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를 아시냐”고 묻는 사람들을 미리 알아보는 방법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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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들은 “도를 아시냐”고 묻지 않는다. 묻지 않고 칭찬을 한다. “얼굴의 기운이 정말 좋으세요.” 내가 그들을 처음 만난 게 언제였나 떠올려보니, 재수생 시절 종로도서관을 다녔던 때였다. 아마도 미성년자에게는 영업을 하지 않으려고 할 거다. 하지만 미성년자로만 보이지 않으면 상대를 가리지 않는 것 같다. 20살의 나에게 ‘얼굴에 기운이 정말 좋다’고 말한 그들은 40살이 다된 지금의 나에게도 얼굴의 기운이 좋다고 말한다. 내가 자리를 피하면, 바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데 멀리서 관찰해보면 그들은 환갑이 다 된 듯 보이는 사람에게도 영업을 한다. 그러니 내가 60살이 되어도 나에게 얼굴의 기운이 좋다고 할 사람들이다. 앞으로 최소 20년은 더 그들을 만나야 한다.

그들은 남자이기도 했고, 여자이기도 했는데 주로 여자였다. 남자 1명과 여자 1명 혹은 여자 2명으로 움직인다. 그들은 처음 만난 건, 20살의 종로였지만, 이후 내가 사는 연신내에서도 계속 봤다. 연신내에 나갈 때마다 만나는 것 같다. 어떤 때에는 나에게 길을 먼저 물어본 후, 길을 알려주면 그제야 “얼굴에 기운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그럼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그들을 최소 15년 이상은 피해 다녔다. 나뿐이 아니라, 나랑 같은 나이대의 사람들은 지난 15년 동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이제는 100m 밖에서도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그들을 100m 밖에서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오늘이었다. 연신내 할리스 매장 앞을 지나는데, 저 멀리 연신내역 쪽에서 걸어오는 두 명의 여자가 눈에 띄었다. 난 바로 그들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지만, 그들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내 눈에 띈 그들은 바로 옆에 지나가던 중년 여성을 붙잡고 대화를 시도했다. 중년 여성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고, 그들은 굴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에게 다가갔다. 소름이 끼쳤다. 나는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기 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떻게 그들을 알아봤을까. 구체적으로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옷차림이다. 2인 1조의 그들은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사실 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고 있다. 운동화, 면바지, 색이 바랜 셔츠. 그리고 등에 멘 가방. 이건 봄과 가을의 복장이다. 여름이면 다른 건 다 똑같은데, 셔츠만 반소매로 바뀌어 있다. 나는 그들이 니트나 라운드 셔츠를 입은 걸 본 적이 없다. 겨울이면 그들은 두꺼운 옷을 입는데, 코트나 패딩 같은 건 입지 않는다. 과거 우리 아버지가 겨울마다 입었던 점퍼를 떠올리게 하는 스타일의 옷이다. 아랫부분에 큰 주머니가 달린 점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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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대부분 30대 초중반의 젊은 여성이지만, 그 나이대의 다른 여성과는 매우 다른 차림을 하고 있다. 과거의 어느 시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아마도 20년 전의 나는 그들을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는 모든 사람들이 비슷한 스타일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들은 20년 전의 시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눈에 띌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과거의 기운을 가진 사람이 1명도 아니고 2명이 함께 돌아다니니까 더 눈에 띌 수밖에. 내가 그들을 알아볼 수 있는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 밖에 없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지역을 연신내로만 한정시킨다고 해도, 이 동네를 지나다녀온 많은 사람이 같은 능력을 갖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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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나왔다. 방심한 사이에 딱 걸렸다. 건너편 맥도날드 쪽으로 건너려고 서 있는 사이 그들이 옆에 다가온 것이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보자마자 피했다. 그리고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들은 다음 타겟을 찾아나섰다. 이 글에 함께 넣은 사진은 그때 찍은 것이다. (맨 위의 사진은 ‘충북일보’의 것인데, 오늘 내가 찍은 사진 속 사람들과 옷차람이 비슷하다.) 이 글은 ‘도를 아시냐’고 묻는 사람들이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쓰려고 한 거지만, 어쩌면 그들을 위한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최근 5년간, 자신들을 미리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느끼지는 않았는지. 그런 분위기를 감지 못했다면 당신들은 영업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자세로는 뭘 해도 안된다. 이제라도 느꼈다면, 그래서 새로운 영업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먼저 20년 전의 시간에서 벗어나시라. 비싼 옷을 입으라는 게 아니다. 그냥 평범한 요즘 사람들처럼 입으면 된다. 요즘 스타일이라고 해서 2명이 똑같이 입지는 말자. 그럼 또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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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가로막아 거절의 표시를 하는 편이에요. 물론 이어폰이 큰 도움이 되죠^^

이어폰은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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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고등학생일 때 광진구 어디 사원까지 따라가게 된 적 있는데... 20년이 넘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