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벌고 하루 살기] 쉬는 날 운동가기

in #kr7 years ago (edited)


또 쉰다. 인력소 소장이 내일은 되겠느냐고 물었을 때 이틀은 더 쉬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좋은 직업이다. 내가 쉬고 싶을 때 모두가 일하러 갈 때 쉴 수 있다는 것. 장점 중 장점이다. 직업적 야망과 적성 그리고 연봉을 포기하니 이렇게 맘 편해지는 것을. 물론 혼자가 아닌 둘 이상이 되면 상황은 금세 달라질 수 있다. 아주 이기적인 인간으로 찍히기 십상이다. “인간아 그러려면 왜 결혼했니?”, “왜 애는 싸질렀니?”, “그냥 혼자 살다 죽지” 등등 예상 가능한 핀잔들이 눈앞에 선하다.

주말이면 인력사무소를 나오는 사람이 있다.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고 쉬는 날이면 거의 빠짐없이 일을 하러 나온다. 함께 이마트 지하에 일을 간 적이 있었는데 힘든 일을 피하지 않고 순진하게 하는 모습이 맘에 들어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 4살 딸아이의 아버지인 그는 앞으로 아이 하나를 더 가질 계획이고 결혼한 지 오 년째라고 한다.

점심시간 이마트 푸드 코너에서 식사를 기다리는 중 그의 아내가 장모와 쇼핑을 왔다. 아이 손을 이끌고 푸드 코너 초입에 서 있는 그의 아내는 검소해 보였다. 분명 그가 결혼 전에 여자를 만나고 다녔다며 내게 자랑 반 소개한 채팅 앱을 통해서 만난 여자는 아닐 성 싶었다. 교회? 집안? 아무튼 백프로 중매다. 신기해 보였다. 단 5년이면 저렇게 자연스러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낚시와 등산을 좋아하는 그는 두 번째 아이 출산을 준비하는 아내와 그의 취미를 공유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 스스로도 토요일, 일요일을 날품에 온전히 바쳤다. 그래서일까? 이마트 일이 2시쯤 예상 밖으로 일찍 끝나자 그는 집에 가는 것을 망설였다. 차에 실린 낚싯대 이야기를 부쩍 하는 걸로 봐서 점찍어둔 강변 어귀에 차를 세우고 낚시를 할 모양이었다.

평소 다니던 체육관에 다리를 절면서 운동 하러 간다. 이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가격도 저렴할 뿐더러 사람도 많지 않다. 대부분이 연세가 지긋한 분들이라 운동기계들도 험하게 낡지 않았고 온전하다. 긴 연휴 끝에 첫 출근 날 오후 한산하고 느긋하게 몸을 푼다. 다리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얼마나 더 쉬어야할 지를 가늠해 본다. 어제보단 나아지긴 했지만 섣불리 욕심내고 나갔다간 또 나빠질 수 있다.

돌아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러 예약해둔 검사내전이란 책을 빌려온다. 신간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빌려본 분들이 흔적 없이 얌전하게 보았다. 페이지가 펼쳐진 흔적조차 없이 빳빳하다. 몇 페이지 읽어보니 라디오에서 소개한 것보단 별루다. 겸찰개혁에서 정치검사와 평검사를 구분해야하는가? 구분해 달라는 건가? 검찰의 문제는 언제나 일부 검사의 부패와 부정이었던가? 검찰의 부처 이기주의나 집단 이기주의에서 평검사들은 자유로운가? 궁금해서 빌린 책이다.

나는 이기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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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솜씨가 비범하신데요...

잘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일상의 글이 진진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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