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위가 나빴나 우리가 나빴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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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은 동물을 무척 좋아한다. 강원도로 이사 오기 전 살았던 태안 아파트는 농경지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두 동짜리 작고 오래된 아파트였다. 이 동네가 완전 동네 고양이 천지였다.

겨울이면 먹을 게 없는 길양이들의 모습이 애처로워 우리는 냥이들의 밥을 챙겨주었다. 그러면서 많은 고양이들과 친구가 되었다. 날씨가 추우면 아파트로 들어와서 옥상이나 지하에 갇혀 못 나가는 아이들을 구해준 것도 열댓 마리가 넘었다.

사람 접근을 허용하지 않기로 유명한 하얀 고양이가 출산을 두 번이나 하고 내게 머리를 맡기고, 자기 아가들을 나에게로 데려와 인사시켜 주기도 했다. 너무 작은 아기 고양이가 추운 가을에 독립하여 아파트로 찾아와 이쁜이라고 이름 붙여 주고 돌봐주었다.

이 아이는 우리가 외출할 때마다 말처럼 달려와해맑게 웃으며 무릎에 안기곤 했다. 우리가 동네 산책을 할 때면 앞에서 뒤에서 따라오며 쓰담쓰담해달라고 수시로 길에 벌렁 누워서 산책을 불가능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작은 교회 목사님이 어제부터 오리 한 마리가 아파트 주변에 나타나는데 못 봤냐고 했다. 우리는 그때까지 보지 못했다. 드디어 삼일째 되는 날 우리는 하얀 거위 한 마리가 농경지를 흐르는 더러운 작은 갯가에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물은 폐수가 흐르는 것이었는데 거기서 먹이를 잡아먹는 것 같았다. 희고 긴 목, 하얀 털 오리는 아니고 거위였다. 어디서 왔을까? 그냥 이렇게 놔둬도 될까? 별 생각을 다하며 이틀이 더 흘렀다. 목사님은 물이 더러우니까 저대로 놔두면 병이 걸리거나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거기에는 닭을 잡아먹는 짐승들도 있었고, 동네 어느 농부가 녀석을 잡아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어느 날 남편과 거위 포획작전에 나섰다. 비가 와서 질척거리며 신발에 한 짐씩 흙이 달라붙는 흙밭을 가로질러 달려가던 거위는 길가의 경계에서 풀숲에 머리를 처박았다. 덕분에 한참 뒤늦게 쫒아 갔던 나에게 붙잡혔다. 녀석을 잡아서 일단 우리가 키우던 닭 우리에 넣었다.

우리는 서울에서 살던 지인의 꼬마가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서 기르다가 우리 집에 떨궈놓고 간 닭 세 마리와 아이들이 실험실에서 부화시켰다며 도시에서는 키울 수 없다며 가져온 오리 한 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우리는 녀석들을 죽을 때까지 돌봐야 했던 운명이었다. 죽일 수도, 죽게 내어 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 거위를 닭 우리에 넣으니 덩치가 작은 오리를 밀어내고 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오리 밥을 모두 뺏어 먹고 오리 목욕물을 먼저 차지했다. 3년을 같이 살아온 오리가 불쌍했다. 그러나 동물세계는 언제나 그렇듯이 그들은 서열에 순응한다. 오리는 거위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거위를 따르려 했다. 그런데 거위는 대단히 거만했다. 거위는 오리를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옆에 오지도 못하게 했다. 오리는 대단히 외로웠고 친구가 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녀석은 또한 우리도 본채 만채 했다.

음식과 물을 주며 녀석과 친해지려고 노력했지만 콧방귀도 안 뀌었다. 고개를 들고 먼산을 바라보는 그 자태에서 거만함과 오만함이 철철 넘쳐흘렀다. 그래서 어느 날 나는 닭장에 들어가서 녀석을 다시 붙잡았다. 녀석을 붙잡고 쓰다듬어 주려고 하니까 고개를 외로 핵! 하고 젖혀서 나를 쳐다봤다. 그때 녀석과 눈이 마주쳤다. 연한 청회색 동그란 눈동자는 참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 눈동자에 역겨움이 가득했다. 정말이었다. 녀석은 나를 역겨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도 나와 같이 느꼈다고 했다. 녀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처음 이사 와서 동네 탐색하며 산책할 때 먼 산 아래 거위농장이 하나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좀 멀지만 주변에 다른 거위 농장은 없었으니까 아마도 거기서 탈출해서 나온 녀석일 것이었다.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 거기 그냥 쓱 끼어들면 주인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녀석을 커다란 박스에 넣어서 남편과 함께 들고 그 농장으로 갔다. 농장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거위 떼만 요란스럽게 소리를 내지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녀석을 농장 안에 풀어놓았다. 녀석은 커다랗게 날개 짓을 하며 온갖 거부와 저항은 다하며 농장 안 동료들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 번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갑자기 거위 떼 전체가 일제히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같은 높이로 주둥이 또한 쭉 내밀더니 날개를 쫙 펼쳤다. 그리고 같은 톤으로 우우~하고 소리를 내듯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농장 이쪽에서 저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다시 그렇게 또 되돌아왔다.

그것은 거위들이 단체로 우리를 조롱하는 것이었다. 우리 진심이 안 통하는 동물은 처음이었다. 우리는 동물의 집단 지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고 동물의 행동 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동물과 친해지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았는데 이번에 우리는 둘 다 서로 얼굴을 보며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우리는 돌아오면서 이야기했다. 아마도 녀석들이 농장을 나가서 자유롭게 살아보고 싶었고 그중에 그 한 마리가 용감하게 우리를 나가 자유롭게 살고 있었던 거라고, 그런데 우리가 그 자유를 다시 구속으로 되돌려 놨던 것이었다.

우리가 잘한 것이었는지 잘못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자유를 방해한 것 같아서 미안하게만 여겨졌다.
거위야~미안하다.
그런데 거위한테 경멸 당했던 기억은 나름대로 충격이긴 했다. 거위 한마리 만이 아니라 떼로 같이 그렇게 감정표현을 할수 있다는것,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동물의 지성이나 감정 표현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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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스팀의 힐링 이벤트에 인상 깊은 댓글들이 달려 그냥 묻히기에는 아...

거위의 경멸이라니,, 나쁜 시키들,,,,
하긴 근데 지들 입장에서는 보호가 아닌 자유를 빼앗은 것이라고도 생각 할 수 있으니 ㅠㅠ 어렵긴 하네요
오리는 잘 지내죠? 오리가 저는 기억에 남네요 ㅠ

오리는 그 농장에서 수명을 다했답니다 나중에 오리 이야기도 쓸까요? 오리 정말 굉장한 녀석이예요^^

오리이야기도 들려주세요 ㅎ 글을 잘 쓰셔서 ㅋㅋ 한방에 쭉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ㅎㅎ

떼로.... 감정표현... 을..
기분이 좀 이상하셨을거 같아요 ,

ㅋㅎㅎ~그죠? 거위가 나빴던 거죠?

뭔가 착한일을 하려고 한건데 억울할것 같네요
거위가 나빴어요

ㅋ 저를 첨으로 헷갈리게 했던 동물이예요 ㅋ

거위는 영물이애요.
거위는 집에서 키우면 집을 아주 잘지킴니다.
낫선 사람이 오면 막 달려들어 쪼기 때문에 거위가 집에 있으면 도둑 지키는
파수꾼 이라고 어른들께 들었습니다.

저 경험해 봤어요 ㅎㅎ
시골에 혼자 사시는 어떤 할머니댁에 갔다가 거위가 저를 쫓아내려고 했어요.
거위가 그 집에서는 시골에서 집 지키는 개의 역할을 하더라고요.

오래 사는 것과 자유라... 그걸 선택할 수 있는 입장에 처한다고 해도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 같네요. ㅎ 거위떼의 조롱(?)이 눈에 그려져서 재밌게 읽었습니다~~ㅎㅎ

생전 처음 상상도 못했고 생각도 못했던 일을 당했던 거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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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222님의 태생적 루시드 드리머?

ttps://steemit.com/kr/isis-lee3u1wcj-2
isis-lee님의 글을 읽고
오랜만에 생각을 해본다.
난 누구나 꿈에서 꿈인지 아는지 알았다.
난 꿈에서 꿈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한다.
꿈...

우리 가게에 온 길냥이는
일년정도 밥을 주니까...
참새를 잡아다 주고 갔어요..두번씩이나^^*

예절바른 냥이네요. 보답이군요 이쁜 녀석~

1년넘게 산냥이가 제 집에 와서 제가 내 놓는 안주를 드세요 ㅎㅎ
고기라도 구우면 어김없이 세마리쯤 와서 기다리고요
방에서 고기 구우면 베란다에 와서 "혼자먹냐?" 소리지르고요
추울때는 제 베란다에 와서 눈치보며 잠도자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손을 내밀었더니 바로 할퀴더라고요 ㅠㅠ 피났어요
오늘에야 팔로합니다.

아직 경계가 심하군요. 보통 고기 그렇게 얻어 먹었으면, 손 내밀면 와서 머리부터 박는데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또놀러올께요 ^^

인위적으로 주어진 환경에 길러지는것이
시점에서 따라서는...;;;;

그러게요. 참 녀석들 입장에서 몇칠 못 살아도 자유롭게 살다 가고 싶었다면요. 내가 나쁜 짓 한거죠 오래사는게 대수가 아닌거죠 녀석들도 자유롭게 살고 싶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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