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 책 소개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뉴비 철학자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전공에 관련된 '현대 프랑스 철학' 관련 내용입니다.  전문적이지만 종종 이런 소개글도 올릴 생각입니다. (필요한 분이 분명도 있을 거로 봅니다.)

이번 책은 "흐름으로 읽는 프랑스 현대 사상사" 로, 2016년 말에 번역되어 출간된 아직 따끈한 책입니다(원서는 2015년).


오카모토 유이치로 (지음), "흐름로 읽는 프랑스 현대사상사 - 끝나지 않은 프랑스 현대사상의 모험", 차은정 (옮김), 포도밭출판사, 2016; 원제 "フランス現代思想史: 構造主義からデリダ以後へ"" (2015년) 


역자가 정확히 언급했듯이, 이 책의 장점은 논점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는 논쟁점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낸다는 데 있다. 현재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다.


책의 특이사항을 몇 가지만 지적하겠다. 우선 일본 학계 특유의 '정리'가 꼼꼼하다는 점. 이건 전적으로 학계와 학풍의 덕이라 본다. 미덕이다. 반면 한국은 이런 풍토 자체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남는 것은 겨우 개인기인데, 역시 풍토를 따라가긴 힘들다. 그래서 공저(여러 학자가 한 장씩 분담해서 집필하는 저술)의 경우에도 책의 통일성이나 개별 사상의 요점을 알기 어렵다.


다음, '바르트'를 중요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 심지어 라캉과 알튀세르 곁에 두기까지 한다는 점. 아마도 한국 철학계에서 바르트를 거의 다루지 않는 것과 비교해 보면 이 차이는 50~70년대 프랑스사상의 지형을 바라보는 안목과 관련이 깊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그 시기의 사상적 실험을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표현의 하나인 '전위적인 예술과 문학의 스타일'이란 말은 바로 이 안목과 관련된다.


그 다음, 저자는 푸코(3장)와 들뢰즈&과타리(4장)를 다루는 장들에서 고쿠분 고이치로(Koichiro Kokubun)의 들뢰즈론("고쿠분 고이치로의 들뢰즈 제대로 읽기", 동아시아, 2015)에서 익히 본 바 있는 논의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이 해석은 일본 학계가 합의에 도달한 지점이라고 여겨도 되리라 생각된다.


아주 중요한 지점은 (아무래도 내게 가장 익숙한) 들뢰즈를 다루는 4장이리라. 흥미롭게도 일부 논점은 고쿠분의 책에 언급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고쿠분은 과타리와의 공동 작업을 자신의 첫 책에서 건너뛰고 있기에, 직접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욕망의 패러독스'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주제는 바디우와 지젝이 살짝 언급한 바 있고, 한국에서 문성원 교수와 맹정현 박사가 문제 삼은 바 있으며, 내가 박사학위논문에서 비판한 바 있다. 참고로 들뢰즈 철학의 키워드는 '욕망'이기보다 '무의식'인데(관련 글은 2016년 1월에 오사카대학 세미나에 초청받았을 때 발표했다) 일본 학계는 아직 이 지점에 착목하지 못하고 있어 보인다.


이번엔 데리다 차례다. 그런데 사실은 5장의 마지막 문단에 내가 하고픈 말이 잘 요약되어 있다. 역시나 데리다에 대한 일본 학계의 연구는 꽤나 앞서 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일단 인용한다.


"그렇지만 "마르크스의 유령들"에서는 ‘메시아니즘 없는 메시아적인 것’에 대해 그렇게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데리다가 적극적으로 무엇을 주장하는지를 명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마르크스와 벤야민의 ‘메시아니즘’을 부정하고, ‘메시아적인 것’이라는 유산을 어떻게 계승할 수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쳐도, 그것으로부터 ‘세계의 상흔’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 또 정보원격통신은 그것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거의 불명한 채로 남아있다. 이것을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은 우리 손에 달렸다."


요컨대, 저자는 데리다가 무슨 말을 하려 하는지, 그것이 현실 정치에 어떻게 개입하고 기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거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도 정말 모르겠다. 흔히 말하듯 데리다는 '희망의 여지'를 제공하는 데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몰라도, 가장 초보적인 실천의 시작에 대해서조차 도움을 주지 않는다.


'작심삼일'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철학은 그 자체가 실천인데, 실천의 전초나 실천의 논리적 근거로 여기면서 정작 '실천은 네가 해라' 식으로 머무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많은 이론가들이 '이렇게 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다수의 그런 '관념론적 주장' 앞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럼 네가 해 봐!' 말곤 별로 없다.


각자의 실제 실천치(實踐値)를 양적으로 계산하고 사칙연산하는 것이 절박하다. 저자가 "우리 손에 달렸다"고 말한 뜻을 나는 그렇게 읽었다.


결론. 4장의 중요한 오류(물론 철저히 내 관점과 해석이다)를 제외하고 이 책은 짧으면서고 핵심을 잘 요약한 소개서가 될 수 있다고 보인다. 저자의 해석이 너무 지나친 대목은 적절한 주석을 통해 보완한다면, 한국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된다. 적어도 이만한 입문서가 한글로 소개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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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나이 어린 저에게는 조금 어렵네요 ㅠ 그리고 스팀잇에서 '철학자'의 글을 읽게 되서 참 영광입니다. 스무살 시절, 철학책을 읽고 큰 충격에 휩싸여 20년동안 의심없이 다녔던 교회를 그만두고.. 신을 믿지 못하게 됐던...
아무쪼록 재밌는 철학 이야기 자주 들려주세요!

고맙습니다. 책을 읽어야 의문이 가시겠지만, 그것까지 바랄 수는 없겠지요.
대신에 제가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글들 많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흐름으로 읽는 현대 프랑스 사상사'
관심 있는 번역본이네요 시간 되면 꼭 읽어보겠습니다
들뢰즈 철학의 키워드가 욕망이기보다는 무의식이군요!!!

추후 포스팅하겠습니다^^

저는 데리다의 법의 힘을 읽고 좌절한 경험이 있습니다...ㅠㅜ 보팅과 팔로우 하고 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법의 힘' 서평을 쓴 게 있는데, 조만간 포스팅하겠습니다.
근데 서평도 역시 읽기 어렵긴 매한가지일 거예요 ㅠㅠ

소개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뭔가를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건 장난꾸러기(?) 데리다에겐 워낙 어울리지 않은 듯하고 '명확한 설명이나 실천 지침'을 기대(요구?)하는 것 자체가 '유령들'을 잘못 독해하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예컨대 저로 하여금 지금 스팀잇에서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리스팀을 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의 실체를 뭐라 부르든, 그런 것이 있는지조차 불확실하지만, 그것이 '마르크스스럽다'는 것만은 인정해야 할 듯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데리다에게 공감합니다... 고양이는 없고 웃음만이... 고양이의 이름은 마르크스... 유령의 웃음... 그런 거죠.^^ 마르크스의웃음으로 보팅/리스팀 하겠습니다~

제가 데리다와 대립각이 커서요^^;

아하~ 하지만, 저는 그저 공감만 할 뿐이니... 저랑은 대립각을 세우시지는... 무섭습니다~ㅎㅎ

이벤트 당첨을 축하합니다. @축하해

짱재밌는 @armdown님 안녕하세요! 개부장 입니다. 섹시한 @greenswell님이 그러는데 정말 요염한 일이 있으시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축하드려요!! 기분좋은 날 맛좋은 개밥 한그릇 사드시라고 0.6 STEEM를 보내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 저는 철학자로는 헤겔이 좋더라구요 ! 니체도 좋지만 ! 오래전에 읽은책에서 몬가 저의 생각과 비슷한부분이 있어서 ~ 다른 팔로워 분들 통해서 오긴했지만 팔로우해서 교류하며 지내고싶습니다~ 팔로우하고 갈게요 ~!

철학자는 참 다양하지요.
맞팔하면서 구독하겠습니다.

서점에서 철학책 한권 사서 읽다 포기한적이 있어요...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가 안되는..ㅎㅎㅎ 자주 들러 풀어주시는 이야기들을 접하고 다시 도전해봐야 할거같아요.

제가 자세하고 친절하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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