기 입고 그러면서 살아가겠죠..

외로움은 평생을 함께 할 오랜 친구다...라는
어느 노래가사가 떠오릅니다.
외로움의 깊이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간본연의 외로움은 저 가사처럼 늘 곁에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서로 위로하며, 기대어 살고, 힘이 되어 주어야하기에,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인 모양입니다.
변해가는 세상에, 환경에, 주변인에 따라,
나 역시 변해가는데, 그런 변해가는 나 자신을,
나도 잘 모르기에, 어찌 남이 나를 잘 알까...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론 상처 받은 서운한 마음이 가실 때도 있었습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고, 또 한번 공감하고 갑니다. ^^
늘 진솔하고 마음에 와 닿는 글 감사합니다. ^^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은
타인을 자각하는 순간이 아닌
오롯이 '나' 자신을 자각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해요

그렇게 "혼자로서의 나' 를 자각하면
내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자각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에게 기대길 원하지요

하지만 그 나를 '긍정하고 인정'하면
더 이상 외로움으로 부터 도망가지
않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외로움을 즐길 수도 있을 겁니다.

imkien님~
맞습니다~~

"거울을 보지 말고 창밖을 보라" 는 말처럼
타인에게 오롯이 집중한다면 외로움이 줄어들텐데 타인은 보지 않고 자기 자신만 자꾸 자각하면 외로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외로움도 즐길 수 있길 바래봅니다.

너무 좋은 말이네요... 담아두고 싶은 말입니다.^^

^^ 별말씀을 칭찬 감사합니다

기대를 낮추고 아래를 바라보고 살면 분명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데..

우리 인간이라는 이기적인 동물이 그것을 깨닫고 느끼고 실천하는 것이 매우 매우 힘들다는게....

저도 인생에서 더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 뿐아니라 다른 것들에도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자기의 능력내에서 꾸준히 열심히 한다면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게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꼭 최고가 되야만 만족하는 인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기대감이란게 요물 같아요 그리도 설레게 하다가 그리도 실망감을 ㅎㅎ 그 요동이 재미있는 듯도 뭔가를 깊이 경험하게 해주기도 하지만요 ~ 오는 경험하나하나 납짝업드려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었우면합니다 ^^

맞아요 그 요동이 없으면 또 인생이 지루하다고 불만일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Upvoted resteemed nice post reading with using Google translate Dear @megaspore

Thanks for your resteemed and upvoted:)

your welcome dear friend

저는 한국인들과 있을 때 더 외롭고 고독해요. 오늘도 느꼈는데 나는 정말 반가워서 큰 기대를 갖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않을때 공허하더라구요. 정말 외국인들과 있으면 오히려 낫구요. 그런건가봐요. 그러면서 점점 마음의 문은 닫게되는. 말씀대로 기대를 낮추는 연습 시도해볼께요 ^^ 하루하루 성장하는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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