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습작] 무지렁이

in #kr-pen7 years ago


무지렁이

자살을 하는 동물이 하나 있다
지렁이다
비가 왔다 갠 날이면 어김없이 하늘 향해 몸 튼 채
그만 알아볼 글자를 바닥 단단히 찍는다

왜 기어코 올라오려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따가운 태양이 세상의 심연,
내려가기 좋은 날 하늘굴을 파고
뒤집어진 세상의 중력을 알아차린 대가는
죽음이다

바싹 몸부림치며 과거의 기억들이 쓸려가도
피할 곳은 없다
미지로 시작된 상형문자는 고통을 튕기고 절망을 끝맺는다
굴광성은 빛에 복종하는 성질
삶이
뿌리는 눈물
증발해버리지 않도록 흙 속에 모아두는 편이 좋았다
세상 너머 어떤 줄기가 꼿꼿이 서있다고 들은 들
가만히 있었어야 했다

그는 필시 장님임에 틀림이 없다
빗줄기인지 빛줄기인지 구분도 못하면서
무지에 대한 대가는 단단히 갚아야한다
빚 줄기 차게 쏟아진다
나도 물 들어 붓는다

모르고 자살하는 동물이 하나 있다
무지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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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시적인 좋은를에.. 엔지니어 감성인데요. 흐.

피부 호흡을하는 지렁이는 비가 오면 땅속에 너무 습도가 높아 호흡이 안되니 지상으로 나오는 걸로 알아요. 그리고 못 찾아가는 거죠. 흙위에가지만 나오면 좋은데.. 비오는 날엔 거기보다 아스팔트 같은곳이 좀 더 숨쉬기 좋으니.. 나왔다가 흙속으로 다시 못가서 죽는 걸로 알고있어요~~

지렁이는 해충이 아니니 죽이지 말고 흙위에 옮겨주면 좋다고 들었습니다.
어렸을때.. 진짜 징그러웠는뎅..

좋은 엔지니어 감성입니다. 비가 올 때 숨을 잘 못쉬게 되어버리다니 무척 안타깝네요. 저는 이런 주해(註解)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과학적 사실을 문학적으로는 어떻게 해석되는가, 혹은 그 반대의 결을 명징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문학은 문학으로서 존재할 뿐이지만 그러한 문학이 다른 시선과 결합할 때 사람을 움직이게 하기도 하고 반응하게 하기도 하고 이야기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보기에 징그럽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보는 생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글 안에서 왜 제가 보이는 건지... 좋은 글귀 감사합니다! 팔로우 해갈께요.

저도 종종 저 자신을 상상하며 글을 끄적거리곤 합니다. 저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도색 작업도 재미있어 보입니다ㅎㅎ

참 잘 읽었습니다!!!
가슴이 저미는 우리네 무지렁이에 대한 글입니다 그것이 숙명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이방인의 한 사람으로 동병상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네요
그에게 평화와 안식을 기원합니다

안녕하세요, @pinkdunt 님. 좋은 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나 지구에 놀러온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다면, 좀 더 즐겁고 평안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텐데 말입니다. 저도 종종 무지렁이 같은 일을 해서 그런지, 적어놓고도 반성하고 또 반성하곤 합니다. 평화와 안식을 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그 환대 자웅공동체였으면요
그 무엇으로도
그 무엇에게서도
가르지도 나누지도 않고요
그냥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요

비록
시간이란 이름 안에 있어야 하겠지만요
차라리 시간의 중천지대가 있으면
다행이지 싶어요

무엇을 찾으러 가는 것이었을까요. 자웅공동체였으나 혼자 스스로는 아무것도할 수 없는 운명이었을까요. 원래 하나이나 둘을 찾는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렁이는 언제나 어디론가 시간을 뚫고 거슬러 나아갈 뿐, 멈추는 법도 모르는 무지렁이인지라, 중천에서 차라리 안식을 바랄 뿐입니다.

👨 태양을 향한 광란의 춤사위.

몇 번은 집어서 풀밭에 던져 놓기도 했는데.
그 숫자도 많고 개미들도 먹고 살아야겠지.
근데 숫자가 너무 많으니 개미들도 무시하고.
가는 길에 본 군무가 오늘 길에 떼죽음이던.

하~ 뜨겁지만 버텨야지.
강제 존버를 외치다가 말라 죽으려나.

멋진 글 잘 느끼고 갑니다 ^^

죽음의 춤을 추곤 합니다. 어떠한 형상과 어떠한 글자와 어떠한 기호가 제각각으로 춤을 춥니다. 그래서 저는 종종 길가의 지렁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징그럽다는 생각 대신 삶에 대한 꿈틀거림과 죽음에 대한 이미지가 동시에 스쳐가고는 하지요. 미숙한 글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뭐라고 꼭 감상을 남기고 싶은데. 그런 마음만을 남길 수밖에 없네요. '무지렁이' 정말 좋은 시로 읽었습니다.

마음을 남겨주시는 것이 사실 가장 크게 남겨주시는 것입니다. 저도 마음을 조금씩 떼어다가 소중한 것에
남겨두기도 하지요. 이 글에 과분한 칭찬이십니다. 감사합니다.

빚 줄기 에서 멈춰 한참 보고 있었습니다. 화면을 키워서 확인도 해보고 말이죠. 갚아야 하기에 '빚'이란 시어를 선택한건가 하면서... 무지에 대한 대가가 부채로 다가온다면 지식을 갖추어 간다는 것을 부채에 대한 상환으로 읽어도 되는가... 선대가 물려준 지식을 학습한다는 것은 빚을 갚는 마땅히 해야할 일인가...
뭔가 샛길로 빠져버린 느낌입니다.
지렁이가 무지렁이가 되어 죽듯 식자가 자신이 무식자임을 직면하면 죽겠죠?
새벽이란 시간이 이토록 몽상 혹은 망상을 부채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즐거운 고뇌에 찾게 됩니다.

정확하게, 오타가 아니라 일부러 적어놓은 단어가 맞습니다. 알지 못함에 대해서 이를 (심지어) 죽음으로 갚아야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죽음은 물리적 죽음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식을 갖추는 것을 통해 부채를 상환한다는 해석이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환은 결국 후대에 빚을 다시 남기는 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 흔적을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새벽은 저도 참 좋아합니다. 잠들기전의 새벽과 일찍 깬 후의 새벽을 모두 좋아합니다.

짱짱맨은 스티밋이 좋아요^^ 즐거운 스티밋 행복한하루 보내세요!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

이카루스 신화를 보는 듯합니다.

약간의 모티브를 따오긴 했습니다. 하늘이 아니라 바다일 수는 있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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