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검사 時歷檢査] 그들은 똘똘 뭉칠 거라는 착각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12 day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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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모론의 핵심은 바로 저거다. 그들은 한 몸이라는 가정 말이다. 그러냐? 너는 한 몸이냔 말이다. 네 부부도, 네 형제도, 네 친구도 모두 한 몸인가? 똘똘 뭉쳐서 어디로도 흩어지지 않는가? 그럴 리가! 웬수나 다름없을 텐데? 그들도 다르지 않다. 일시적으로 눈더미처럼 뭉쳐있을 뿐. 바람 불면 날아가고, 따뜻해지면 녹아내리고 말 것을, 발로 밟고 자꾸 두들기니, 그게 맞으면 피멍 드는 눈 뭉치가 되는 거다.



(2) 손발 척척 맞는 조직이, 관계가, 얼마나 있겠는가? 눈빛만 봐도 착착 움직이는 깐부가 몇이나 되나? 다 마지못해 그러고 있는 거지. 달리 갈 데가 없어 뭉쳐 있는 거지. 그들도 그렇다. 술처먹고 방구만 붕붕 끼는 남편과 굿이나 쳐 해대는 마누라가 뭐가 이쁠까? 달리 갈 데가 없고 달리 살 놈이 없어 그런 게지. 놈 덕에 한몫 챙길까 싶어 더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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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국 이 사단의 트리거는 윤-한 갈등이 아니었던가? 한 잡으려고 초가삼간에 불 지르려다 일어난 일이 아닌가. 참으로 대단한 두 사람의 인연은 십수년간 콤비로 권력자들을 털어대다, 이제는 급기야 나라를 털어먹기 직전에 서로의 등에 칼을 꽂고 말았다. 야당이 한통속이라고 줄기차게 공격해 대던 윤-한 커플 갈등이 이 사태의 시발점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그들이 악마라고? 거슬러 올라가 보자. 윤-한 갈등의 프리퀄은 윤-조 갈등부터니, 도대체 이들을 모두 주물럭거린 문은 저승사자냐? 이 나라를 죽음으로 이끄는 저승사자? 그러나 문 잡는 이는 명이니. 대깨문과 개딸의 손가락 전쟁은 또 얼마나 치열했던가. 달래 윤이 문의 하수인일 거라는 추측이 나도는가. 적은 내부에 있고, 내부의 적이 반대편보다 더 가혹한 것을. 어찌 저들은 똘똘 뭉칠 거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누가 저들일까? 너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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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쟁 중에는 뭉치는 거라고? 외계인이 나타나면 미국과 소련도 힘을 합해야 하는 거라고? 과연 그럴까? 그럴 때마다 나타나는 배신자는 지구인을 외계인에게 팔아먹어야지 저 몫이 생기는 이인자인 것이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나 모임이나 반드시 제 힘으로 수장이 되지 못하겠는 누군가가 슬며시 적의 손을 잡아 보는 것이다. 부루투스 너마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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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러니 그들이 똘똘 뭉칠 거라는 환상은 버려라. 윤을 철통방어 중인 듯 보이는 경호처조차 처장과 차장의 이해관계가 달라 갈등이 일촉즉발이라지 않는가. 너는 누구 라인이냐? 차라리 양놈들처럼 이해관계, 손익 관계로만 철저히 이합집산을 하면 예측가능이나 할 텐데. 이놈의 민족은 감정과 기분에 따라 청기 들었다 백기 들었다 하니, 어제는 욕하다가 군주를 삼고, 충성을 맹세하더니 느닷없이 칼을 들이댄다. 그걸 회사에서도 경험하고 가족 사이에서도 목격하다, 심지어는 놀자고 모인 동호회에서도 친목질과 이간질을 해대는 덕에 온 나라가 배신의 왕국이 된 듯하니 나랏님들이라고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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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러하니 빨갱이 중에 빨갱이 없고, 극우 중에 극우 없다. 들여다보면 다 이 말하다가 저 말 하고, 조적조 하다가 여적여 하는 거다. 그러니 머리 복잡한 사람들이 '아, 닥치고 너 누구 편인지나 말해!' 하는 거 아닌가. 누구 편은 누구 편이야. 이기는 놈이 우리 편이지. 이 대치 국면의 승자가 누구일지 모르나, 무식한 패싸움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것의 끝은 무얼까?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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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아포칼립스를 그렸다더니 처음에는 잔잔한 목가 영화 같아, '이게 뭐야' 하고 보다가, 뒷통수를 빡! 때리는 실사 같은 미래상이 끔찍하게 펼쳐졌다. 미국판 아스팔트 전사들이 서부군과 정부군으로 나뉘어 참혹한 내전을 벌이는데. 덕 중의 덕은 양덕이라더니, 천조국의 대통령 체포 작전은 이제까지 본 어떤 전쟁영화보다 실감 나고 스펙터클하다. 결국 체포되고 만 3선 대통령의 마지막 말은 '살려주세요'



(8) 그러나 '살려주세요'가 먹히지 않는 무지성의 폭력적 현장은 자칭 미국을 다시 위대하겠다는 이들의 편에 선 무장 폭도의 질문으로부터였다.

"니들, 어디 출신이야?"
"콜로라도요."
"플로리다요."
"100 퍼센트 미국인이군! 좋아. 다음, 넌?"
"저저 저는..."
"영어 못해? 어디 출신이냐고?!"
"호..홍콩"
"뭐? 차이니즈??"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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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너는 어디 출신이냐? 전라도냐? 대구냐? 스팀잇이다! 그건 또 뭐야?! 에잇! 빡빡빡빡!! (뒤통수 때리는 소리) 멀지 않은 지구의 미래다. 이 나라가 총기 사용을 금지해 이 정도지. 전 국민의 절반이 군바리 출신인 이 나라에, 총기고라도 털리면 어떻게 되는지 80년에 이미 보지 않았는가. 그리하여 이 나라는 그간 말만 발달했다. 연일 시끄럽게 말만 해댄다. 약탈과 방화, 총격전과 내전이 없고, 오로지 말의 전쟁으로만 시끄러운 것이다. 다행이라고. 참 다행이라고. 말만 살아 참 다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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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그, 말로는 할 수 없는 말, 들어줄 수 없는 말,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는 놈들을 싸잡아 한패로 여기고, 그들은 똘똘 뭉쳤다고 빨갱이로, 극우 파시스트로, 과대평가를 해대면 그들은 정말 한 몸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착시가 우발적 행동을 불러와 상황을 일촉즉발로 몰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니다. 그게 아니다. 그들은 한 몸이 아니다. 그들을 똘똘 뭉친 게 아니다. 그들을 묶고 있는 건 '편 가르기'이다. 상대방이 몰아붙여 버린 '편 가르기'. 놈들이 편 가르기를 종용해도 흔들리지 말고 사방팔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하나하나 가를 수 있어야 한다. 불안한 시선들이 자꾸 세를 불리려고, 누구 편이냐고 종용을 해대도, 사안을 하나하나 분리하여 매서운 겨울바람처럼 냉철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야 저들에게 짓이겨지지 않는다. 그래야 자고 일어났더니 빨갱이가 되었다가, 화장실 갔다 왔더니 극우 파시스트가 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11) 그러려면 누군가는 이쪽에도 서고 저쪽에도 서서 눈 흩으기를 해야 한다. 패로 몰리지 않게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어른이고 사상가이고 소위 지식인, 지도층의 역할일 텐데. 무식하기 짝이 없는 이 나라의 선수들은 모두 '오징어게임' 중이라, 이러다 다 죽는다는 VIP의 고함에도 '나만 아니면 돼'라며 불구덩이로 떼를 지어 몰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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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레이스 + Movie100] 093.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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