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se1 ep2024
지금까지의 내 인생을 연 단위로 끊어서 시리즈로 제작한다면 2024 편은 압도적으로 스펙타클한,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며 모든 인물, 사건, 대사 등을 곱씹고 싶은 문제적 에피소드다. 물론 시리즈가 완결되고 나서야 모든 걸 파악할 수 있겠지만 2024 편까지 1회차 정주행한 결과, 이 시리즈에 숨겨둔 떡밥 따위는 잘 없고, 줄거리도 고전 서사시의 기승전결처럼 뚜렷해 보인다. 이쯤 되니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알 것도 같다. 오만한 태도라는 생각도 드는데, 나는 이 시리즈의 열혈 시청자이고 동시에 주인공이니까 괜찮다. 주연 배우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이토록 애를 쓴다면 그건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한 성실한 태도라고 봐야 한다. 어디까지나 2024 편이 끝나고 나서야 하는 말이고... 극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으면 별점 테러를 하거나 시청자 게시판으로 달려가 징징대며 과몰입 리뷰를 쓰는 극성 시청자였던 적도, 극의 흐름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대본에도 없는 엉뚱한 대사를 지껄이거나 밤낮으로 감독을 쫓아다니며 항의하는 골칫덩어리 배우였던 적도 있다. 다만, 지루하다고 요약본 본 적은 없다. 액션 연기 빡세다고 대역 쓴 적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해가 바뀌기 전에 2024 편을 리뷰하고 싶었지만, 주경야경 하느라 너무 바빴고, 시절이 하 수상했고, 그러다 보니 타이밍을 놓쳤다.
12월의 마지막 주 어느 날, 2025년에는 의도적이고,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에 박혔다. 그 순간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뛰었다. 와, 계시구나. 2025 편 감독의 의도는 이것이구나. 사랑의 실천을 올해 목표로 삼았다.
이 사랑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기 쉽지 않다. 특히 '의도적'이라는 부분이 그렇다. 좋은 기분으로는 누구나 쉽게 사랑의 분위기에 젖어 든다. 이 사랑은 따뜻하고 즐거운 기분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사랑 너머에 있고, 미천한 나의 수준으로는 '의도'하지 않고서는 기회조차 드물다. 선행, 도덕적 행동, 친절과도 다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온종일 의도하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하루에 한 번도 실천하기 어려운, 그런 사랑이다. 주저함이 있을지언정 실천하는 순간만큼은 몸과 머리, 마음마저 완전히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운 좋게 그런 사랑을 실천할 기회를 얻고, 또 그걸 놓치지 않고 해내면 일단 심장에서 부왕! 하고 엄청난 에너지가 터져 나와 순식간에 쓰나미처럼 몸 전체로 퍼진다. 심장이 떨리면서 뜨거워지는데 그 정도가 보통의 그것보다 훨씬 강렬하다. 곧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고인다. 이건 몸에 나타나는 현상이고 명백하게 평소와 다르다. 부왕! 하고 터져 나온 것으로부터 무엇인가가 생성되어 흐르거나 쌓이거나 전환되고 있으며, 그것들은 분명 쓰임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인류가 사랑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라는 확신이 든다. 무아의 경지에 이르러 생기는 자비심이란 뭘까,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한다는 거 뭘까, 그 좋은 말들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니 늘 찜찜했는데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지나치게 원대한 목표. 내가 생각해도 막연하고 생뚱맞긴 하다. 그러나 이 실험에 임하는 마음만큼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사랑을 하나 할 수 있다는 것이 엄청난 기회임을 알자. 기회를 발견하면 놓치지 말자. 사랑을 하나씩 하자. 의도적으로, 적극적으로, 구체적으로 하자. 이 실천이 만들어 낼 변화를 부지런히 나의 사람들과 공유하자. 사랑이 나를 통해 증폭되어 흐르게 하자. 2025 편도 잘 해내자.
완전 신나는 소식이에요 ><
2025년 꿀잼 예정
꺅. 내 사랑을 받아줘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