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비트) - 왜 계량투자인가?(3) 내 돈이 들어가는 순간부터 객관적 사고는 불가하다
지난번에 왜 대부분 투자자들이 "수익은 길게, 손실은 짧게" 라는 투자 정석을 못 지키고 오히려 정반대로, 즉 "수익은 짧게, 손실은 길게" 투자할 수 밖에 없는지 살펴 보았습니다.
문제는: 우리를 망하게 하는 편향은 이보다 더 많습니다 ㅠ 중요한 거 몇개만 추리려 했는데도 이번 내용은 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더 심각한 문제는 - 사람은 돈을 투입하기 전에는 그래도 사람 비슷하게 사고가 가능한데 돈을 일단 투자하면 객관적인 생각이 불가능하고 System 1에 그래도 노출됩니다. 즉 편향에 쩔은 원숭이 수준으로 후퇴하는 겁니다.
1. 우리 계좌를 깡통으로 만드는 편향들 (계속)
I. 확증 편향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이 듣고 싶거나 믿고 싶은 말은 귀신같이 듣고, 자기 의견을 뒷받침하는 자료만 남기고 나머지 자료는 무시해버리는 놀라운 능력이 있습니다. 이를 ‘확증 편향’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이더리움을 샀다고 칩시다. 그 순간부터 이더리움을 칭송하고 이더리움 매수 의견을 내는 자는 “개념 있고 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한 인텔리”이고 이더리움의 미래가 없다고 주장하는 자는 “투자와 세계경제의 기본 개념도 없는 X신” 이 됩니다. 물론 개념도 없는 X신이 제공하는 정보는 약 3초 후에 까먹게 되거나 완전 무시하게 됩니다. 이렇게 남들이 자신의 말에 동의해 주면 우리는 안정감을 느낍니다.
안타깝게도 가상화폐 투자자 99.9%는 하수입니다. 그들이 당신 의견에 동의하면 당신 기분은 좋겠지만 투자에 도움은 하나도 되지 못합니다. 장님 두 명이 피카소(Pablo Picasso)의 그림을 논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게 확증 편향>
출처: '피우스' 임의 네이버 블로그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 등 금융 투자가 매우 위험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둑 같은 게임에서는 떡수를 연발하면 무조건 집니다. 그러나 금융 투자에서는 아무리 바보짓을 해도, 특히 상승장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에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 못합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질 때 더 많이 깨져서 잔고가 0으로 수렴되겠으나 이기는 날도 꽤 있기 때문에, 바보짓을 한다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왜냐?
확증 편향 때문에 이긴 날을 즐기면서 내 전략이 옳았고 내가 훌륭한 투자자임을 확신하고, 진 날은 그냥 운이 나빴다고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II. 통계 무지(소수의 법칙)
기본적으로 인간은 통계 분석에 매우 약합니다. System 1은 통계를 분석할 능력이 아예 없고, 심도 있게 통계 분석을 공부한 사람도 극소수이기 때문에, 사람들 대부분은 System 2를 가동한다 해도 통계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친구 소똥이가 당신한테 와서 “최근 5일간 30% 이상 폭락한 가상화폐를 사서 이틀 후에 팔면 번다더라. 내 사촌 개똥이는 지난주에 2억 벌었대! 요즘에는 5번 거래해서 5승 0패라네!”라고 부추기면 어떨까요?
투자자 대부분은 ‘5승 0패’라는 놀라운 승률(?)에 혹합니다. 하지만 5번, 5일이라는 사례는 결정을 내리기엔 표본 수가 너무 적습니다. 한마디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은 표본 집단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하는 편향을 ‘소수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이성적인 사람이라면 주요 가상화폐의 일별 데이터를 다운받아서 지난 5일간 30% 하락한 날을 식별해내고 그날과 이틀 후 가격을 검토해서 얼마나 올랐는지 계산합니다.
아마도 최근 5일간 30% 이상 폭락한 경우가 수백 번 있을 텐데, 그 수백 번에 모두 투자했다면 수수료를 제하고 몇 퍼센트 수익을 냈는지, 승률은 어땠는지, 손익비는 얼마인지 등을 계산할 것입니다. 이거 생각보다 그다지 어려운 작업도 아닙니다. 엑셀 조금만 다루면 Coinmarketcap 같을 곳에서 데이터 다운 받아서 검증이 가능합니다.
이 정도 분석한다면 해당 전략의 유효성을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작업을 백테스팅이라고 합니다. 물론 여러분은 이런 사람을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주식의 경우에는 뉴지스탁에서 오만가지 전략을 손쉽게, 무료로 백테스트 가능>
투자자 대부분은 개똥이 스토리를 들으면 스토리의 근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지 않습니다. 이런 문제가 확증 편향과 맞물리면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당신이 ‘최근 급락한 가상화폐를 사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이미 갖고 있었다면 소똥이의 말을 아무 검증 없이 믿을 가능성이 큽니다(확증편향 + 소수의 법칙 = 우아아악)
III. 스토리텔링의 폐해(카더라의 위력)
여러분 주변 사람들은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어떻게 투자하나요? 모두 나름대로 이런저런 정보를 갖고 투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가상화폐 관련해서는 각국 정부의 규제 소문, 특정 가상화폐의 거래소 상장 스토리, 그리고 정말 무식하게 “리플이 오른다더라! 가즈아~” 등 정보 또는 스토리들이 넘쳐납니다.
물론 그중 성공 투자에 기여하는 정보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대부분은 이들 정보에 혹합니다. 아무 근거 없는 ‘소음’을 근거로 사고파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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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투자 중독
비트코인 팔아서 수익을 확정 짓던 날, 짜릿하지 않나요? 이 엄청난 쾌감! 세상이 내 것이 된 것 같아! 그러다가 손실 후 밀려오는 좌절! 본전 회복 심리 가동! 투자하고 차트를 지켜보며 느끼는 스릴! 오늘은 땄어! 오케이! 이 쾌감을 다시, 또다시 경험하기 위해 투자 중독자들은 매일매일 시장에 뛰어듭니다.
처음엔 100만 원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김도박 씨, 조금씩 조금씩 액수도 늘리고, 잠 못 드는 비트코인 좀비가 되어 헤롱헤롱. 감정과 자아 컨트롤이 안 되는 새벽 3시. “리스크 관리? 남아 있는 자산이 5,000만 원인데 그중 5% 만 비트코인에 투자하라고? 장난해? 그럼 2배가 되어도 겨우 250만 원 버는 거잖아! 지금까지 3,000만 원 잃었는데? 만회해야지! 나는 남자야, 남자! 5,000만 원 올 인! 올 인! 가즈아~.”
<너무 열심히 코인하면 이렇게 된대요>
2. 이 끔찍한 편향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 봅시다
자, 다시 한 번 주요 내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당신이 두뇌로, 또는 ‘감’으로 투자
할 경우 망할 확률은 99% 이상입니다. 왜냐하면 투자자 99% 이상은 아래와 같이 판단 착오를 일으키는 결정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히 어떻게 수십만 년의 진화를 거스르겠습니까? 투자할 때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이란 -
●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 내키는 대로 투자합니다. (비일관성)
● 그렇게 우왕좌왕하면서도 제대로 투자하고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내가 당연히 맞을 테니 베팅은 크게 해야겠지? 크게 베팅해야 더 크게 먹으니까. 리스크 관리는 옆집 개 이름이야? (과잉 확신)
● 본전 밑으로는 절대 안 팔고, 조금 오르면 쏜살같이 팔고 기뻐합니다. 성공투자의 정석 넘버원인 “수익은 길게, 손실은 짧게”와 정반대로 합니다. (기준점 편향, 손실 회피, 처분 효과)
●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내 견해를 뒷받침하는 자료만 수집하고 나머지 자료는 무시합니다. 내 견해와 일치하는 남의 얘기를 들으면 일단 검증 없이 믿고 봅니다. (확증 편향, 소수의 법칙)
● 통계 분석? 그게 뭐죠? 표본? 그게 왜 중요하죠? (통계 무지, 소수의 법칙)
● 정보처럼 포장된 소음에 집착하고 심지어 이를 근거로 매매합니다. (스토리텔링의 폐해)
● 거래는 매일매일 해야지! 스릴 있잖아! 남자는 리스크 관리 필요 없어! 올 인이지, 올 인! (투자 중독)
명심하십시오! 우리는 깨어 있는 시간의 95%는 직관 체계로 움직이고, 복잡한 논리와 사고가 필요한 5%에만 추론 체계를 사용합니다. 추론 체계를 더 오래 사용하면? 대부분 두통을 호소합니다.
3. 나쁜 뉴스 하나 추가 – 우리 돈이 투입되는 동시에 우리는 system 1의 노예가 됩니다
“그래, 재밌는 얘기네. 뭐 나도 한 두번 정도는 Kangcfa가 말하는 저런 편향에 걸려든 경우가 있는 것 같아. 그러나 그건 예외적인 실수이고, 다음번 부터는 절대 안 그럴 거야!” 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봐 그러는데 –
웃기지 마세요.
- 우리는 투자하기 전, 즉 내 돈을 가상화폐 시장에 투입하기 전에는 어느 정도 System 2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정!
2. 아쉽게도 매수가 끝나고 내 돈이 투입되면 System 2를 유지하면서 컴퓨터처럼 냉철하고 논리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이성적인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다. 단 한 명도! 저도 물론 예외가 아닙니다.
3. 매수 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직관 체계가 우리 두뇌를 지배하게 됩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우리 뇌는 천천히 인간 수준에서 원숭이 수준으로 하락합니다.
변신 전에 투자자의 아이큐가 200이든, 동네 바보든 크게 상관 없습니다. 사이좋게 모두 원숭이가 되는 것입니다! 소프 교수님도 못 벗어났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돈을 넣으면 그 순간부터 우리는 다 함께 원숭이입니다!! 우리는 다 같은 원숭이 가족!
4. 헤이비트의 준엄한 반격
원숭이 수준의 뇌를 사용해서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돈을 벌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가상화폐 투자자 대부분이 원숭이 뇌로 투자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인간 뇌의 효능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그들에게 쉽게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부모님이 주신 뇌의 효능을 매우 후에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원래 가장 재미로울 때 연재를 끊근 거 아시죠? 이건 다음번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슴에 비수가. ㅠ.ㅠ
벌써 다 읽으셨어요??
네. 올라오는 족족 읽고 있습니다. ^ㅡ^
금융 투자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기네요.참 기쁘네요
저도 기쁩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트레이딩 습관도 문제지만, 매매중독도 정말 문제중 하나입니다. 매매중독에 걸리신분들 정말 많으신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등지를 보면, 매수 받기에 좋은 타이밍이 아닌데에도 무리하게 매수를 받으시는 분들 부터, 모든 등락의 수익을 다 거둬가시려고 무리하시려는 분들 등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이 매매중독에 걸리면 웃는 건 고래들이나 기관들이 아니라 거래소인 점은 참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차트가 우상향을 하든 우하향을 하든 상관 없이 거래소가 가져가는 것은 빳빳한 현찰이니깐 말이에요.
🔰 암호화폐뉴스/칼럼 트레이딩 팀 @larvabox
네 맞습니다. 사실 매매가 주는 짜릿함 때문에 강력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장중에는 아예 주식시장을 쳐다 보지도 않습니다.
팩트로 너무 맞아서 혼란스럽네요... ㄷㄷㄷ
하지만 정말 좋은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ㅠ 그래도 한번 알고 가시는게 나중 도움이 될거 같습니다.
뼈가 아픕니다..후억..특히나 어제같은 하락에는 손실 짧게 가야하는데 아침에 손실보고 다시 가겠지 하다가 하하..담에 또 읽어봐야겠네요
아아....
그 뒤에....
아아아.... 재밌었는데 ㅎㅎ
진짜 격하게 공감해요
한번 수익을 냈다고 생각되는 순간 중독수준으로 가더라구요 ㅎㅎㅎ
초반에는 그런현상이 지속되더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변동폭이 크다보니 더 힘들죠 ㅎㅎ
그래서 저는 코인을 산 순간부터 제 돈이 아닌 게임머니라고 계속해서 암시를 합니다 이건 잃어도 되는 돈이고, 그저 게임에 현질한 것 뿐이야라고.. 코인에 대해 정보를 모으고 모아본뒤 손절매 가격과 수익 가격을 예상해보고(정해두고) 코인을 삽니다
그리고 코인판을 안보는 기간을 잡아두고 보지 않습니다 코인을 사고나서 1주일-1달 정도, 혹은 더 길게 관심을 끊어버립니다/ 수익이 난 후에는 2-3일 무조건 보지 않고 제 일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코인 시장을 보면 훨씬 차분해진 마음으로 임할 수 있게되더라구요 최근에 이오스 지갑 옮긴거랑 구매계획 잡은 스팀 구매 한 것 이외에는 무념무상으로 지내네요 ㅎ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리스팀 하고 가요
네 이제 편향을 지배하는 투자자 수준에 오르시는 것이 얼마 남지 않은거 같네요!
기계처럼 달달이 사는건 잘 하는데 ㅠ_ㅠ
수익실현 하는게 참 어렵네요
다음편 기다리겠습니다
매수 후에 수익실현 방법을 찾으려고 하니 어려운 겁니다. 답이 없으니까요...
저 글의 핵심 메시지는: 사기 전 이미 언제 팔지 알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