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 백년손님
김씨는 아내를 다그쳤다.
딸 내외가 차 막히기 전에 떠나야 하니 요기라도 하게 준비하라고 등을
떠밀었다. 애들 갈 때 보낼 것도 찬찬히 챙기려면 빨리 들어가라고 여간
성화가 아니었다.
다른 날 같으면 저녁 먹고 술도 한 잔 하고 놀다 차가 뜸하면 느직이
가도 된다고 붙들던 장인이 오늘따라 빨리 가라고 하는 모습은 사위가
생각해도 이상했다.
아들이 없이 딸만 넷을 둔 김씨에게는 서글서글하고 붙임성 있는 막내
사위가 친아들처럼 편했다. 맏사위는 맏이라 그런지 빠지는 것 없고
듬직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편치 않았다. 둘째 사위는 딸 위해주고
애들이라면 물고 빨고 하며 제 식구 밖에 모르는 게 처음엔 좋았지만
제 식구밖에 모르는 녀석이 왠지 속도 좁고 체신머리가 없어 보였다.
정작 선도 안 보고 데려 간다는 막내딸이 늦도록 결혼을 안 하고 중매
말이 들어와도 콧등으로도 안 듣고 나중엔 화를 내다못해 며칠씩 집을
나가 있기도 하면서 버텼다.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는 건 신부 감
일 순위라는 초등학교 교사라 혹시라도 딸 맘이 변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막내 사위는 처음 인사를 왔을 때부터 눈에 쏙 들었다.
결혼 전부터 장인장모를 친부모처럼 따르고 장인을 졸졸 따르며
무엇이나 마음에 드는 짓만 골라했다. 그 애지중지 하는 사위가 일을
냈다. 그렇다고 나무랄 수도 없고 빨리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이 들어 두 내외가 그 많은 전답을 다 가꾸는 일도 힘겨워 걱정을
했는데 딸들 앞으로 몫을 떼어줄까 생각도 했지만 좀 더 두고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큰 길이 나면서 땅이 반 정도 들어가고
주변 땅 값도 많이 뛰었다. 그 참에 남은 땅도 처분하고 집 근처에
있는 논배미와 텃밭 정도만 남기고 다 정리를 했다.
이른 봄부터 막내 사위가 고추 심는 날 미리 와서 일을 거들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그날이 되자 징검다리 연휴를 몰아서 쓰기로
하고 작업복에 장갑 모자까지 준비하고 왔다. 지난주에 와서 심은
감자며 완두콩 싹이 올라온다고 신기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위가
볼수록 대견했다.
경운기가 밭을 갈고 나서 이랑을 고르고 비닐을 씌우는 동안 장인
옆에 착 붙어 심부름을 하자 이웃에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며 부러워했다. 그렇게 일손을 도운 덕분에 일찌감치 고추모종을
끝내고 점심에 불을 피우고 사촌들까지 불러 고기를 구우며 술도
한 잔하며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피곤하기도 하고 술기운이 오르며 점점 몸이 뒤로 젖혀지며 기댈
곳을 찾고 있는데 아내가 김씨의 귀에 대고 무어라 귀엣말을 하자
벌떡 일어나 같이 나갔다.
어이가 없었다. 어느 틈에 없어진 사위가 기껏 심은 고추 모종을 다
뽑은 뒤였다.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막대를 대고 구멍을 뚫고 있었다.
기가 막힌 장인이 거기서 무얼 하느냐고 물었다.
고추 심은 게 줄도 비뚤어지고 간격이 정확하게 맞지 않아서 제가
다시 심으려고 합니다. 제가 이 막대로 자도 만들었습니다. 정확하게
50센티로 만들었습니다. 아버님 아무 걱정 마시고 들어가셔서 쉬고
계세요. 이 정도는 제가 얼른 끝내겠습니다.
해맑게 웃는 얼굴이 불두화처럼 탐스러웠다.
뜨아아아아아아~! 💙
이쁜 사위만 아니었으면 걍!!!
화를 낼수도 없고 참...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는 말이 떠오르네요^^;;
인터넷 검색해서
가장 정확하게 해야 한다고 ㅎㅎ
마냥 부러운 1인 있습니다.
부러워 하실 거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딸 하나... ㅋㅋ
이 사위 뭔가요?
측량사 출신인가요? ㅎㅎㅎㅎ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아버지도 군 출신,
본인도 장교 출신이랍니다.
이 정도면 군 출신 앞에서는
호박도 각잡아 심어야 하는 건 아닌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