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생각|D-line] #22. 코어예술
이상하리만치 음악은 어릴 때 사실 20대로 쓰려고 했지만 20대를 너무 추억하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고 생각하니 아재가 된 기부니 들어 바꿈 듣던 음악들을 계속 듣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는 늘 새로운 것을 찾다 못해 살짝이라도 어디서 본듯한 내용이 있으면 흥미가 후둑 떨어지는데 말이지. 어릴 때 내 취향이란 걸 만들어간 것들 중에 지금까지 진정한 의미로 즐길 수 있는 것은 음악 뿐인 것 같다. 물론 영화도 드라마도 클래식이 있겠지마는 20년 이상 된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손이 가진 않거든. 그런면에서 음악은 내 예술적, 아니 예술 뿐 아니라 전체적 취향의 뿌리라 할만하다. Inside out에 나오는 '코어메모리'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믄 음악은 내 '코어예술'이다.
코어예술이라고 부를 것이 없다며는 아마도 취향이란 것 자체가 없는 끔찍한 닝겐이 될테니까 일단 있는게 좋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Extreme을 너무 좋아해서 다른 밴드들을 업수이 여기는 중2병을 오래 앓았지. 그래서 애착이 심하면 병이 된다는 것을 잘 안다. 코어예술은 취향을 만들지만 동시에 애착도 만들어 놓는다. 아니 취향과 애착은 애초에 정도의 차이만 있는 같은 말인가.
요즘은 생각할 필요가 덜한 일을 할때 스포티파이를 켜서 아무 음악을 듣는다. 핫하다는 BTS도 듣고 힙합이 반절이 넘어가는 today's hits 같은 것도 틀어놓는다. 90's rock 같은 리스트가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지마는 마음을 다잡고 아무 음악을 듣는다. 그럴 때면 건강을 위해 샐러드를 소스도 없이 씹어먹거나 쓰디쓴 한약 한사발을 억지로 마시는 느낌이다. 하지만 괜찮다. 내 코어예술을 잘 가꾸는데 도움이 된다면. 뿌리가 튼튼해야 시들시들해지지 않는 거야.
풰낏러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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