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의 거꾸로 읽는 세상_#7] 예술을 감각하라, 해석에 반대하라
플라톤이 예술을 현실의 모방으로 정의한 이래 예술은 끊임없이 자기 존재의 의의를 증명해야 했다. 스승의 말이라면 사사건건 토를 달았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역사상 최초로 예술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고, 아주 체계적인 글까지 남겼지만 사실 그건 플라톤에 대한 반박이 아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이 모방이라는 플라톤의 견해에 동의했다. 단지 그것이 유용하다고 말했을 뿐이다.
예술이 객관적 미의 구현이 아니라 예술가의 주관적 표현이라는 관점을 널리 받아들인 오늘날에도 그 정당성에 대한 물음은 끈질기게 살아 남았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한 것이냐? 이것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 오래된 편견 안에서 사람들은 예술이 무언가의 상징이라고 믿는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예술은 그저 통로에 지나지 않는다. 진리와 본질은 예술 작품이 가리키는 어떤 곳 즉,
예술 작품의 너머에 존재한다.
만약에 내가 망치를 가리키며 이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망치라고 말할 것이다. 거기엔 일말의 주저도 의심도 없다. 그런데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를 가리키면?
오늘날 우리는 비평을 통해 예술을 받아들인다. 비평은 예술을 해석해 그것이 왜 예술인지를 밝혀낸다. 여기서 그들이 집중하는 건 내용이다. 그래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독재자 프랑코와 나치의 잔혹성을 폭로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유일한 길일까? 우리는 <게르니카>를 그저 고통, 비애, 슬픔, 좌절 같은 감정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걸까?
예술은 감각의 총체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것을 감각하지 않고 이해하려 드는가? 예술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태도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수잔 손탁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감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잘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우리의 임무는 예술작품에서 내용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있는 것 이상의 내용을 더 이상 짜내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임무는 내용을 쳐내서 조금이라도 실체를 보는 것이다. (중략) 비평의 기능은 예술작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예술작품이 어떻게 예술작품이 됐는지, 더 나아가서는 예술작품은 예술작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 <해석에 반대한다> 중
현대 예술이 그토록 이해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해석으로부터 탈주하고픈 욕망이었을 것이다. 더 이상의 해석은 거부한다. 그리하여 예술은 침묵을 하나의 주요한 양식으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맙소사, 현대 예술은 아무 것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해석을 낳아버렸다!
예술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그 앞에서 당당해야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듯이 우리는 예술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두 눈을 마주보고 가만히 앉아 얘기를 주고 받는 것. 때로 그 대화는 막힐 때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심지어 화를 나게 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우리가, 만나는 모두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는 없듯이 모든 예술을 마음에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헤어지고 돌아서는 길에 당신의 무지를 탓하며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별의 이유를 찾기 위해 누군가의 해석을 찾을 필요도 없다. 그저 쿨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다.
Cheer Up!
훌륭한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인간은 감정과 감각의 동물이지요
오감으로 느끼며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지요
인공지능이 아직도 따라올 수 없는 이것 바로 해석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이며 느낌이며 감각이지요
칭찬 감사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뭔가를 이해하려는 속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그 이유를 파악하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모든 인간의 감수성이 폭발하게 되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정말 좋은 글입니다. 우리는 단 한번의 삶을 살지만, 예술은 우리를 다차원의 세계로 인도합니다. 삶과 예술은 같은 목적을 가지기에 예술은 인생의 조각입니다. 그 목적, 살아있는 한 느껴라! 영원히 살 것 처럼!
오늘은 죽시사님의 글에 제 마음이 꿈틀거리네요. 좋은 글 감사하고, 리스팀합니다.
근데, 죽시사님이라 칭해도 되나요? 아이디가 죽은 시인의 사회인 것 같아서...
아 죽시사는 아니고요 ㅋㅋ Dead Pixel Society입니다. 제가 만들 게임 회사 이름이에요. 예전에 사업을 한번 했다가 실패했는데, 언젠가 1인 기업으로 다시 시작해볼 겁니다.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정말 멋진 글이에요 특히 마지막 문장들이 정말 마음에 들어요 ㅎㅎ 잘 읽고 갑니다!
쿨하게 가자구요!
예술에 대해서 연애에 대해 비유하시고, 끝에 이별을 연결시킬때 무릎을 탁 치게되네요.
아니면 아닌건데 사람들은 자꾸 자기 탓을 해요. 쿨하게 가면 되는 건데 말이죠. ㅋ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나는 찰나의 재채기를 외쳤는데 너는 내가 몇년을 품은 알을 낳은 산고의 비명으로 들었구나" 라구요 ㅎㅎ
그런데 가끔은 산고의 비명을 재채기로 알아줄 때가 있어서 슬퍼요. 나름 이리저리 고민 많이 해보고 한건데, 가끔 소설을 써서 사람들 보여주면 그럴 때가 있습니다. ㅋㅋ
쿨하게 보팅 & 리스팀 가즈아~~
쿨한 선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