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5(수)역사단편45-초나라 동황태일

<이미지 출처:백과백두>

이전에 초나라의 '굴원'을 소개했다.
그의 또다른 서사시 '離騷(이소)'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다.

帝高陽之苗裔兮(제고양지묘예혜), 朕皇考曰伯庸(짐황고왈백용)。
攝提貞于孟陬兮(섭제정우맹추혜), 惟庚寅吾以降(유경인오이강)。
皇覽揆余初度兮(황람규여초도혜), 肇錫余以嘉名(조사여이가명)。
名余曰正則兮(명여왈정칙혜), 字余曰靈均(자여왈령균)。
[출처] [고문진보 후집/초사/문선]

'고양' 황제의 후예이신 나의 아버지는 백용(伯庸)이라 하셨다.
인년(寅年) 바로 정월(寅月), 경인일(庚寅日)에 나는 태어났다.
아버지는 내가 처음 태어난 때를 헤아려 비로소 나에게 아름다운 이름을 내리셨다.
나의 이름을 정칙(正則)이라 하고 자(字)는 영균(靈均)이라 하셨다.

'고양(高陽氏)'는 '3황5제'에서 '5제'의 한사람으로
'전욱'이라고도 불린다.
전욱은 '騰隍(등황)'의 딸과 결혼해서 '노동'을 낳았고
그 사람이 초나라의 조상이다.
전욱은 동이족으로 알려져 있다.

굴원의 작품중에 '동황태일'이 있다.

[東皇太一 동황태일]
吉日兮辰良(길일혜신량) 길한 날 좋은 때에
穆將愉兮上皇 (목장유혜상황) 경건히 높은분 즐겁게 하려하네
撫長劍兮玉珥(무장검혜옥이) 옥고리 장식한 긴칼을 잡았네.
璆鏘鳴兮琳琅(구장명혜림랑) 짤랑짤랑 울리는 임랑옥패를 장식했네.
瑤席兮玉瑱(요석혜옥전) 옥자리에 옥압진을 갖추고
盍將把兮瓊芳 (합장파혜경방) 아울러 옥방초 곁들였네
蕙餚蒸兮蘭藉 (혜효증혜란적) 혜초 안주에 난초 깔개 펼치고
奠桂酒兮椒漿(존계주혜초장) 계수나무 술과 산초 술 차렸네
揚枹兮拊鼓(양포혜교부) 채 들고 북 치면서
疏緩節兮安歌(소완절혜안가) 느린 박자로 느긋이 노래하네
陳竽瑟兮浩倡(진우슬혜호창) 생황 거문고 펼쳐 호탕히 치니
靈偃蹇兮姣服(영언건혜교복) 신령께선 너울너울 춤추며 아름다운 차림
芳菲菲兮滿堂(방비비혜만당) 향기 그윽하니 사당에 가득차네
五音紛兮繁會(오음분혜번회) 다섯가지 소리 분주히 어울리니
君欣欣兮樂康(군흔흔혜락강) 당신이 기뻐하시고 즐거워하시네

辰良(신량):좋은 시절 <때신, 별진>
上皇(상황): 초나라에 전해지는 신
璆鏘(구장): 짤랑짤랑 하는 옥의 소리
琳琅(임랑): 옥이름, 무가의 무용에 사용하는 장식
靈(영): 동황태일
五音(오음): 궁-상-각-치-우, 동양음악에서 사용하는 5개 음의 이름

시의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요즘은 보기 힘들지만 내가 어렸을적에는 흔히 봤던
굿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한족들의 문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초나라가 '동이족'인 전욱(=고양씨)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태일신'에게 제사지내는 문화가 넓게 퍼져 있었다고 볼 수 있다.

'東皇太一 동황태일'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자면
동쪽의 황제 '태일'이 된다.

세월이 흐르면서,
신앙은 본질(의미)을 상실하고 형식만 남는다.

처음 신앙이 생겼을때는 현실적이고 생생하던 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의미를 망각하기 때문이다.
의미가 공유되지 않는 상황에서 남아있는 형식은
미신이나 사이비 종교로 치부되기 쉽다.

모든 종교의 운명이다.

상고사에서 '동황태일'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는지는
차츰 살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